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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미술품 시장에 뛰어들다

미술품 유통 연간 1조 원대로 급성장세… 미술품 전시·판매 직접 나선 백화점 3사

  •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백화점, 미술품 시장에 뛰어들다

지난해 5월 개최된 ‘롯데아트페어 2022 부산’. [롯데백화점 제공]

지난해 5월 개최된 ‘롯데아트페어 2022 부산’. [롯데백화점 제공]

# 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요즘 미술품 감상을 위해 갤러리 대신 백화점을 즐겨 찾는다. 구사마 야요이, 박서보 등 세계적인 작가의 전시가 종종 열리고, 방문과 주차가 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고양이 화가로 일컬어지는 영국 화가 ‘루이스 웨인 展’을 보기 위해 현대백화점 코엑스점을 찾아 인증샷도 여러 장 남겼다. 또 백화점에서 미술품 구매가 가능하다고 해 조만간 상담도 받아볼 생각이다.

한국 미술품 시장이 최근 급성장하는 가운데 백화점업계가 미술품을 전시·판매하는 ‘아트 비즈니스’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객을 끄는 효과적인 유인 수단인 동시에 백화점 수익을 늘리는 신사업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미술품 시장은 역대 처음으로 미술품 유통액 1조377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 7563억 원 대비 37.2% 성장한 수치다. 특히 아트페어 분야가 크게 성장하고 있는데, 매출액은 2021년 1889억 원에서 지난해 3020억 원으로 59.8% 늘었다.

백화점업계가 갤러리와 아트페어를 자처하며 미술 사업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미술품의 새로운 고객층이자 백화점 주 타깃층으로 떠오른 MZ세대가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미술품 시장은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이 유입되면서 경매 최고 낙찰률, 작품 최고가 낙찰 등을 보이며 큰 호황을 누렸다. 일부 재력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미술품이 대중과 친근해졌고, 컬린이·미린이(컬렉션·미술품+어린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특히 MZ세대가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미술품을 선택하면서 미술품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는 핵심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매장에서 그림 판매하고, 자체 아트페어 개최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3층에 자리한 ‘아트스페이스’. [신세계백화점 제공]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3층에 자리한 ‘아트스페이스’. [신세계백화점 제공]

백화점업계 최초로 갤러리를 만든 신세계백화점은 그동안 다양한 전시를 통해 차별화된 아트 마케팅을 시도해왔다. 2011년 ‘현대미술의 군주’로 불리는 제프 쿤스의 ‘새크리드 하트(Sacred Heart)’를 본점 본관 트리니티 가든에서 공개하고 작품 이미지를 활용한 마케팅을 동시에 기획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2020년부터는 강남점 3층을 리뉴얼해 해외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매장과 함께 매달 100여 점의 미술품을 전시·판매하는 ‘아트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유명 작가의 미술품을 매장에 상설 전시하고, 직접 판매까지 한 것은 업계 최초였다. 쇼핑 공간에 자연스럽게 미술품을 전시해 감상을 유도하면서 예술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곳에는 작품 상담과 구매를 돕는 큐레이터가 상주한다. 2021년 3월 신세계 주주총회에서는 ‘미술품 전시·판매·중개·임대업 및 관련 컨설팅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최근에는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를 직접 제작하고,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디지털 갤러리와 온라인 경매의 장을 마련하는 등 MZ세대 고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진행하는 전시, 아트페어를 통해 미술전시를 처음 관람하거나 작품을 구매한 고객이 계속 늘고 있다”며 “앞으로는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미술품을 살 수 있도록 플랫폼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에만 서울 본점과 잠실점 등 6곳의 아트 갤러리를 통해 국내외 작가 150여 명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특히 지난해 5월 국내 최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아트부산’ 기간에 맞춰 자체적으로 처음 아트페어를 진행해 주목을 끌었다. ‘롯데아트페어 2022 부산’에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싱가포르의 현대미술 갤러리 ‘해치 아트 프로젝트’, 아시아 최대 화랑 ‘탕 컨템퍼러리아트’ 등이 참여했으며 추상미술 거장이자 ‘물방울 화가’로 불리는 김창열, 중국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우웨이 등의 작품이 전시됐다. ‘단색화 거장’ 박서보와 이탈리아 리빙 브랜드 ‘알레시’가 협업해 만든 한정판 와인 오프너도 아트페어에서 처음 선보였다. 최근에는 영국 신진 작가 알피 케인의 개인전을 아시아 최초로 열었다. 케인은 미술 사이트 ‘ARTSY’에서 올해 컬렉터들이 가장 기대하는 작가 1위로 뽑은 신진 글로벌 아티스트다. 전시는 서울 잠실 에비뉴엘점에서 2월 19일까지 열린다.



