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71

2021.01.01

‘中항모킬러’ 팔며 베트남과 군사밀월 확대하는 인도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0-12-30 10: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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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디 인도 총리와 응우옌 베트남 총리가 화상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PTI]

    모디 인도 총리와 응우옌 베트남 총리가 화상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PTI]

    인도와 베트남은 ‘포스트 차이나’로 꼽히는 국가들이다. 중국에 진출했던 글로벌 기업들이 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양국은 최근 몇 년간 5~6%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제조업의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양국은 저임금의 젊은 고급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외국인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국제사회는 양국이 앞으로 중국만큼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양국은 중국과는 과거 전쟁을 벌여 패배했다는 경험과 현재는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도의 경우 1962년 10월 20일부터 11월 21일까지 중국과 히말라야 산맥 일대의 국경지역에서 전쟁을 벌였지만 패배했다. 당시 중국은 인도의 영토 일부를 차지했고,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국경을 확정하지 못한 채 3488㎞에 이르는 실질 통제선(LAC)을 사실상의 국경으로 삼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1979년 2월 17일부터 한 달간 중국과 국경지역에서 전쟁을 벌였다. 베트남은 또 남중국해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군도·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의 3개 섬을 실효지배하고 있었지만 1974년 1월 19∼20일 중국과 벌인 해전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이 섬들을 빼앗겼다. 이후 중국은 파라셀 제도 전체를 차지했다. 베트남은 1988년 3월 14일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베트남명 쯔엉사 군도)에서 중국과 해전을 벌였지만 패배했다.

    인도군과 중국군, 라다크서 육박전

    인도 구축함 첸나이호가 브라모스 대함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Indian Navy]

    인도 구축함 첸나이호가 브라모스 대함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Indian Navy]

    인도는 최근 들어 중국과는 국경 지역에서 유혈 충돌까지 벌이는 등 최악의 관계를 보이고 있다. 인도군과 중국군 병사들은 지난 6월 라다크 지역의 갈완 계곡에서 몽둥이와 쇠막대기 등을 들고 육박전을 벌였다. 당시 인도군 병사 20명이 숨졌고 중국군 병사들도 상당수가 죽거나 다쳤다. 이후 양국은 국경 인근 지역에 대규모 병력과 무기 등을 배치하는 등 서로 대치해왔다. 특히 인도 정부는 당시 중국의 불법적인 침입 때문에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각종 보복 조치를 해왔다. 인도 정부는 주권과 안보 및 공공질서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동영상 플랫폼 틱톡 등 중국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260여 개를 금지했고, 각종 비관세 장벽을 동원해 중국산 제품 수입도 막아왔다. 인도 국민들은 중국산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노골적으로 반중 감정을 표출해왔다. 인도 정부는 최근 자국 항공사에 중국인의 탑승을 금지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인도 정부의 이런 조치는 중국 정부가 지난 11월 초부터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선원의 입항 등 인도인 입국을 금지한 것에 대한 보복의 일환이다. 중국 정부의 조치 탓에 외국 상선에 탑승한 인도인 1500여 명이 피해를 봤다. 

    특히 인도 정부는 히말라야 지역뿐만 아니라 인도양에서도 중국의 진출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인도양은 말 그대로 인도의 ‘앞마당’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각종 함정들을 앞세워 인도양에 적극 진출해왔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에너지와 천연자원을 수입하고 각종 제품을 수출하려면 인도양을 지나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중국 정부는 해상 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함정을 인도양에 파견해왔다. 게다가 중국 인민해방군은 항공모함 전단을 동원해 인도양의 제해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파키스탄의 과다르, 스리랑카의 함반토다 등에 항구운영권을 확보하고 군사기지를 건설할 계획을 은밀하게 추진해왔다. 미국의 안보싱크탱크인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는 최근 ‘일대일로의 무기화’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은 파키스탄 과다르, 캄보디아 코콩, 스리랑카 함반토타, 미얀마 카우푸유 등의 항만시설을 군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이들 항만은 중국 해군이 더욱 신속하게 인도양에 개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 동참

    인도 해군과 베트남 해군 함정들이 남중국해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VNA]

    인도 해군과 베트남 해군 함정들이 남중국해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VNA]

