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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시장 진출하는 백화점업계

서울 강남, 잠실, 신촌 지점에 중고 매장 오픈… 중고 상품 주 고객 MZ세대 겨냥

  •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중고시장 진출하는 백화점업계

# 30대 초반 회사원 김 씨는 평소 중고 명품 패션 아이템을 즐겨 구입한다. 가격이 합리적이고 친환경 가치 소비에도 일조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다만 온라인에서 주로 사다 보니 진품 여부나 착용감 등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어 답답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최근 직접 제품을 만져보고 착용까지 가능한 백화점 오프라인 매장이 생겨 즐겨 찾고 있다. 백화점에서 관리하는 매장이라 제품을 신뢰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신상’과 명품만 취급하던 백화점업계가 중고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고 상품을 사고파는 ‘리커머스(recommerce)’가 지속가능한 가치 소비 트렌드로 확산하자 시장 다각화를 위해 주 소비층인 MZ세대 공략에 나선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08년 4조 원 규모였던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은 지난해 24조 원까지 급격히 성장해 유통업계에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지난해 8월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세대별 온라인 소비형태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의하면 중고 거래 주 대상은 MZ세대에 해당하는 20, 30대로 약 6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희귀 명품이나 한정판 제품의 개인 간 거래(C2C) 시장 규모는 지난해 50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는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정 브랜드의 한정판 스니커즈 위주로 거래되던 C2C 시장의 카테고리는 가방과 의류, 전자제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중고 거래 시장 활성화는 세계적 추세로, 발렌시아가 등 글로벌 명품 기업들도 발 벗고 나섰다.

클로젯셰어 등 이색 중고 매장 선보인 롯데

롯데백화점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2층에 한정판 거래 플랫폼의 최강자인 ‘크림’ 오프라인 매장을 업계 최초로 오픈했다. [크림 인스타그램]

롯데백화점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2층에 한정판 거래 플랫폼의 최강자인 ‘크림’ 오프라인 매장을 업계 최초로 오픈했다. [크림 인스타그램]

롯데백화점은 10월 28일 패션 공유 플랫폼 ‘클로젯셰어(Closet Share)’ 서울 강남점을 열었다. 클로젯셰어는 패션 쓰레기를 줄이면서 자원 재순환에 참여할 수 있는 친환경 서비스로 주목받는 기업이다. 첫 오프라인 스토어인 ‘클로젯셰어 강남점’에서는 옷을 공유하는 셰어링&렌털 서비스와 세컨드핸드 상품을 판매하는 리세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들이 서로 옷과 가방을 공유하는 셰어링 존도 운영 중인데, 고객이 제공한 옷과 가방이 대여돼 렌털 수익이 발생하면 수익금을 고객과 공유하는 구조다. 클로젯셰어는 9월 부산 광복점, 경남 창원점, 경기 안산점 등에서 팝업을 진행했는데, 광복점의 경우 사전 물량이 이틀 만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1월 29일에는 잠실 롯데월드몰 2층에 한정판 거래 플랫폼의 최강자로 꼽히는 ‘크림’ 오프라인 매장이 업계 최초로 문을 열었다. 크림은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한정판 거래 전문 플랫폼으로, 전체 고객의 80% 이상이 MZ세대로 알려졌다.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고객이 직접 판매할 상품을 등록하는 ‘드롭존(Drop Zone)’이다. 판매를 원하는 상품을 직접 매장으로 가져와 판매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접수된 상품은 크림 소속 전문가들이 정품 여부와 상태 등을 검수해 거래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검수가 통과되면 크림에서 해당 상품을 보관하고, 최종적으로 거래가 확정되면 구매자에게 배송되며, 판매자는 일정 수수료를 제외하고 판매 금액을 입금 받는다. 오프라인 드롭존을 이용하면 택배 배송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파손이나 분실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인기 한정판 제품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쇼룸’도 눈길을 끈다. 크림에서는 앞으로 한정판 스니커즈와 의류, 액세서리를 전시하고 수시로 변경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크림 오프라인 공간이 MZ세대가 다양한 문화를 즐기고 서로 공유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 최초 중고품 전문관 오픈한 현대

현대백화점 서울 신촌점 유플렉스 4층에 자리한 세컨드핸드 의류 전문숍 ‘마켓인유’.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 서울 신촌점 유플렉스 4층에 자리한 세컨드핸드 의류 전문숍 ‘마켓인유’.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한 층 전체를 중고품 전문관으로 리뉴얼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이목을 끌었다. 현대백화점 신촌점은 9월 MZ세대 전문관인 유플렉스 4층 전체를 중고품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Second Boutique)’로 재단장해 오픈했다. 백화점 한 층 전부를 중고품 전문관으로 리뉴얼한 업계 최초 사례다.
806㎡(약 244평) 규모의 세컨드 부티크에는 세컨드핸드 의류 플랫폼 ‘마켓인유’와 중고 명품 거래 업체 ‘미벤트’, 럭셔리 빈티지 워치 편집숍 ‘서울워치’, 주얼리·향수·테이블웨어 같은 빈티지 상품을 판매하는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리그리지’ 등이 입점했다. 칼하트, 리바이스, 챔피온의 중고 의류와 1960~2000년대 출시된 빈티지 럭셔리 시계 등을 판매한다. 고객들이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중고 제품 관리도 꼼꼼하게 하고 있다. 의류는 전문 업체를 통해 세탁과 살균을 거쳐 판매하고, 명품은 전문가 감정을 거쳐 정품만 선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신촌점 세컨드 부티크 오픈에 이어 미아점 1층 매장에 중고 명품 거래회사 브랜드나라가 운영하는 ‘럭스어게인’을 열었다. 백화점의 얼굴이자 명품 매장이 주로 자리한 1층에 중고 명품 매장이 입점한 건 이례적이다. 2017년 설립된 브랜드나라는 중고 명품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백화점 입점을 통해 중고 명품 비즈니스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중고 거래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MZ세대를 적극 공략하기 위해 백화점 1층에 중고 매장을 열었다“며 ”제품 감정과 매입, 판매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중고 거래 시장이 고성장을 지속하면서 백화점 유통사들의 중고 거래 플랫폼 투자도 확산되는 추세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유진자산운영 등 사모펀드와 함께 한국 최대 중고 커뮤니티 ‘중고나라’에 3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93.3%를 공동 인수했다. 신세계는 올해 1월 그룹 내 벤처캐피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통해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820억 원을 투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고 거래에 익숙한 MZ세대에게 백화점 중고 매장은 효과적인 유인책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인기 온라인 플랫폼이 오프라인 매장에 강점을 지닌 백화점과 만나면 윈윈(win-win)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백화점 위치에 따라 추구하는 이미지가 입점한 중고 매장과 상충되면 기존 고객이 찾지 않을 수 있다”며 “주 고객층을 세밀히 분석해 세그먼트마케팅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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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68호 (p16~17)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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