국내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국제 대구 아트페어’의 시사회 ‘아이다프 프리뷰전’이 지난해 3월 더현대 대구에서 열렸다. [현대백화점 제공]

국내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국제 대구 아트페어’의 시사회 ‘아이다프 프리뷰전’이 지난해 3월 더현대 대구에서 열렸다.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부터 대형 아트페어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한 ‘2022년 BAMA(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프리뷰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점과 선의 대가’ 이우환, ‘미국 팝아트 선구자’ 앤디 워홀, 호박 작품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구사마 야요이 등 예술 거장의 작품 160점을 선보였고 약 3만 명이 관람했다. 지난해 3월에는 ‘더현대 대구’에서 대구화랑협회가 주관하는 국내 3대 아트페어인 ‘국제 대구 아트페어’의 시사회 성격을 띤 ‘아이다프(iDAF) 프리뷰전’을 진행해 국내외 예술 거장들의 작품 380여 점을 전시했다. 지난해 8월에는 한국화랑협회와 국내 미술품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9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Kiaf) 서울(한국국제아트페어)’에 함께 참여했다.

2월 10일부터 19일까지 부산점에서는 국내외 유명 작가의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2023년 BAMA 프리뷰전’을 단독으로 진행한다. 3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12회 BAMA’의 사전 행사로 이우환, 박서보, 구사마 야요이 등 국내외 작가 70여 명의 회화·조각 등 작품 150점을 전시한다. 전시장에는 전문 도슨트가 상주해 작품 설명과 구매 상담을 받을 수 있다. 3월 판교점에서는 예술 작품 전시·판매 행사인 ‘판교 아트 뮤지엄’이 열린다.

차별화된 아트 사업 위해 조직 강화

백화점 3사는 아트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말 갤러리 담당 조직을 3개 팀(ART MD팀, ASSET팀, 콘텐츠팀)과 관리파트로 세분화하고 인력도 기존 담당 이하 19명에서 25명까지 늘렸다. 현대백화점은 문화·예술·공연·전시 등 문화 콘텐츠 관련 사업을 전담하는 ‘문화콘텐츠팀’을 별도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는 아트페어와 협업을 강화하고자 큐레이터 3명이 포함된 ‘콘텐츠TF’를 구성했다. 롯데백화점은 좀 더 수준 높은 아트 사업을 선보이기 위해 2021년 아트콘텐츠실을 신설했다. 당시 프랑스계 글로벌 화랑인 오페라갤러리의 서울 디렉터를 거쳐 아트 컨설턴트로 활동해온 미술 전문가 김영애 씨를 상무로 영입했다. 초기 7명으로 시작한 아트콘텐츠실 규모는 전문 인력을 보강하며 현재 11명으로 늘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술품으로 대표되는 아트 영역은 이제 MZ세대를 중심으로 관심사나 취미를 넘어 생활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는 추세”라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으로 재편된 유통 시장에서 백화점업계가 오프라인 시장의 돌파구로 선택한 분야가 바로 아트 마켓”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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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75호 (p34~36)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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