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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구조조정요? 돌팔이가 수술하는 격이죠”

한국노총 이남순 위원장 … “필요성 인정하지만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 안 될 말”

“구조조정요? 돌팔이가 수술하는 격이죠”

“구조조정요? 돌팔이가 수술하는 격이죠”
한국노총이 노동계 ‘동투’(冬鬪)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김대중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던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 연대해 총파업을 선언하는 등 ‘노정 격돌’의 전위대를 자임하고 나섰기 때문. 97년 1월 노동법 개정 파문으로 양대 노총이 연대 파업을 실시한 적은 있지만 김대중 정부 들어 한국노총이 총파업을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무노조 출신의 온건파로 분류되던 이남순 위원장이 총파업을 선언한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조흥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역임하다 전임 박인상 위원장이 민주당 전국구로 국회에 진출하면서 실시된 올 5월26일 선거에서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위원장에 당선됐다.

한국노총은 이미 총파업 실시를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는 상태. 이남순 위원장이 11월24일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을 만나 공동 총파업을 추진키로 합의하고, 총파업에 앞서 12월5일 시한부 공동 경고 파업을 하기로 선언했다. 양대 노총 합의 다음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집무실에서 만난 한국노총 이남순 위원장은 비장한 결의를 내보였다.

“투쟁을 위한 투쟁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추진하면서 외압에 의해 굴복하는 일은 없었다고 자부한다. 그런 점에서 나같은 합리주의자들이 오히려 강력한 투쟁을 이끌 수 있다.”

그러나 이위원장의 주장을 듣다보면 그가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감지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이를 추진하는 방식이나 과정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었다. 정부가 진지한 자세로 협상에 임한다면 언제든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 자신도 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정부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노동계를 구조조정의 ‘대상’으로만 생각, 무조건 따라오라는 태도다. 아무리 구조조정이 옳다고 해도 노동자 개인 입장에서는 해고의 아픔보다 더 큰 것은 없는데 그런 식의 고압적이고 무성의한 태도로는 더 이상 노동계를 설득할 수 없다.”

이위원장은 또 언론에 대해서도 섭섭한 감정을 솔직히 토로했다.

“언론에서는 공기업 노조의 반발로 공기업 구조조정이 전혀 안 됐다고 주장하는데, 98년 이후 공기업에서는 많은 인력 감축이 있었다. 감원 이후 업무량 폭증으로 과로사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을 정도다. 공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은 낙하산 인사에 의해 선임된 경영자가 아닌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 효율성 제고일 것이다.”

“그동안 한국노총이 자제해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참는 데도 한계에 다다랐다.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투쟁하지 않는 노조는 이미 노조가 아니다.”

이위원장이 강경투쟁으로 나선 것은 한국노총 내 강경파에 의해 이위원장이 끌려다니기 때문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는데….

“한국노총 중심세력은 민주노총과의 연대를 통한 강경투쟁에 오히려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 정부 관계자들은 협상력이나 정치력에서 앞선 한국노총이 강경투쟁에 나서면 민주노총 힘만 키워줄 것이라면서 양대 노총을 이간질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한국노총의 그런 강점을 언제 인정해주기나 했는가.”

그래도 현 정부 관계자들은 노동계를 많이 배려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정부 관계자들은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시절부터 노동계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의 노사관계는 과거와는 질이 다르다. 1년 이상 노동계 대표를 만나지 않고 있는 김대통령이 최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김대중 대통령의 상황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인가.

“유감이지만 최근 들어 그런 생각을 갖게 됐다. 김대통령은 최근 구조조정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외과의사가 수술하는 심정으로 후유증없이 하라’고 지시했다고 하는데,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얘기다. 현 정부 구조조정은 돌팔이 의사가 부엌칼을 들고 환부를 여기저기 찢어보는 식이다.”

그렇다면 김대중 정부와 결별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가.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으나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고려해볼 수도 있다. 정부는 김대중 정권 탄생에 나름대로 기여했을 뿐 아니라 98년 노사정 대타협에 앞장섰고 그동안 정부의 구조조정에도 협력해왔던 한국노총이 무엇 때문에 민주노총과 연대 총파업을 선언하게 됐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현장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0월8일 한국노총 공공노협과 민주노총 공공연맹이 결합해 4만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11월19일 4만여명이 참석한 한국노총 집회가 있었다. 어느 해보다 조합원들의 참여율과 열성이 높은 편이다. 이런 추이를 볼 때 정부가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동투(冬鬪)는 대단한 파괴력을 가질 것이다.”

한국노총은 노사정 탈퇴를 선언했는데, 노사정 참여를 위한 전제 조건은 무엇인가.

“서로간 신뢰 확보와 논의 내용 및 과정상 투명성 확보, 그리고 파트너십 인정 등이 전제된 상황에서 4대 제도개선 과제(임금 삭감 없는 주 40시간 노동, 주 5일 근무 쟁취, 단체협약 실효성 확보,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자율성 보장, 비정규직 보호)가 해결되고 노조와 충분한 협의하에 공공-금융-기업부문 구조조정이 추진된다면 다시 노사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실업대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마디로 미흡하다. 기존 대책을 재탕 삼탕하는 느낌이다. 근본적으로 무리한 구조조정을 중단해 정부 스스로 실업자를 양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올해 말 실업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내년에는 얼마나 많은 실업자가 양산될지 모른다. 정부는 한국노총 주장대로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구조개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제통화기금이 요구한 대로 해외자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국부의 헐값 매각 정책, 무분별하고 건수 위주의 구조개혁 정책은 결코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정부는 노동자 서민의 관점에서 국민경제 전반을 고려하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의 결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고 있는 등 노조의 위상이 많이 약화되고 있는데…

“그럼에도 노동조합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노조는 비정부기구(NGO)로 명명되는 시민사회단체의 중심축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한국노총과 같은 전국 단위의 노조조직은 주요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문제에 대해 정부와 정례적인 사회협약을 체결하는 날이 올 것이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경영참가 형태로 노조의 역할이 부각될 것이다.”



주간동아 2000.12.07 262호 (p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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