    인도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 함정들이 인도양의 제해권을 장악할 경우 엄청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인도 정부는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 태평양 전략에 동참해왔고, 미국 일본 호주 등이 만든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에 가입했다. 쿼드 4개국은 11월 3~7일 인도양 동북부 벵골 만에서, 11월 17~20일 인도양 북서쪽 아라비아 해에서 ‘말라바르 2020’ 합동 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특히 인도로선 인도양의 주도권을 놓고 중국과의 각축전이 불가피한 만큼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으로 ‘베트남 카드’를 꺼내들었다. 베트남도 남중국해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대응하려면 해군력을 강화해야 하는 만큼 인도와의 군사협력에 적극 나서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12월 21일 화상 정상회담을 갖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는데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양국의 군사 교류와 방위 산업 협력을 확대하겠다”면서 “양국의 군사와 안보 유대를 하나의 협정 형태로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외교 관행상 정상회담에서는 군사협력 강화처럼 민감한 안보 사항을 공개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양국이 이를 대놓고 밝힌 것은 중국에 대응하는데 협력하겠다는 양국의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도는 이번 회담에서 베트남에 자국의 무기를 도입하는데 필요한 5억 달러(5520억 원)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회담 이후 인도는 12월 25일 자국 군함을 호찌민에 정박시킨데 이어 12월 26일과 27일 베트남 해군과 합동 군사훈련까지 실시했다. 베트남은 또 인도가 건조 중인 12척의 고속 해양경비정과 1척의 군함을 제공받기로 했다. 인도의 입장에선 베트남을 지원할 경우 인도양에 진출하려는 중국의 뒤통수를 때릴 수 있다. 중국 해군 함정들이 인도양으로 가려면 반드시 남중국해를 지나야 한다. 베트남 해군 함정들이 앞으로 중국 해군 함정들의 길목을 막을 수도 있다. 베트남도 인도와의 군사협력이 국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의 입장에선 해군력을 강화하려면 상당한 국방비가 필요하지만 충분한 예산이 없는 만큼 값은 싸지만 성능이 우수한,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무기를 인도로부터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인도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허를 찌르는 무기’를 베트남에 판매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남중국해에 2척의 항공모함을 비롯해 각종 함정들을 대거 배치하면서 미국을 제외한 연안국들의 전력을 압도해왔다. 인도가 베트남을 지원하기 위해 제공하는 무기는 초음속 순항미사일인 브라모스(BrahMos)다. 인도가 베트남에 제공하는 차관에 브라모스 미사일 구입 비용이 포함돼 있다. 브라모스란 이름은 인도의 브라마투라 강과 러시아의 모스크바 강에서 따왔다. 브라모스 미사일은 러시아와 인도가 합작 개발한 미사일로 대함용과 지대지용이 있다. 블록 I형은 대함미사일이고, 블록 II 형은 지대지 미사일이다. 사거리는 290~450㎞, 속도는 마하 3.5이다. 탄두 무게는 2~3kg이다. 고폭탄을 장착할 수 있어 파괴력이 상당하다. 게다가 수면 위로 낮게 날아갈 수 있어 방공시스템으로 요격하기 어렵다. 인도가 베트남에 판매하는 것은 블록 I형으로 ‘항공모함 킬러’라고 불린다. 베트남이 이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면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군의 압도적인 우세를 상당히 견제할 수 있다.

    항공모함 킬러 무기 지원

    인도 해군은 또 베트남 해군의 잠수함 승조원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실제로 인도 해군은 동부 비샤카파트남에 위치한 해군 잠수함 학교에서 베트남 해군 승조원들에게 러시아제 킬로급 잠수함 운용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인도 해군은 이미 킬로급 잠수함을 상당기간 보유해왔기 때문에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베트남은 러시아로부터 킬로급 잠수함 6척을 도입해 남중국해를 바라보는 중부 깜라인 만에 배치했다. 이 잠수함은 디젤로 움직이며 배수량 3100t, 길이 72.6m, 폭은 10m로 승무원은 50여 명이 탑승할 수 있다. 작전 반경이 9600㎞에 달하는 이 잠수함은 533㎜ 어뢰발사관 6개를 탑재할 수 있고 최대 작전수심은 350m에 달한다. 탐지가 어려워 ‘블랙홀’이라고 불리는 킬로급 잠수함은 중국 해군 함정을 기습 공격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항공모함의 가장 큰 위협 무기 중의 하나가 잠수함인 점을 고려할 때 베트남으로서는 인도의 훈련 지원이 전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인도는 베트남의 해군력 강화가 중국 해군의 인도양 진출에 어느 정도 쐐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인도와 베트남의 긴밀한 군사협력이 앞으로 중국의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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