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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X파일-대호프로젝트, 親文·親朴 시각이 똑같다

‘적폐 수사’ 때 야권이 만들고 ‘권력 수사’ 때 여권이 채웠다?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윤석열 X파일-대호프로젝트, 親文·親朴 시각이 똑같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동아DB]

윤석열 전 검찰총장. [동아DB]

이른바 ‘윤석열 X파일 사건’이 당초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공산이 커졌다. 김무성 전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6월 19일 페이스북에 이 파일을 입수했다고 밝혀 주목을 끈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6월 23일 SBS ‘주영진의 뉴스프리핑’에 출연해 “(이 파일을) 파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문건을 처음 봤을 때 문건 내용과 형식이 정교해 ‘지라시’라는 생각을 못 했고, 정치 사찰용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곤 “이 문건을 전달해준 사람이 6월 작성된 문건은 여권, 4월 작성된 문건은 정부 기관으로부터 받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하루 전인 6월 2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석열 X파일을 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의혹, 처 관련 의혹, 장모 관련 의혹 등 3개 챕터로 의혹들을 정리해놓고 밑에 ‘이건 이렇게 공격할 필요가 있다’ ‘이건 예전에 해명된 거다’ 이런 식의 정치적 판단 내용까지 들어가 있더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날 방송에서 장 소장은 4·7 재보궐선거 때 생태탕집 주인 아들이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씨를 봤다고 한 것에 빗댄 듯 “공장장님(김어준)이 원하면 생태탕집처럼 사흘 정도 시간을 달라. 그러면 여기서 다 까겠다. 그런데 조건이 있다. 법적으로 문제없게 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尹 장모 선고 일정에 맞춘 치고 빠지기?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사진 제공 · SBS]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사진 제공 · SBS]

장 소장의 급변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태도 변화다. 송 대표는 5월 25일 개혁국민운동본부 집회에서 “윤 전 총장의 수많은 사건과 관련된 파일들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며 X파일 이슈에 불을 지폈다. 그랬던 그가 6월 23일 돌연 “X파일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윤 전 총장 관련) 검증자료는 쌓고 있다” “(장 소장이 언급한 자료는) 야당 내부에서 정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X파일로 주목을 끌던 두 사람이 X파일 출처를 두고 엇갈린 주장을 하며 한 발 물러선 셈이다.

이런 전환은 6월 22일 윤 전 총장 측이 “출처 불명 괴문서로 정치 공작을 하지 말고 진실이라면 내용·근거·출처를 공개하기 바란다” “진실을 가리는 허위 사실 유포와 불법사찰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공기관과 집권당이 개입해 작성했다는 말도 있던데, 그렇다면 명백한 불법사찰”이라고 비난한 뒤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X파일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채씨는 혼외관계로 낳은 아들의 존재가 밝혀져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했지만, 그것과 별도로 “누가 혼외자 존재를 조사, 유출했느냐”를 놓고 수사가 이뤄져 관련자들이 처벌됐다.

문재인 정권은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을 지렛대로 정보기관의 정치 개입을 맹공격해 국내 정보 수집 활동을 금했다. 만약 장 소장이 해명한 뉘앙스처럼 X파일을 정부 기관이 만들었다면 이 사건은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X파일 내용이 허위라면 명예훼손 등의 문제도 야기한다. 그래서인지 송 대표, 장 소장은 X파일 내용은 밝히지 않고 그 존재만 부각한 후 논란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이다. 이러한 ‘치고 빠지기’는 7월 2일 윤 전 총장 장모 재판 선고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많다.



윤 전 총장 장모는 딸(김건희 씨)과 윤 전 총장이 혼인(2012)한 직후인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동업자 3명과 함께 요양병원(경기 파주시)을 만들어 운영했다. 그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000만 원을 부정 수급한 혐의로 뒤늦게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불구속 기소됐다. 먼저 기소된 동업자 중 1명은 징역 4년, 나머지 2명은 징역 2년6개월·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서울중앙지검은 5월 31일 윤 전 총장 장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그래서 “윤 전 총장 장모가 늦게 기소된 것은 사위 때문이다” “윤 전 총장 장모도 유죄를 선고받을 것이다”라는 예측이 있었다.

‘대호프로젝트’ 언급한 추미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캠프가 입주할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사무실 입구가 닫혀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캠프가 입주할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사무실 입구가 닫혀 있다. [뉴시스]

장모의 요양급여 부정 수급 관련 내용이 X파일에 담겨 있다고 한다. 유죄가 선고되면 X파일 논란이 재등장할 수 있다.

