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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히트상품 한국’

‘주식회사 한국’의 대표 이미지가 없다

국가 공식 상징물 태극, 무궁화 ‘있으나마나’… 선진국 홍보전략 ‘벤치마킹’해야

‘주식회사 한국’의 대표 이미지가 없다

‘주식회사 한국’의 대표 이미지가 없다
www.kiwirecovery.org.nz에 접속해보자. 화면에 나타나는 밤색 새의 이름은 키위(kiwi). 별로 잘 생긴 것 같지도 않은 이 새의 모습을 응용한 다양한 이미지들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사이트 운영자인 ‘키위발견프로그램’(Kiwi Recovery Programme)은 1991년 뉴질랜드 중앙은행과 정부, 왕립학회의 공동 출자로 설립된 공익재단이다. 키위에 관한 조사와 연구뿐 아니라 캐릭터 보급, 교육교재 발간 등을 통해 이 새를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 데 여념이 없다.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하는 이 새가 바로 이 나라의 국조(國鳥)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를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하는 동물, 식물, 건축물 등이 이른바 국가 상징물이다. ‘상징을 보면 그 나라가 보인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활용 여부에 따라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많은 국가들이 이러한 상징물을 통해 자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빨강과 흰색을 선명하게 대비시킨 캐나다 국기의 디자인이 고안된 것은 1965년. 국기에 등장하는 ‘11각 단풍잎’(11point maple leaf)은 이 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명물이다. 전에는 각 주마다 서로 달랐던 상징물을 통일한 뒤 캐나다 정부는 공식문서, 이정표, 대학 등 곳곳에 이 도안을 사용하고 있어 캐나다가 있는 곳에는 어디나 단풍잎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이 문양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의류업체 루츠(Roots)는 이 단풍잎 도안을 상표로 활용해 ‘편안하고 자유로운 나라 캐나다’의 이미지를 상품에 연결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세계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물론 공식 국가 상징물인 태극과 무궁화가 있기는 하지만 해외홍보를 전담하는 해외홍보원 관계자조차 “이를 구체적인 형태로 해외 홍보에 이용하는 사업은 없다”고 실토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는 별도로 문화관광부에서 ‘한국의 문화상징 10선’을 제정, 종묘제례악이나 한글 같은 문화유산을 영상물과 화보의 형태로 각국 도서관 등에 보급하고 있지만, 이 역시 대중성 있는 캐릭터 개발이나 친근한 이미지 형성과는 거리가 있다.

외국인 설문 23.7% ‘전쟁 혹은 분단’ 응답



지난해 4월 국제경영전략연구원에서 발표했던 ‘한국의 국가이미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자. 미국, 프랑스, 일본의 성인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설문에서 ‘한국이라는 단어에서 무엇이 떠오르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23.7%가 ‘전쟁 혹은 분단’, 9.3%가 ‘경제발전’이라고 대답했다. ‘잘 모르겠다’거나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고 대답한 사람도 9.9%. 이 보고서는 ‘뚜렷한 이미지가 없다는 것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다는 것보다 더 나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쉽게 연상이 가능한 국가 이미지 상징을 개발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가 이미지 쇄신을 위한 영국의 노력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빅벤(Big Ben)과 근위병으로 표상되는 그동안의 전통적 이미지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판단한 영국정부가 97년 블레어 총리 집권 이후 ‘새로운 영국’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우선 영국 관광청은 국가 광고 문안을 ‘법의 나라 영국’에서 ‘멋진 나라 영국’으로 바꿨다. 그런가하면 전세계에서 1000만명 이상의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자국의 컴퓨터 게임 ‘툼레이더’(Tomb Raider)의 미녀 캐릭터 라라 크로포드를 명예 친선대사로 임명,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의 새로운 상징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상품의 가치를 높이려면 물론 그 질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적절한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은 품질 개선 이상으로 중요하다. ‘주식회사 한국’이라는 상품을 21세기의 히트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해외 시장에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국가 상징물을 개발하고 공격적으로 홍보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 2001.03.08 274호 (p18~18)

  •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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