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3

2021.11.05

새벽 현관 앞 보랏빛 박스가 일상을 바꿔놓았다

온라인 장보기 패러다임 바꾼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21-11-1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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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보기 애플리케이션 마켓컬리(왼쪽). 김슬아 컬리 대표. [사진 제공 · 컬리]

    장보기 애플리케이션 마켓컬리(왼쪽). 김슬아 컬리 대표. [사진 제공 · 컬리]

    얼마 전 출근길,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는 대신 계단으로 향했다. 7층에서 1층까지 걸어 내려오면서 문 앞에 택배 상자가 놓여 있는지 살폈다. 문 앞에 쿠팡 상자와 프레시백이 놓인 집이 5곳, 쿠팡과 마켓컬리 상자가 모두 놓인 집이 1곳, 마켓컬리 상자가 놓인 집이 3곳이었다(기자가 사는 동네는 마켓컬리 샛별배송이 되지 않는다). 당장 아파트 한 동에서만 14가구 중 9가구가 온라인으로 장을 본 가운데 쿠팡 상자의 독주 속에서 마켓컬리의 식료품 상자가 눈에 띄었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미국 웨슬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김슬아 대표가 골드만삭스 홍콩, 맥킨지 앤드 컴퍼니 홍콩 등에서 일한 후 2015년 설립한 회사다. 창업 당시 사명은 더파머스였으나 2018년 컬리로 변경했다. 배우자는 컬리 자회사이자 HMR(가정식 대체식품) 기업 넥스트키친의 정승빈 대표. 정 대표와는 맥킨지 근무 당시 만났다.

    김 대표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먹거리를 좋아하고 식재료에 관심이 많았기에 창업 과정이 ‘덕업일치’였다”고 말해왔다. 마켓컬리 서비스를 시작하고 첫 달 매출은 200만 원이었지만 이후 본앤브레드, 커피리브레, 오월의종 같은 핫한 브랜드의 제품을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마켓컬리 하면 배우 전지현과 보라색 상자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다. 전지현 역시 모델이 되기 전 마켓컬리 이용자였다. 2021년 10월 기준 누적 가입자는 900만 명이 넘는다.

    충성 고객 많은 이유

    컬리는 7월 2254억 원 규모의 시리즈F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금은 65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 953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4259억 원) 대비 매출이 123% 늘었다. 영업손실은 지난해 1162억 원으로 전년(1013억 원) 대비 15% 증가했다. 영업손실률은 2019년 24%에서 지난해 12%로 적자 비중이 개선됐다.

    비대면 장보기 문화에 익숙하고 집밥을 즐겨 먹는 이에게 마켓컬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서비스다. 다른 쇼핑 서비스보다 ‘충성 고객’ ‘재구매 고객’ 비율도 높다. 취재하면서 마켓컬리를 즐겨 쓰는 20~40대 여성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최저가는 아니어도 품질이 좋다”였다. 실제 마켓컬리 신규 고객의 재구매율은 71.3%로, 동종업계 평균 대비 3배 수준이다.



    컬리가 상품을 고르는 기준은 ‘나와 내 가족이 사고 싶은지’다. 매주 열리는 상품위원회에서 직원들이 모든 상품을 직접 먹어보고 체험한 뒤 모두의 동의를 받은 상품만 입점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컬리 관계자는 “다른 e커머스에 없는 ‘컬리 온리(Kurly Only)’ 라인업으로 상품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컬리의 상품 기획 노하우를 담은 PB(자체 브랜드) ‘컬리스’를 선보여 고객 신뢰를 쌓고 온라인 장보기를 시작하려는 고객도 흡수했다”면서 “생산, 입고, 분류, 배송까지 유통 전 과정에서 적정 온도를 유지하며 상품을 배송하는 풀콜드시스템을 한국 최초이자 유일하게 도입해 상품 신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게 강점”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에서 묶음으로 파는 아보카도, 바나나 등을 1개씩 소포장 구매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 오프라인 유명 맛집 메뉴를 담은 RMR(레스토랑 간편식) 구성도 다채롭다. 컬리 측은 “기본 식자재를 비롯해 우유, 달걀, 식빵 등 매일 먹는 비율이 높은 식품도 인기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컬리 온리 브랜드 확대

    장외시장에서는 컬리 몸값이 2조 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컬리는 10월 29일 기업공개(IPO)를 위한 공동 대표 주관사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건을 선정했다. 지정감사인으로는 3분기 말 딜로이트안진을 선정했다. 2022년 상반기 상장이 목표다.

    컬리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K-유니콘 거래소 유치를 위해 4월 발표한 신규 상장 방식으로 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준비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상장 요건을 단계적으로 충족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컬리는 내년 상반기 기존 오픈마켓과 구성을 차별화한 ‘큐레이티드 마켓플레이스’를 출시한다. 큐레이티드 마켓플레이스에서 선보일 제품의 검증, 운영은 컬리가 담당하고, 물류센터에서 물품 보관이나 배송은 제조사가 담당하는 구조다. 현재 운영 중인 상품위원회와 같은 기준 및 과정으로 큐레이티드 마켓플레이스에 들어오는 상품을 검증하고, 고객이 주로 찾는 상품군 위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UGG ※환경 플랫폼 우그그(UGG)는 ‘우리가 그린 그린’의 줄임말로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입니다.

    중소상공인 협업과 재사용 포장재 도입
    컬리표 ESG

     재사용 포장재인 컬리 퍼플 박스. [사진 제공 · 컬리]

    재사용 포장재인 컬리 퍼플 박스. [사진 제공 · 컬리]

    컬리는 서비스 출시 당시부터 모든 상품을 100% 직매입해 판매하고 있다. 파트너사와 꾸준한 협업으로 신제품을 내거나, 중소상공인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등 동반 성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현재 컬리의 전체 파트너사 가운데 중소상공인 거래처의 비중은 96.2%이며, 중소상공인 매출은 전년 대비 74% 성장했다.

    우선 입점 대상은 △유기농, 무농약, GAP(농산물우수관리) 등 유해 물질 사용을 최소화한 친환경 상품 △동물 사육 과정을 인도적으로 구성한 동물복지 상품 △해양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환경에서 생산된 MSC(해양관리협의회) 수산물 등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인증을 받은 상품 등이다. 비건 지향 소비자를 위한 상품도 입점해 있다.

    2019년에는 모든 배송 포장재를 종이로 바꾸는 올페이퍼 챌린지를 선언했다. 첫 1년 동안 플라스틱 사용량 4831t, 스티로폼 4000t, 비닐 831t 감소 효과를 봤다는 게 컬리 측 설명. 포장재 재활용 촉진을 위해 종이 박스 회수 서비스를 운영하고, 이를 기반으로 마련된 기금을 초등학교 교실 숲 조성 사업에 사용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교실 숲 조성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지자 서울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와 매봉산 유아숲체험원에 미세먼지 저감 수종 1400여 그루를 심어 샛별숲을 조성했다.

    7월부터는 재사용 포장재인 컬리 퍼플 박스(1만5000원)를 정식 서비스하고 있다. 구매 후 보관했다 재사용하는 용도로, 따로 회수하는 박스가 아니다. 컬리 측은 “퍼플 박스 및 재사용 포장재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고 100일간 종이 박스 사용량 106만㎡, 비닐 7.4t, 냉매 1만7000㎥ 감소 효과를 봤다”며 “장기적으로 상품에 직접 닿는 포장재까지 친환경 소재로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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