덧붙여 윤 전 총장 관련 파일은 야권이 먼저 만들었다는 시각이 적잖다. 특검(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를 경제공동체로 봤다. 또 청와대가 가져간 국정원 특활비를 국정원장이 자리 보전을 위해 대통령에게 바친 뇌물로 규정해 기소했다.

국가권력은 국방부가 관할하는 무력(武力)과 국정원·검찰·경찰을 통해 휘두르는 사정권(司正權)이 그 대표다. 문재인 정권은 전원 무죄로 결론 난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계엄 모의 사건 등으로 국방부를, 댓글 여론 조작 사건 등으로 국정원을 압박했다. 그러고는 몸을 낮춘 경찰은 키우고 검찰의 힘은 약화하는 식으로 권력 기관을 개편하려 했다. 이 일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을 하다 법무부 장관이 된 조국 씨가 주도한 듯한 모습이다. “사람에 대해 충성하지 않는다”고 한 윤 전 총장의 검찰이 조씨 부부를 기소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일 수 있겠으나, 검찰이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관련 의혹을 수사하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여권을 대표해 ‘윤석열 쳐내기’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윤 전 총장은 야권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렇다 보니 여권이 야권이 만든 자료를 토대로 윤 전 총장 관련 자료를 쌓고 있다고도 추측할 수 있다. ‘추-윤 배틀’이 한창이던 시절 ‘대호프로젝트’라는 것이 잠시 회자됐다. 이 프로젝트는 이름과 주제만 알려지고 실제 내용은 없는 ‘뻥 계획’이라는 관측이 많은데, 추 전 장관이 이를 언급하기도 했다. 3월 11일 추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윤석열의 절친으로 알려진 석동현 변호사가 대호법무법인 대표다. 대호는 윤씨의 별칭이고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로 알려진 대호프로젝트를 연상케 한다”고 주장했다.

정리하자면 윤 전 총장이 앞선 정권의 적폐를 수사할 땐 야권이 X파일을 만들고,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권력을 수사할 땐 여권이 X파일을 채웠다고 볼 수 있다. 권력을 수사하면서 윤 전 총장은 야권 대권후보로 떠올랐는데 그때 회자된 것이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그러니까 대호프로젝트다. 정반대 분석도 있다. 윤 전 총장은 원래 대권을 꿈꾸지 않았으니, 그를 사실상 야권 대권후보로 만든 것은 범여권이라는 견해다. 국민이 윤 전 총장을 대통령감으로 보려면 특정한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범여권이 이를 만들어줬다는 것.

지난해 6월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하며 윤 전 총장을 처음 후보군에 넣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30.8%), 이재명 경기도지사(15.6%)에 이어 3위(10.1%)를 기록했다. 야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21대 국회의원이 된 홍준표 의원은 5.3%였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현역 검찰총장이 야권 차기 대선후보 1위를 꿰찬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그때만 해도 검찰총장이 야권 대선후보로 나올 것이라고 본 사람은 별로 없었다. 도리어 야권을 약화시키려고 윤 전 총장을 띄우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대선후보로 거명되는 것이 불편한 듯,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빼달라고 요구했다. 추-윤 배틀은 윤 전 총장 지지율을 높여 결국 그를 유력 대선후보로 만드는 요소가 됐다. 그러곤 윤 전 총장 장모 선고에 맞춰 X파일 논란이 등장했다.

親朴·親文, 한편?

‘윤석열 X파일’은 다가오는 대선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는 재혼한 사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교통사고로 첫 부인을 잃었다. 현 부인인 질 바이든은 이혼 후 바이든 대통령과 재혼해 부부가 됐다. 지난해 미국 대선 때 질 바이든의 전남편은 영국 신문과 인터뷰에서 “두 사람의 불륜으로 내 가정이 파탄 났다. 바이든은 가정 파괴범”이라고 주장했다.

당사자가 직접 나서 대선후보의 ‘비리’를 주장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과거 한국 선거에서도 흑색선전은 난무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보면 판도를 크게 바꾸지는 못했다. 윤석열 X파일도 존재감만 드러내고 묻힐 가능성이 있다. 물론 실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대선후보 낙마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친(親)박근혜 계열 일각에선 “윤석열이 박근혜와 최순실을 경제공동체로 엮어 기소했다. 윤석열과 장모는 가족공동체가 아니냐”고 주장한다. 정치적 계산 때문에 여권이 손을 놓아도 이들은 X파일을 계속 내세울 수 있다. 이에 친문(친문재인)이 동조하면 친박과 친문이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된다. 정치는 ‘사실과 달리 갈 수 있는’ 생물(生物)이다. X파일 논란은 한국 정치사에 훗날 어떻게 기록될까.





주간동아 1295호 (p4~6)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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