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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메일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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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메일님 죄송합니다”
S사의 N사무실. 현재 시각 오전 9시 10분. 주식 관련 웹사이트를 개발, 운용하는 40여 명의 사무실이 쥐 죽은 듯 고요하다. 들리는 것이라곤 똑딱거리는 키보드 소리뿐. 사무실 문을 열고 빠꼼이 쳐다봐도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눈동자를 모니터에 힘주어 고정시키고 있을 뿐… 그런데 이상한 건… 가끔씩 “헉…” 하는 외마디 소리 또는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밤샘을 밥 먹듯 하더니, 다들 맛이 갔나? 혼자 웃고 혼자 놀라고….”

인스턴트 메신저(Instant Messen ger)라 불리는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연출하는 사무실의 한 장면이다. 인스턴트 메신저와 같은 P2P 방식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메일보다 빠르고, 파일도 용량 제한 없이 보낼 수 있고, 키보드로 이야기하니 사적인 이야기도 맘대로 할 수 있고, 컴퓨터로만 작업하니 다른 일 하면서 동시에 할 수도 있고… 장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내 인터넷 이용인구가 2000만 명을 넘는다지만 인스턴트 메신저를 사용하는 사람은 아직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사용하는 사람들은 인스턴트 메신저를 메일보다 더 많이,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메신저들은 이러한 네티즌들의 성향을 반영하여 상대가 온라인 상태가 아닐 경우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SMS(Short Message Service)도 제공하며, 음성 채팅, 화상 채팅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단순히 문자만 보내는 메신저가 통합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新 커뮤니케이션 도구 ‘P2P 방식’ 인기

네티즌들에게 인스턴트 메신저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절대로 소리내지 않고 이야기하기’라는 기능 때문이다. 직장 상사에 대한 험담을 친구(또는 직장 동료)와 근무 중에 태연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ㅋㅋ’(킥킥), ‘ㅎㅎ’(히히)거리면서… 한쪽 창엔 포토샵 띄워놓고 아이콘을 만들면서 다른 창엔 인스턴트 메신저를 띄워놓고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직장 상사를 마구마구 씹으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인스턴트 메신저의 ‘사랑스런’ 기능은 바로 ‘상대의 얼굴을 보지 않고 이야기’하기다. 흔히 맨 정신에 하기 힘든 이야기가 있으면 술 먹고 한다곤 한다. 차마 맨 정신으로 바로 보고 말하긴 힘드니까. 인스턴트 메신저는 이런 상황도 매우 잘 도와준다. 얼굴 보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으니 평소 하기 힘들던 쑥스러운 이야기도 스스럼 없이 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숨어 있던 이야기들이 온라인 공간을 통해 마구 흘러나오는 것이다. 집에선 애교를 부리기 힘든 아내도 인스턴트 메신저로는 “자갸… 있잖아~”라며 얼마든지 애교를 부리고, 연애하는 남자는 여자친구에게 “자기…. 넘 보고싶당~ 뽀~”라고 말할 수도 있다. 연애하는 네티즌에겐 필수 도구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메신저에 빠져들게 하는 것은 ‘내 곁에 친구두기’다. 버디 리스트에 있는 친구의 아이디를 보면 그 친구(애인·배우자)가 마치 자기 옆에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옆에 있는 친구의 어깨를 툭 치면 바로 뒤돌아보듯, 버디 리스트에 있는 친구의 아이디를 클릭하고 “야~”라고 부르면 바로 “왜…”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이젠 친구가 보고 싶을 때, 이야기하고 싶을 때 퇴근 시간을 기다리거나 주말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냥 친구의 아이디를 클릭하기만 하면 된다.

이젠 일하다 심심할 때 옆에 있는 말 안 통하는 동료와 억지로 커피 마실 필요가 없다. 멀리 있지만 나와 접속해 있는 친구를 클릭해서 불러내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다. 안면 근육을 약간 풀고 손목에 스냅을 주면서 똑딱거리는 소리와 함께…. 인스턴트 메신저는 특히 연인 사이에 많이 사용하는데, 어떤 네티즌은 자신의 애인이 버디 리스트에 온라인 상태로 있어야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고 말한다. 자신의 애인이 버디 리스트에서 오프 상태로 지속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점점 초조해지고 나중엔 전화로 소재 파악을 해야 안심이 된다는 일종의 ‘신드롬’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젠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할 시간도 없는 셈이다. 늘 이야기할 친구가 곁에 있으니….



주간동아 2001.06.28 290호 (p80~80)

  • < 임기용 한국통신 멀티미디어 연구소 선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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