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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민주 … ‘레임덕’ 부른다

‘선거비용 실사 개입 의혹’ 파문 등 ‘정권 위기론’ 대두…“대통령 통치력과 직결”

못말리는 민주 … ‘레임덕’ 부른다

못말리는 민주 … ‘레임덕’ 부른다
김영삼정부가 임기 절반의 반환점을 코앞에 놓고 있던 지난 94년 4월. 당시 민주당 박지원 대변인(현 문화관광부 장관)은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잇따른 실정과 실책을 프로야구 경기에서의 홈런에 비교한 적이 있다. ‘정국혼란 시리즈’ 경기에서 여권이 기록한 ‘실정 홈런’이 이회창 총리(당시)의 사임 파동과 김현철씨의 한약업사 정치자금 수수사건 등 만루홈런을 포함해 무려 15개나 된다고 표현했던 것. 당시 박대변인은 최종 경기관람평으로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안타 정도가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정국 혼란 홈런을 쳐대고 있다”며 “또 어떤 홈런이 터질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6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 박대변인의 당시 논평은 현 여권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기에 충분할 듯하다. 여권 내부에서 크고 작은 실책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윤철상 의원(사무부총장)이 김대중정부 집권 후반기 출발 첫날(8월25일)에 4·13 총선 선거비용 축소신고 지시와 검찰수사 및 선관위 조사 개입 관련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것은 그야말로 ‘실책성 쓰리런 홈런감’.

야당, 정권 도덕성 들먹이며 총공세

이날 오전 민주당의 비공개 의총에서 선거법 위반 조사자 명단에 포함된 송영길 의원이 “중앙당이 교육을 제대로 했으면 이런 일이 있었겠는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미국에 출장가 있는 의원이 선거법 위반에 걸리자 전화까지 걸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우리 당은 신문을 보고 알 정도니 이러고도 여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지도부를 비판하고 나서자 이에 발끈한 윤의원이 반박하는 과정에서 발언 수위를 조절하지 못했던 것.

흥분한 윤의원은 “선거 전 지구당 사무국장과 선거기간 중 회계책임자에 대해 전체 교육뿐 아니라 광역별 교육까지 했다. 법정선거비용을 신고할 때에는 ‘추가비용 발생에 대비해 2분의 1만 하라’고까지 교육시켰다… 기소돼야 하지만 기소 안 된 사람 수도 열 손가락이 넘는다”고 말했다. 선거사범 수사와 관련해 검찰과 사전 협의를 했다는 의혹을 갖게 하는 발언이었다.



더구나 수습을 위해 나선 정균환 총무마저도 “선관위 검찰과 계속 연락을 취하며 사전체크도 해봤다”고 말해 야당의 공세 빌미를 제공했다. 당장 한나라당 김기배 사무총장은 26일 대통령의 사과와 엄중 조사 지시를 촉구했고, 이회창 총재도 28일 검찰과 선관위를 ‘이 정권의 하수인’이라 지칭하며 “역대 어느 정권도 이보다 더 부정하고 부도덕한 적은 없었다”고 초강경 대여투쟁을 선언했다.

특히 야당은 최근 송자 교육부 장관의 삼성전자 사외이사 시절 실권주 인수 사실, 박상희 의원의 중소기업협동조합 회장직 유지 파문, 양성철 주미대사의 발언 실수 등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또다시 윤의원 설화(舌禍) 사건이 터지자 현 정권의 도덕성을 문제삼을 호기로 파악해 전방위적 총공세에 나섰다.

윤의원 발언 파문이 터진 8월25일 같은 장소에서 나온 안동선 의원의 발언도 역시 당내에 메가톤급 파문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안의원은 “동서간 연대를 표방한 후보 3명이 대구에서 대의원 200여명을 모아 놓고 호화판 회식을 했다”고 주장하며 “이번 경선이 더럽고 치사하게 치러졌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지도부가 알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또 “전당대회 후 당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당에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내부에서야 할 수 있는 얘기지만, 야당의 공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좀더 신중하고 현명한 방법이 아쉽다”는 것이 당내 평가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불만을 엉뚱한 데 풀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어찌됐든 여권의 각종 ‘실책 홈런’이 최근에만 잇따라 5개나 터진 상황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여권 인사들의 말실수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김영배 상임고문은 지난 5월 김대통령 야당 시절 비서진 모임인 ‘인동회’에서 “자칫 우리가 정권재창출에 실패하면 이 나라에는 엄청난 피바람이 불 것”이라고 말해 야당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김고문은 총재권한대행 시절이던 99년 7월에도 “김종필 총리 때문에 특검제 대야 전략이 어려워졌다”고 JP를 비난하고 “총리는 총리, 나는 나…”라고 호기 있게 나갔다가 “이제 헤어질 때가 되었구먼”이라는 JP의 말 한마디에 낙마했다.

또한 천용택 의원은 국가정보원장 시절인 지난 99년 12월 검찰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김대통령이 개정 정치자금법이 통과되기 전인 지난 97년 대선 때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으로부터 (외부의) 대선자금을 전달받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정보기관의 책임자로서 너무 ‘어이없는’ 실수였다. 전임인 이종찬 전 국정원장도 99년 11월 언론문건 파문의 와중에서 “국정원에서 갖고 나온 문건도 함께 도난당했다”고 털어놓아 화를 자초했다.

여권 핵심 인사들의 실수나 실책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런 양태가 결국 집권 세력의 ‘국정 경쟁력’을 측정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 때문. 특히 정치인들의 실수는 자신의 정치 생명은 물론 대통령의 통치력 문제에까지 직결되는 사안이라 그만큼 폭발성을 안고 있다. 단순히 야당 체질을 벗어나지 못했다거나 신중하지 못하다, 무능력하다는 비판에서 그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28일 최고위원 후보들이 일제히 ‘당 위기론’을 꺼낸 것도 이같은 이유다. 이날 수원의 합동 연설회에서는 “민심이 멀어지면 정권재창출도 어렵다는 점을 냉정히 자성해야 한다”(이협)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민심과 당심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는데 중앙당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정동영) 등 자성론이 쏟아졌다.

이같은 관점으로 볼 때, 정권 담당자가 더욱 심각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윤철상 의원의 발언이 아니라 안동선 의원의 발언. 안의원이 전당대회 이후 당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대해 경고하고 나선 것은 단순히 경선 후유증에 대해 말한 것이 아니라, 당내 패권 다툼의 파란을 예고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 김대통령의 ‘레임덕’(정권 말기 권력 누수 현상)을 예고하는 성격을 갖기도 한다. 최근 송자 교육부 장관이나 박상희 의원 등의 도덕성 시비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본인들이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 사실 역시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김대통령의 추진력에 누수 현상이 생길 것을 염려한 것. 김대통령은 28일 당 지도부 주례보고에서 “당과 국가를 위해 사심 없이 헌신하고 노력한 사람이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정대철 의원이 25일 “레임덕이 서서히 진행돼야 급격한 정치변동에 따른 충격을 줄이고 권력 이양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 “인위적으로 막으려 한다고 해서 레임덕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등등 ‘레임덕 불가피론’을 편 것은 결과적으로 임기 후반에 들어선 김대통령의 권력 장악력 문제를 표면으로 올린 성격이 강하다. 여권 핵심 인사들의 잇따른 ‘설화괴담‘이나, 이에 따른 여권 내부의 난기류가 던지는 파장이 결코 작지 않게 보이는 요즘이다.





주간동아 2000.09.07 250호 (p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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