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동학 최고위원이 6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동학(39) 최고위원의 말이다. 그는 민주당의 유일한 30대 청년 최고위원이다. 6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난 그는 “젊은이들이 이들을 꼰대라고 이야기하는 까닭도 결정은 기성세대가 하고, 책임은 미래세대가 지는 구조 때문이다. 결정단위에서 다양한 세대가 참여해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2003년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의자를 옮기던 중 들은 연설에 감명받아 정치권에 발을 담갔다. 정치가 사회를 바꾸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2015년 7월 15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인 이인영 당시 의원(현 통일부 장관)을 향해 용퇴론을 펼치는 등 당내에서 쓴소리를 도맡아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당정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당 혁신위원,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지만 국회의원직과는 인연이 없었다. 같은 ‘0선 청년 정치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정치권에 불러일으킨 돌풍에 대해서는 “이준석 한 명만으로는 세대교체를 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30대 정치인이 당대표가 됐다는 건 상징적 사건이다. 많은 자극을 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치권에 이준석 돌풍이 불고 있다.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담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정당이 제대로 반성하지 않았다. 대안야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보수정당에 대한 환멸이 누적됐다. 이 와중에 이준석 대표가 ‘탄핵의 강을 건너겠다’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 ‘기득권 세력과 맞서겠다’고 말했다. 국민이 변화의 열망을 이 대표에 투영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최고위원이 당신을 두고 ‘586 앵무새’라고 비판했는데.
“상대방을 공격하는 건 쉬운 정치다. 각자가 속한 정당의 혁신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여당이 그간 잘했나 물으면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 대표의 당선이 상당히 큰 자극제가 됐다. 상대를 깎아내리려는 시도보다 어떻게 국민의 삶을 개선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이 당 눈치를 보고 있지 않았나.
“각자 신경 써야 할 여러 목소리가 있었을 거다. 다만 결과에 대한 수용은 본인이 알아서 판단할 부분이다. 나는 (2030 초선의원) 5인에 속하지 않아 (이들의 처지를) 잘 모른다. 그저 내 목소리를 낼 뿐이다.”
어떤 목소리를 내려 하나.
“국민 신뢰를 되찾으려면 민주당이 스스로 변해야 한다. 국민에게 당이 변화한다는 신호를 주지 못하면 상황이 어려워질 거다. 민주당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겠다는 시각이 대표적이다. 대체로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호봉제까지 더해져 세대간 불평등을 강화하고 있다. 청년 세대가 ‘코인’을 통해 계층 상승을 꿈꾸는 비정한 상황에 균열을 내고 싶다.”
‘비정규직 제로’ 어젠다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 그 어젠다에 동감하기 어렵다. 가능한 방법을 모르겠다. 아름다운 구호지만 현실에서 가능할까.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사회적 안전망을 더 두툼하게 만들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호봉제와 맞물려 청년의 정규직 일자리 진입만 어려워진다. 비정규직에서 벗어나는 것만 강조하다 보니 ‘안전한 일터 만들기’도 외면하게 된다. 청년세대가 유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청년들은 이러한 문제를 공정하지 않다고 느낀다. 새로운 사회 협약을 맺어야 할 때다. 민주당이 가진 세상을 바라보는 틀에 대한 재구성이 필요하다. 이를 논의하는 새로운 테이블을 구성해야 한다.”
“특정 세대가 테이블 과도 점유해”
이 최고위원은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 시절부터 테이블 구성의 변화를 이야기해왔다. 그는 20대 총선을 앞둔 2015년 7월 15일 같은 당 이인영 의원(현 통일부 장관)을 향해 ‘586 전상서’를 써 공개 발표했다. 그는 “우리 당에 전대협이라고 일컫는 선배들 세대 이후 누가 있나. 선배들을 응원할 든든한 후배 그룹 하나 키워내지 못했고, 새로운 시대를 열 후배 그룹과 소통하지도 않았다”며 “정치인은 선거 때 출마로 이야기해야 한다. 당의 활로가 돼달라”고 촉구했다. 험지 출마에 대한 요청이었다. 이 장관은 지역구였던 서울 구로갑에 재출마해 3선 의원이 됐다.과거에도 ‘586 용퇴론’을 말했다.
“지금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민주당은 기업은 악으로, 노동조합은 선으로 간주해왔다. 집권 여당 입장에서는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도 기업을 적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 기업과 노동조합 양자 모두 필요하다. 정치가 양자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줘야 한다고 생각해 문제 제기를 했다. 또한 사회 각 분야마다 선배 세대가 꽉 차 있다. 이들이 일방적 결정을 내린다. 논의 구조에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지적했다. 그런 거 안 할 생각이면 험지로 가 도전하시라고 했다.”
586 용퇴론에 대한 현 입장은 어떤가.
“(국회의원) 선거 기간이 아니라서 용퇴할 수가 없다.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를 혼자 하는 모습이 된다. 이 때문에 공정 테이블을 빨리 열자고 말하고 있다. 특정 세대가 테이블을 과도하게 점유하고 있다. 민주당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민주당은 앞으로 국민으로부터 선택받기 어려울 거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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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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