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5

2023.02.03

대통령실 ‘꼬꼬무 해명’이 尹 리스크 키운다

[이종훈의 政說] 尹 ‘무오류 존재’ 만들려는 대통령실… 잦은 논란에도 “문제없다” 해명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3-02-0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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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스위스 다보스 포럼 참석 등 순방 일정을 마치고 1월 2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스위스 다보스 포럼 참석 등 순방 일정을 마치고 1월 2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뉴스1]

    무오류의 착각에 빠지는 순간 정권은 위험해진다. 윤석열 정부의 현 상태는 어떨까. 점점 착각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여러 징후가 보이기 때문이다.


    무오류 착각에 빠진 尹 정부

    첫 번째 징후는 지난해 9월 21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 방문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대한 대통령실 대응에서 나타났다. ‘바이든’이었나, ‘날리면’이었나를 다시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당시 참모진 머리를 지배한 생각이 무엇이었는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다. 그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을 ‘무오류의 존재’로 만들고 싶어 했다.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윤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을 리 없다”고 믿게 만들려 애썼다.

    두 번째 징후는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응에서 나타났다. 대통령실은 당시 매우 신속하고 자세하게, 또 여러 차례에 걸쳐 윤 대통령의 대응 내용을 공개했다. 이례적인 대응에 초기에는 평가가 좋았다. ‘사고 신고 1시간 30분 뒤인 오후 11시 46분 첫 번째 지시→30분 뒤인 익일 0시 16분 2차 지시→40여 분 뒤인 0시 58분 긴급 상황점검회의 직접 주재’ 같은 순이었다.

    세 번째 징후는 지난해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침투에 대한 대응에서 나타났다. 사고 이후 대통령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 상황도 아니었고 열 필요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가안보실장이 수시로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받고 있었고 필요한 경우 국방부 장관을 통해 합동참모본부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때처럼 윤 대통령의 대응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네 번째 징후는 1월 15일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당시 ‘이란 논란’에 대한 대응에서 나타났다. 대통령실은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국민으로 하여금 윤 대통령이 말실수를 했을 리 없다고 믿도록 애썼다. 기록 차원에서 명기는 하고 넘어가야겠다. 윤 대통령은 당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입니다”라고 말했다.



    임기 초 쓴맛을 본 대통령실이다. 지난해 8월 8일 서울 강남 지역 폭우 사태 당시 미흡한 대응이 논란이 됐다. 특히 윤 대통령이 퇴근한 후 자택 주변이 물에 잠겨 이동 불가 상태에 빠졌던 것 때문에 맹비난을 받은 바 있다. 대통령실은 들끓는 인적 쇄신 요구에 불가피하게 비서관급과 행정관급 50여 명을 교체해야 했다. 지난해 9월 7일로, 뉴욕 유엔총회에서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이 불거지기 2주 전 일이었다.

    그때의 아픈 추억 때문인지 참모진 교체 이후 대통령실 기조는 철통방어 전략으로 변했다. “앞으로 절대 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내놓을 일은 만들지 않겠다”는 결의도 더 강해진 듯하다. 윤 대통령을 무오류의 존재로 만들려는 노력은 이 같은 기조에서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고맙기도 하고 가상하게 여겨지기도 할 테다.

    뒤바뀌는 해명들

    문제가 없을 리 없다. 첫 번째 문제는 윤 대통령의 고립이다. 무오류의 존재인 윤 대통령은 청정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참모진은 대통령이 분노에 휩싸여 혹시라도 실수할 여지를 줄이고자 보고서를 아름답게 꾸미려 애쓸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마사지’다. 좋은 내용이 담긴 보고만 받은 윤 대통령은 나라가 평화롭다고 착각할 수 있다. 민심이 있는 그대로 전달될 리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는 해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선 네 가지 징후 각각에서 이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당시 대통령실은 16시간 만에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일주일 뒤엔 “기억이 없다더라”라고 전했다. 이태원 참사 당일 주무 부처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로부터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윤 대통령의 당일 1차 지시는 이 장관에게 내린 것이었다. 석연치 않은 상황이 연달아 벌어지면서 밑도 끝도 없는 해명 열전이 펼쳐졌다.

    북한 무인기 침투에 대한 해명은 더욱 심각했다. 대통령실은 실시간으로 긴박하게 대응한 것처럼 밝혔지만, 정작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각은 낮 12시 12분쯤으로 밝혀졌다. 용산으로 내려왔던 무인기가 북한으로 되돌아간 시점이었다. 이란 관련 발언에 대한 해명은 ‘바이든-날리면’ 논란 당시보다 한층 더 꼬였다. 후자가 청각 테스트였다면 전자는 독해 능력 시험처럼 느껴졌다.

    ‘대통령을 잘 모시겠다’는 참모진 마음은 이해한다. 그래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무오류의 존재는 있을 수 없다. 더욱이 실수가 잦은 대통령을 그렇게 만들려면 더 많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차라리 실수가 발생할 때마다 사과하고 넘어가는 편이 부작용이 덜하다. 국민도 이런 경우에는 내성이 생긴다.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반대로 각종 미사여구로 무오류를 창작해내려 하면 국민은 분노한다. 참모진이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바보 취급을 당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인적 쇄신 당시 수석급 인사를 거의 교체하지 않았다. 일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꼬리 자르기를 하고 살아남은 격이다. 이들이 생존전략으로 택한 것이 대통령을 무오류 존재로 만드는 것이라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그것에 취한 상태라면 더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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