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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청춘이라 죄송합니다

청년 울리는 신입사원 연수 백태

기마자세 기합 받고, 술잔 닦는 법 배우고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이규원 인턴기자

청년 울리는 신입사원 연수 백태

청년 울리는 신입사원 연수 백태

일부 기업이 신입사원 연수에서 연수생들을 대상으로 술자리에서 상사에게 술 따르는 법 등을 교육해 물의를 빚고 있다. 동아일보(왼쪽) 신입사원 연수에서 기마자세를 시켜 물의를 빚은 한 은행의 연수 모습. KBS 뉴스 캡처

“무릎 올리지 않습니다!” “자세 낮춥니다!”
2014년 2월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영상 속 교관들의 고함소리다. 영상이 촬영된 장소는 군부대 훈련소가 아니라 한 시중은행 신입사원 연수원. 영상 속에서 하의를 걷어 올린 채 맨발로 단체기합을 받은 이들은 이 은행 해당 연도 신입사원들이었다. 당시 은행 측은 해당 장면이 직장인으로서 새 출발을 잘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의 뭇매를 피하지는 못했다. 문제는 이른바 ‘기마자세’ 영상이 공개된 지 2년여가 지난 지금도 상당수 기업에서 이런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12월 인터넷 취업정보 사이트 ‘인크루트’가 자사 회원 4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 이상의 업체에 취업한 신입사원 3명 가운데 1명(34%)이 신입사원 연수를 받은 후 입사를 포기하고 싶어졌거나 실제로 포기했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30%는 연수원에서 기업의 ‘갑질’을 경험했다고도 밝혔다. 이른바 ‘갑질’ 종류로는 세뇌교육, 조직문화 강요, 과도한 음주·가무, 폭언, 군대 같은 분위기 등이 꼽혔다.



“여직원은 사무실의 꽃?”

A그룹 신입사원 연수에 참여했던 B(25) 씨는 “임원 특강 중 부회장이 ‘여직원은 사무실의 꽃’이라며 ‘여성 여러분은 각자 사무실에 배치되면 사무실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성차별적 발언을 해 깜짝 놀랐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A그룹 홍보 담당자는 “해당 임원은 당시 관계자가 써준 원고를 그대로 읽었을 뿐이다. 내용에 여성 직원들을 격려하는 취지의 발언이 포함된 건 맞지만, 분명 긍정적인 의미에서 한 말이지 성차별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A그룹이 신입사원 연수에서 제공한 ‘비즈니스 매너’ 교육 프로그램의 내용이 불쾌했다는 연수생도 있었다.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한 A그룹 소속 강사는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라고 강조하면서 상사 술잔 닦는 법, 상사에게 술 따르고 잔 돌리는 법, 좌식 술집에서 상사의 신발을 기억하는 법 등 ‘술자리에서 갖춰야 할 태도’ 40여 가지를 교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그룹 홍보 담당자는 “그와 같은 강의가 진행된 건 맞지만, 이는 영업과 서비스라는 그룹 업무 특성상 현장에서 필요한 내용을 신입사원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사에게든 고객에게든 음주 예절을 갖추는 건 중요한 일 아니냐”며 “무한경쟁 시대에 닦지도 않은 술잔을 고객에게 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용구 기업책임시민센터 사무국장은 “신입사원에게 술자리에서 상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부터 가르친다는 건 소위 ‘연줄문화’의 소산으로, 객관적 업무 능력보다 누구와 인간관계를 잘 맺느냐, 상사에게 얼마나 잘 보이느냐를 중시하는 사내 문화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신입사원 연수 과정에서 직무와 무관한 춤, 노래 등을 연수생들에게 강요해 신입사원들과 회사 간 불협화음을 빚은 사례도 있다. 2015년 하반기에 진행된 C기업 신입사원 연수에서는 이런 마찰로 연수 도중 신입사원이 퇴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미 연수가 3주 이상 진행된 상태였다. C기업 홍보 담당자는 이에 대해 “해당 연수생의 태도가 불량해 도저히 통제가 안 되고, 그로 인해 다른 연수생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친다는 연수담당자들 의견이 있었다”며 “해당 연수생과 회사가 잘 이야기해 스스로 퇴사하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앞서 소개한 인크루트 설문조사에서는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암기 강요 행태가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한 응답자는 “어느 기업 신입사원 연수에 참여했는데 자정쯤 연수생들에게 기업 회장 어록집을 나눠준 뒤 쉼표 위치까지 외우라고 지시했다. 다음 날 오전 6시 해당 내용에 대해 시험을 치르고 일정 점수 미만은 불합격 처리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해당 기업 홍보 담당자는 “신입사원에게 암기하게 한 것은 회장 어록이 아니라 기업 경영 이념이었으며, 시험 형식도 괄호를 채워 넣는 수준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일부 연수생이 밤늦게까지 연수 내용 습득에 매진하기도 했지만 이는 연수생이 자발적 의지로 공부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다양성 존중해야 살아남는다”

청년 울리는 신입사원 연수 백태

동아일보DB

국내 대기업들은 가을에 하반기 공개채용을 실시한다. 이에 따라 매년 12월과 1월은 전국 각지의 기업 연수원에서 신입사원 연수가 진행되는 시기다. 이 무렵 많은 신입사원이 회사 ‘갑질’로 인한 고통을 토로한다. 기업들의 이런 신입사원 연수문화에 대해 김지현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입사원들에게 획일적인 조직문화에 몰입할 것을 강요하는 현행 연수 프로그램은 개인이 가진 인지적 다양성을 죽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특히 기업을 둘러싼 국내외적 상황이 급변하는 현실에서 조직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려면 내부에 높은 수준의 다양성이 유지돼야 한다. 지금 같은 연수 방식은 조직의 외부 적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기업 환경에 맞지 않다”고 우려했다.
한편 합리적인 신입사원 교육으로 명성이 높은 외국계 석유화학기업 D사는 신규 입사자 교육에 하루 내지 이틀 정도만 할애한다. 신입사원이 공통으로 알아야 할 회사 전반에 대한 내용을 교육하는 데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치 않다는 것. D기업 인사교육 담당자는 “우리 기업의 신입사원 교육 목표는 신규 인력이 회사에 대한 전반적 내용을 최대한 단시간에 익혀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어주는 데 있다. 연수 과정도 섹션별로 업무 전문성을 갖춘 부서장이 주도해 일방향적 전달이 아닌 참여형 토론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간동아 2016.01.27 1023호 (p28~29)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이규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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