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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北風 타려다 역풍 맞는다

여권, 총선용 ‘북풍몰이’ 자제령…정부의 ‘안보 무능론’ 대두될 수도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北風 타려다 역풍 맞는다

北風 타려다 역풍 맞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사진 제공 · 청와대]

2월 11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나 북한 핵실험, 미사일 발사 문제를 총선에 이용하려 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대표는 “2월 임시국회 대정부 질문자로 나서는 의원들이 이런 부분에서 말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잘못 판단하고 그런 뉘앙스로 주장하지 않도록 원내지도부가 신경 써달라”고 당부하면서 “북한의 안보 위협과 남북 긴장 국면은 철저히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야당 후보를 상대로 선거에서 이용하려고 발언을 ‘오버’해선 안 되고, 그런 뉘앙스조차 풍겨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남북관계 ‘색깔론’ 자제령을 내리며 총선에 이용하지 말라고 선제적으로 당부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정치권에서는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치른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여권이 대대적인 ‘북풍몰이’에 나섰다 오히려 역풍을 맞았던 경험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한 정치평론가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 안보문제를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게 되면 국민적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 같은 점을 의식한 김 대표가 선제적으로 당 소속 의원과 총선 후보자들에게 ‘주의’를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접경지역 표심을 읽어라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남북관계에 대한 여론은 크게 두 가지로 분리해서 봐야 한다”면서 “첫째는 ‘북한에 문제가 있다’는 일반적인 여론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라며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북한 책임론을 과도하게 부각하려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국내외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 비판 여론이 비등한 상태. 하지만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자체는 잠재적 위협이 될 수는 있지만 당장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로 국면이 바뀌었다. 남측이 자본과 기술을 대고, 북측이 군대를 뒤로 물려 토지와 노동을 제공해 함께 돈 벌며 평화를 가꾸던 터전이 하루아침에 군사 대결의 전초기지로 변모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
김 교수는 “2010년 지방선거 때 접경지역의 선거 결과는 심리적 요인뿐 아니라 재산권이 표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라며 “긴장이 고조돼 땅값이 떨어지고 관광객이 줄면 그 영향이 접경지역 주민 표심에 영향을 끼쳐 보수 정당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폭침’으로 대대적인 ‘대북 규탄’에 나섰던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접경지역에서 야당 또는 무소속 후보가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인천시장(송영길)과 강원도지사(이광재)에 당선했고, 강화군수와 인제군수는 무소속 후보가, 파주시장은 민주당 후보가 당선했다. 이 같은 선거 결과는 접경지역 주민들이 남북 대결보다 평화협력을 더 원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됐다.
북한 문제를 선거에 활용하려다 실패한 또 다른 사례로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꼽힌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16대 총선을 사흘 앞두고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전격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남북정상회담 발표는 보수층과 영남표 결집을 촉발했고,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과반에 가까운 의석으로 원내 1당에 오르는 주요인이 됐다.
한 선거 전문가는 “정권이 선거 때 북한 문제를 활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는 순간 민심은 등을 돌렸다”면서 “2000년 총선 때는 투표 사흘 전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전한 집권당에 국민이 표로 견제했고, 2010년 지방선거 때도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에 천안함 폭침 사건 결과를 발표한 정부 여당에 대한 정권 견제 심리를 유권자들이 표로 표출했다”고 말했다.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대한 감정적 반발감이 현재는 크게 고조된 상태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가 뭔가 해결책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안정 욕구가 싹 트게 되면 20대 총선을 치르는  4월 중순에는 현재 분위기와는 다른 표심이 표출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안보 전문가는 “남북 긴장 국면이 장기화하면 국민 사이에 피로도가 누적돼 원망의 화살이 정부로 향할 수 있다”며 “정부의 안보 무능론이 대두되면 4월 총선에서 여당이 불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北風 타려다 역풍 맞는다

2000년 4월 10일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왼쪽)[동아일보]. 2010년 5월 24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국군통수권자로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동아DB]

한반도의 발칸지역화 우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개성공단 폐쇄로 군사적 충돌이 일상화돼, 한반도의 발칸지역화가 우려스럽다”며 “지금까지는 개성공단 덕에 남북관계가 경색되더라도 말싸움, 기싸움 수준에 머물렀는데 앞으로는 한반도의 불안정이 상시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은 열강들이 각축전을 벌였던 구한말 때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면서 “그때는 무방비로 당했지만, 최소한 우리끼리 내부에서는 싸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선거 전문가들은 선거 결과에 끼치는   3요소로 구도와 인물, 바람을 꼽는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 구도는 새누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해졌다. 야권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양분되면서 일여이야(一與二野) 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 각 당 공천 이후 어느 정당이 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느냐에 따라 선거 유불리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한반도에 드리워진 암운은 4월 총선에 영향을 끼칠 중대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공산이 크다. 단순히 선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장차 한반도의 명운까지 바꿀 전운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개성공단 폐쇄’란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듦으로써 남북관계에 새로운 국면 전환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김경재 전 대통령비서실 홍보특별보좌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한 현 상황은 한반도 전체에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약처방이 오히려 남북관계에 새로운 활로를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는 인간의 욕구를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식욕과 성욕, 수면욕 등 생리적 욕구를 첫 번째로, 생존을 위한 안전에 대한 욕구를 두 번째로 꼽았다. 세 번째 욕구는 애정과 소속감, 네 번째는 자기 존중, 그리고 다섯 번째 욕구는 자아실현으로 규정했다. 매슬로의 인간 욕구   5단계론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4월 총선에서 ‘안전에 대한 욕구’를 ‘표’로써 ‘애정과 소속감’으로 선택하게 될 전망이다. 4186만(2015년 12월 말 기준) 유권자의 선택에 한반도의 명운이 달렸다. 






주간동아 2016.02.17 1025호 (p16~17)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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