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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회사가 수제 버거 팔면 생기는 일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MZ세대 핫플 등극

  •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침대 회사가 수제 버거 팔면 생기는 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부산의 서브컬처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버거샵’. [사진 제공 · 시몬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부산의 서브컬처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버거샵’. [사진 제공 · 시몬스]

‘시몬스 침대, 청담동에 수제 버거 전문점 오픈’. 얼마 전 시몬스 침대와 관련해 일제히 보도된 기사 제목이다. 시몬스 침대가 부산 대표 수제 버거 브랜드 ‘버거샵’과 손잡고 서울 청담동 핫플로 떠오른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2층에 버거샵을 오픈했다는 내용이었다. 빈티지 감성을 담은 부산 해리단길 버거샵의 인테리어와 고유의 진한 패티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한다. 또한 버거 마니아 사이에서 ‘인생버거’로 불리고, 인기 먹방 유튜버도 영국 유명 셰프 고든 램지가 만든 버거와 맛을 비교하며 극찬했다는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마케팅 강자 시몬스의 선택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은 문이 열리기 전부터 방문자가 줄을 서는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제공 · 시몬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은 문이 열리기 전부터 방문자가 줄을 서는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제공 · 시몬스]

이쯤 되면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으로 유명한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가 왜 새롭게 수제 버거 사업에 진출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시도는 ‘침대 없는 침대 광고’로 유명한 시몬스가 독특한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침대 없는 팝업 스토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의 굿즈를 기획한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의 고나현 디자인 디렉터는 “브랜드가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그들 삶의 바운더리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MZ세대로부터 사랑받는 브랜드들과 접점을 찾아 뭔가 포인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시몬스는 1870년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 출신 사업가 젤몬 시몬스가 설립했다. 1925년 세계 최초로 포켓스프링 제조 기계에 대한 특허를 취득하고, 1958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퀸·킹 매트리스를 개발하는 등 침대산업에 혁명을 가져왔다. 한국 시몬스는 안유수 에이스침대 창업주가 1993년 미국 시몬스의 한국 법인 상표권을 인수한 이후 2001년 차남인 안정호 대표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2002년 기존 에이스침대 브랜드를 넘겨받은 형 안성호 대표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성장 가도를 달렸다. 2007년에는 한국 자체 수면연구 R&D센터를 개관해 한국인 체형과 수면 습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제품 개발에 힘써왔다.

시몬스는 형제기업이자 국내 침대업계 1위 기업인 에이스침대를 추격해왔고 2020년 에이스침대가 매출 2895억 원, 시몬스가 매출 2715억 원을 기록하며 근소한 차이까지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시몬스의 급성장 배경에 마케팅 전략 변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원래 시몬스는 ‘흔들리지 않은 편안함’을 앞세워 침대 매트리스 스프링에 볼링공을 떨어뜨리는 등 기능성 측면을 강조했다. 하지만 201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활동하는 비주얼 아트디렉터 듀오 싱싱스튜디오와 함께 ‘침대 없는 침대 광고’를 처음 제작한 뒤로는 광고 영상에 침대를 내보내지 않고 있다. 시몬스는 올해 싱싱스튜디오와 또다시 브랜드 캠페인 작업을 함께했는데 ‘멍 때리기’를 주제로 한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Oddly Satisfying Video: 이상하게 만족스러운 비디오)는 MZ세대의 관심을 모으며 영상 공개 두 달여 만에 2000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침대 없는 팝업 스토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1층 굿즈숍. [사진 제공 · 시몬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1층 굿즈숍. [사진 제공 · 시몬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3층 디지털 아트 전시 공간. [사진 제공 · 시몬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3층 디지털 아트 전시 공간. [사진 제공 · 시몬스]

침대 없는 팝업 스토어 또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2020년 첫선을 보인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지역문화와 상권을 활성화하고 지역의 일상을 향유하며 단절된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잇는 시몬스의 로컬 중심 ‘소셜라이징(Socializing)’ 프로젝트다. 시몬스와 버거샵은 이미 지난해 6월 부산 해리단길 명소였던 ‘해운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협업한 바 있으며,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오픈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고 ‘오픈런’까지 펼쳐지는 지역 명소가 됐다.

올해 2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이 들어선 청담동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대한민국 트렌드를 선도하는 문화 허브였으나 이후 경기침체와 상권 이동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에 시몬스는 버거샵을 팝업 스토어 2층에 열어 명품 거리로 유명한 청담동 한복판에서 부산의 서브컬처를 경험할 수 있는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MZ세대 열광적 지지

시몬스는 독특한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 취향에 맞춰 팝업 스토어 외관을 국내에서 보기 드문 샤퀴테리 숍(유럽 등지에서 볼 수 있는 육가공 식품 판매점)으로 꾸몄다. 1층 매장에서는 삼겹살 모양 수세미, 샌드위치 모양 포스트잇, 시몬스 로고가 새겨진 롤러스케이트 등 침대나 가구와 관련 없는 굿즈는 물론 최근 론칭한 패션 브랜드 ‘호텔세리토스’와 함께한 스웨트 셔츠, 티셔츠, 모자 등을 판매한다. 2층에는 버거샵과 농구 코트, 시몬스 스튜디오가 자리한다. 3층에는 시몬스의 2022 브랜드 캠페인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 디지털 아트가 전시되고 있다.

시몬스가 업계에서 전례가 없는 혁신적 브랜딩을 선보이고 있는 중심에는 크리에이티브 그룹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MZ세대 10명으로 구성된 이 부서는 2018년 경기 이천시 시몬스 테라스점의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 ‘파머스 마켓’, 2020년 ‘침대 없는 TV 광고’ 등 다양한 마케팅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고나현 디자인 디렉터는 “단순 팝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로컬과 협업하는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협업은 그들에게 다양한 사례를 배우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또 시몬스 브랜드 팬덤 안에서 서로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2001년부터 시몬스를 이끌고 있는 안정호 대표는 지난해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매출과 무관하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MZ세대의 열광적 지지를 얻으며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기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500여 명에 달하고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까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주간동아 1333호 (p38~40)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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