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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점기획|대안학교 보낼까 말까

보고 또 보고… 알아야 후회 안 한다

“새로운 교육의 장’ 지나친 환상은 금물… 중도 탈락 땐 일반학교 적응도 어려워

보고 또 보고… 알아야 후회 안 한다

보고 또 보고… 알아야 후회 안 한다
온 나라가 떠들썩한 대학입시에 비해 고교입시는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된다. 따지고 보면 고등학교 진학예정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그리 넓지 않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는 단지 평준화 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별다른 특징 없는 ‘똑같은’ 학교라는 데 있다.

선발고사 지역이라 하더라도 성적에 의해 약간의 서열화가 되어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앞으로 3년 동안 오로지 대학입학만을 생각하라”는 준엄한 명령 속에 오로지 점수 올리기에 몰두하도록 강요받는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관심과 욕구는 철저하게 억압되고 무시된다. 그러다 보니 상당히 많은 학생들에게 가고 싶은 학교가 별로 없다.

최근 대안학교(정확하게 말하면 대안교육 분야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한 높은 관심과 지원율은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끝난 내년도 학생 선발에서는 대부분의 대안학교가 3대 1, 높게는 1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보였다. 천편일률적인 입시위주 교육보다 뚜렷한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이들 학교가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상당한 매력을 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안학교에 지원하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갖는 기대는 천차만별이다. 학생들은 억압적인 학교규율이나 ‘지겨운’ 공부의 중압감에서 해방돼 마음껏 자신의 ‘끼’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도 하고, 개별화된 수업을 통하여 자신의 능력을 최고도로 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 학부모들은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가장 효율적인 대입 준비가 되기를 바라는 욕심까지 폭넓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기존의 고등학교에서 느끼는 모든 불만들을 대안학교가 한꺼번에 해결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안학교가 이러한 기대를 다 충족시킬 수는 없다. 한 대안학교 교장이 털어놓은 이야기는 대안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기대와 실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자녀를 입학시키면서 학부모들은 ‘그저 사람만 만들어 주십시오’ 합니다. 그러다 2학년이 되면 ‘그래도 대학은 가야 되지 않습니까’ 하고 3학년이 되어서는 ‘대학도 못 보내는 학교가 무슨 학교냐’는 식으로 불평을 합니다.”



실제로 적지 않은 학생들은 어렵게 입학한 대안학교를 중도에 그만둔다.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음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첫째는 보통의 학교와 달리 철저하게 학생 스스로 공부하고 생활하도록 되어 있는 환경에 적응을 못 한다. 워낙 타율적인 생활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둘째는 가장 효율적인 입시지도를 기대했다가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하는 것이다. 소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러한 기대를 할 수도 하지만, 실제로 대안학교들은 입시준비 교육에 중점을 두지는 않는다.

다니던 학교가 싫으면 떠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대안학교 학생들의 경우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한 방에서 동고동락하던 친구가 떠날 경우 남아 있는 아이들에게 한동안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더 큰 불행은 떠나는 아이들에게 있다. 학교생활에서 마음껏 자율성을 누리던 아이들이 일반학교로 가서 재적응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옮긴 학교마저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시행착오는 대안학교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 또는 현실이 아닌 환상에 근거한 판단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많은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기존의 학교교육 현실에 실망한 나머지 대안학교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해서 대안학교는 문제의 해결책이라기보다 그러한 해결을 지향하는 시도이고 실험이다. 아이들을 점수벌레로 만드는 교육 대신 스스로 세계를 이해하고 탐구하기를 유도한다. 엄격한 규율로 생활을 재단하기보다는 무엇이 자신에게 이로운지 판단하도록 권유한다. 대학을 가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대신 자신의 진로를 생각하여 대학에 갈 준비를 하든지 다른 길을 택하든지 선택하게 한다. 미래의 삶에 현재를 저당잡히기보다는 현재의 삶에 충실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딱한 것은 이러한 시도조차 많은 현실적인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대안학교들은 재정적으로 열악하여 충분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 작은 학교이다 보니 교사 수도 늘 부족하고 그나마 새로운 교육에 익숙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또 새로운 이념에 적합한 교육과정이나 교재도 아직 정착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일반학교와 같은 기준으로 통제하려는 당국의 태도는 대안적인 교육적 시도를 상당히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형편에 봇물 터지듯 제기되는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적 요구를 제대로 수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여기서 생기는 크고 작은 충돌과 불만이 대안교육의 이상에 회의를 갖게 만든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대안학교의 교육을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안학교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올바른 선택을 하자는 것이다. 사실 조금만 차분하게 생각해 보아도 대안교육이나 대안학교에 관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은 현실에 바탕을 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의 희망과 기대를 표현한 것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그것은 하나의 이상에 불과한 셈이다. 그 이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고통이 수반돼야 한다. 따라서 대안학교의 선생님들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새로운 교육을 누리라고 하기보다는 함께 만들어가기를 요구한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교육에 대한 기대의 수준과 내용을 바꾸는 것이다. 3년 간의 고등학교 과정이 대학이라는 미래의 준비가 아니라 그 자체로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이 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고등학교 교육이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축적하기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세계를 이해하고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역량(capacity)을 키워주는 과정이라는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대학의 선택은 그러한 과정의 자연스러운 결과이지 목표가 아니다. 그리고 대안학교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이러한 인식과 목표를 공유하고 그것을 공동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교육공동체로 이해돼야 한다. 대안학교와 일반학교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이러한 인식과 목표를 인정하고 그것을 학부모나 학생과 더불어 함께 추구하는지 여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이러한 생각을 갖고 또 실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대안학교를 선택한다는 것은 충분한 검토와 각오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좀 과장된 어조로 표현한다면,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사람은 새로운 교육의 장을 열기 위한 선구자의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선구자에겐 늘 헤쳐나가야 할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으며, 고독과 불안이 따라다닌다. 그러나 그가 간 길은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통로가 된다.



주간동아 2000.12.07 262호 (p7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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