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매니저와 함께 출연한 안현모. [MBC 캡처]
영대 ‘파주’라는 말을 현모 님 평생에서 최근에 가장 많이 하는 듯. ㅎㅎㅎ
현모 맞아요. 영대 님이 파주에 사는 바람에. ㅎㅎㅎ. 영대 님이 사준 들깨비빔면도 진짜 맛났어요.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벼룩시장이 열려 구경하다 헤어밴드도 하나 사왔어요~. 여행 온 기분 들더라고요.
영대 막국수 회동을 참 오랜만에 가졌네요. 현모 님도 바빴고 저도 책 때문에 두문불출하느라.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현모 잘 먹었어요. 드디어 어제 전셋집 계약을 했더니 배가 좀 편하더라고요.
영대 MBC ‘전지적 참견 시점’(전참시) 촬영 때문에 신경도 많이 쓰셨잖아요. 그러고 보니 드디어 오늘 밤 방송되네요! 우리가 같이 빌보드 뮤직 어워드 중계했던 장면도 나온다고 해 주변에 소문도 냈답니다. 예능을 즐겨 보지 않아 무슨 프로그램인지 잘 모르지만, “나, ‘전참시’ 나온다!” 이랬어요. ㅎㅎ
현모 제가 SBS ‘동상이몽’에도 오래 출연했지만, ‘전참시’는 게스트 관찰 영상이 훨씬 긴 40분이나 된다더라고요. 그러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ㅠㅠ
영대 현모 님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보니까 방송에 매니저님도 나오나 봐요? 현모 님과 일할 때마다 종종 만났던 분이라 반갑더라고요.
현모 네네. 그 프로가 매니저와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콘셉트예요. 그런데 사실, 그 친구가 지난 몇 달 동안 너무나도 단호하게 방송 출연을 안 하겠다고 했어요. ㅜㅜ
영대 아, 부담스러워서요?
현모 그런 셈이죠. 회사에서 한참 설득하고, 제작진 미팅까지 마치고 나왔는데도 싫다고 해서…. 저도 억지로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참 난감했죠.
영대 그건 정말 본인 선택이니까. 연예인도 아니니 부담스러울 수 있는 게 당연해요.
현모 근데 평소에 무척 적극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친구인데, 유독 방송만 절레절레해서 과거에 혹시 잘못한 게 있냐고 물어봤다니까요. 학폭이라든가 빚 문제 같은 거요. 절대로 그럴 리 없는, 무척이나 착하고 성실한 친구인데 하도 방송만 겁내니까 말이에요.
영대 에이, 설마. ㅎㅎㅎ
현모 누가 괜히 없던 일을 만들어 음해할 수도 있고, 방송 노출 이후 온갖 잡음으로 시끄러워지는 경우도 있으니 피곤해질까 봐 걱정했던 거더라고요.
영대 일반인 입장에서 이해가 가네요. 일반인이 예능에 나온 이후 예상치 못했던 곤란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실제로도 종종 있잖아요.
현모 그만큼 신중한 거죠. 다른 매니저와 출연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 매니저인 준배랑만 하고 싶더라고요. 결국 회사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책임져주겠다 약속했고, 준배가 막판에 어렵게 출연을 결정했어요.
안현모(왼쪽)와 김영대(오른쪽)가 함께 중계한 빌보드 뮤직 어워드 장면이 ‘전지적 참견 시점’에 나왔다. [MBC캡처]
현모 그러니까요! ㅎㅎ 게다가 이번에 놀란 게, 그렇게도 망설이더니 막상 촬영이 시작되니까 무척이나 협조적으로 최선을 다하더라고요. 또 한 번 감탄했어요.
영대 방송인과 매니저의 관계라…. 저는 짐작만 할 뿐이네요. 평생 매니저가 있어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으니까요. 평론가에게 매니저가 있으면 이상하잖아! ㅎㅎ
현모 매니저라는 타이틀은 없을지라도 영대 님에게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잖아요. 바로 아내 분! 유튜브 라이브 방송 때마다 모니터링을 꼼꼼히 해주고, 채널에서 이상한 댓글이 올라오면 센스 있게 삭제하고, 심지어 배경에 있는 책장과 소품들까지 아내 분이 세팅해주는 거라면서요!
영대 맞아요. 그렇게 보면 ‘준’매니저 맞네요. 운전은 안 해주지만…. 근데 말씀한 것들은 부분적인 거고요, 저는 작가로서 저의 숨은 공저자라고까지 말해요.
현모 맞다, 들은 적 있어요.
영대 뮤지션 중에 작곡을 직접 하진 않아도 영감을 주거나 대화 파트너가 된 사람을 공동 작사가, 작곡가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제 와이프가 제 평론의 공저자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죠.
현모 오늘 실제로 뵈었더니 무슨 말씀인지 더 잘 와 닿네요. 영대 님이 기억 못 하는 팩트도 옆에서 금방금방 기억해내시더라고요! ㅋㅋ
영대 아니, 평론가가 위키백과도 아니고, 바로바로 다 기억나야 하나요? ㅎㅎ 무엇보다 와이프도 음악 마니아라서 뭔가 딱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 때 바로 물어볼 수 있어 편해요.
현모 와, 좋다. 영화 ‘더 와이프’가 떠오르네요.
영대 저서 ‘BTS: The REVIEW’ 속 제 프로필 사진도 와이프가 찍어준 거랍니다.
현모 우와, 포토그래퍼까지! 부럽네요. 라이머는 정반대(방해꾼)라 더는 언급 않겠습니다. ㅎㅎ
영대 그래도 든든한 사장님이잖아요. 제게 매니저는 ‘보호자’의 이미지가 있어요. 아마도 제가 좋아하는 영화 ‘라디오스타’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매니저 안성기 씨가 박중훈 씨의 온갖 사건·사고를 다 ‘커버’해주잖아요. 심지어 우산을 씌워주는 엔딩 장면은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요. 자신은 비에 젖어도 스타는 비 한 방울 맞지 않게 희생하거든요. ㅠㅠ
현모 영대 님은 그렇게 훌륭한 내조의 여왕 아내에게 감사의 표현을 잘 하세요?
영대 네. 종종 이렇게 말해요. “나 혼자였으면 이 책 못 썼다.”
현모 최대한 자주 하세요. 저는 사실 준배뿐 아니라 이전 매니저한테도 그랬고, 마음만큼 표현을 잘 못 해요. 아시잖아요, 저 되게 시크한 거.
영대 살가운 스타일은 아니죠. ㅋ 뭔가 ‘수고했어~ 들어가~ 쉬어~’ 이런 식?
현모 남편의 직원들이라는 생각 때문에 좀 더 오그라드는(?) 거 같아요. 가끔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을 때도 완전 전우애 넘치게 얘기해요. 병장이 이등병한테 하는 말투로.
영대 현모 님에게서 군대 비유를 들을 줄이야. 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면 좋죠.
현모 요번 방송의 장점이 그거였어요. 평상시 늘 고맙고 미안한 점이 많았는데, 촬영을 계기로 속마음을 좀 전할 수 있었죠. 제작진하고 사전 미팅을 할 때도 우회적으로나마 엄청나게 칭찬했고요. 정말로 전부 진심이었어요. 준배 씨는 브랜뉴뮤직의 에이스!
영대 마음이 전해지고도 남아요. 아, 이제 방송 시작한다.
현모 흑 떨려요….
영대 저도 본방 보고 말씀드릴게요. 제 분량은 몇 초나 나오려나~.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