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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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버스터’로 무장한 F-35A, 평양 지하시설 초토화시킨다 [웨펀]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0-11-28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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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35A 스텔스 전투기. [공군 누리집 제공]

    F-35A 스텔스 전투기. [공군 누리집 제공]

    ‘서울 불바다.’ 남북관계 또는 북·미 관계가 경색되고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될 때 북한이 종종 들고 나오는 위협이다. 1994년 ‘서울 불바다’라는 말이 처음 나온 뒤로 북한은 이 위협을 점점 ‘업그레이드’해 현재는 서울을 넘어 ‘남조선 초토화’를 운운하고 있다. 

    ‘위협’의 사전적 의미는 ‘힘으로 으르고 협박함’이다. 즉 위협이라는 것은 힘이 강한 자가 힘이 약한 자에게 가하는 행위다. 북한은 1970년대 중반 우리에게 경제력 역전을 당한 이후 줄곧 국력이 내리막길을 걸어왔고, 지금은 거의 모든 면에서 뒤처져 있어 현 시점에서는 국력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격차가 벌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온갖 공갈과 협박을 일삼으며 마치 ‘갑’ 위치에 있는 것처럼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저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카드, 즉 비대칭 군사력에 대해 한국이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비대칭 전력 증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고(故) 김정일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국가 권력을 틀어쥐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부터 비대칭 전력 증강에 그야말로 사활을 걸다시피 매달렸다.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다양한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를 개발했고, 여기에 탑재될 핵과 화학무기, 생물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도 대량으로 생산했다. 

    일반적으로 핵을 억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핵이다. 이 때문에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은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MAD)라는 개념으로 핵전쟁을 억제했다. 이른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으로 설명되는 MAD는 쉽게 말해 ‘너 죽고 나 죽자’는 개념이다. 양쪽 모두 핵무기를 가지고 있어 누가 먼저 방아쇠를 당기든 결국에는 둘 다 죽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섣불리 핵무기 발사 버튼을 누르지 못해 평화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MAD 개념에 바탕을 둔 억제 이론은 상대방이 정말 미친(mad) 상태라면 성립하지 않는다. MAD 개념은 핵무기라는 ‘대량살상’ 무기의 사용에 따른 대량 인명 피해 공포가 분쟁 쌍방에게 모두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북한은 이른바 ‘최고 존엄’과 극히 일부 핵심 권력층을 제외하면 인민이 얼마나 죽어나가든 전혀 개의치 않는 정권이라 MAD 또는 이러한 개념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이른바 KMPR(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대량응징보복)나 ‘압도적 대응’이 먹히지 않는 상대다. 

    일반적인 억제 개념을 적용할 수 없는 북한 같은 전제적(專制的)인 비정상 집단에게 가장 효과적인 억제 전략은 ‘수단’ 대신 ‘의지’를 공략하는 것이다. 이는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강조한 ‘무게 중심(center for gravity)’ 개념에 바탕을 두는데, 쉽게 말해 전쟁을 하려면 적의 군대나 무기를 일일이 상대할 것이 아니라, 그 군사력을 운용하는 결정권자를 족집게처럼 정밀 타격해 최소한의 피해와 최저 비용으로 전쟁 행위 자체를 끝내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 개념을 효과중심작전(effects-based operations)으로 발전시켰고, 걸프전 이후 거의 모든 해외 작전에 이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북한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군이 ‘혁명의 심장’을 직접 타격할 것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평양은 북한이 자체 개발한 ‘번개’ 시리즈, 옛 소련제 SA-5와 SA-2 등 다양한 사거리를 가진 지대공미사일이 몇 겹의 다층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의 S-300 미사일 초기형과 유사한 수준의 성능이라고 주장하는 번개 5호 미사일(150km), S-400급에 필적한다고 주장하는 번개 6호 미사일(400km)을 비롯해 SA-5(250km), SA-2(40km) 등 다양한 유형의 미사일로 평양을 보호하고 있다. 

    이러한 방공망이 뚫렸을 경우에 대비해 국가 지휘부가 머무는 집무실과 지휘소 등 핵심 시설을 대부분 지하화해 그야말로 난공불락 요새처럼 만들어놓았다. 평양 지휘시설은 100m 이상 되는 지하에 건설됐기 때문에 일반 폭격으로는 절대 파괴가 불가능한 시설로 평가된다. 

    대한민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대량살상무기를 손에 쥐고 있고, 지휘부는 다층 방공망의 보호를 받는 지하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북한은 한국은 물론 미국조차 건드리기 어려운 고슴도치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러한 상황이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선택하지 못하게 만든 가장 큰 배경이었다. 

    그러나 올해가 지나면 북한은 다층 방공망과 지하 방공호, 그리고 대량의 탄도미사일을 이용해 유지해오던 전략적 우위를 상실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을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무기가 완성돼 실전 배치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11월 23일(현지시각)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F-35A 스텔스 전투기에서 신형 B61-12 개량형 저위력 전술 핵폭탄의 첫 적합성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시험은 8월 실시됐지만, 모든 시험 데이터의 취합이 끝나고 실전 배치를 앞둔 시점에 관련 소식을 발표한 것이다. 

    B61-12는 340kt급 위력을 발휘하는 B61 계열의 최신 개량형으로, 이번에 배치되는 버전은 미국의 달라진 핵무기 사용 지침에 따라 전술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저위력 핵무기’로 분류된다. 미국은 2018년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에서 핵무기를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뒤 이듬해 7월 합동참모본부에서 ‘핵무기 운용(Nuclear Operations)’이라는 핵무기 사용 지침까지 작성해 일선 부대에 하달한 바 있다.

    벙커 버스터 핵폭탄

    벙커 버스터 핵폭탄으로 불리는 B61-12.  [샌디아국립연구소 홈페이지 제공, NNSA 미국 핵안전보장국 제공]

    벙커 버스터 핵폭탄으로 불리는 B61-12. [샌디아국립연구소 홈페이지 제공, NNSA 미국 핵안전보장국 제공]

    B61-12는 필요한 경우 전술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로 0.3kt에서 50kt까지 상황에 맞게 위력을 조절할 수 있으며, 지하시설을 파괴하는 데 특화돼 있어 ‘벙커 버스터 핵폭탄’으로 불린다. 이 핵폭탄은 지중 폭발로 세팅할 경우 일정 깊이까지 파고 들어간 뒤 폭발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인공지진은 1.25Mt급 핵무기가 지상에서 폭발한 것과 같은 위력을 발휘해 지하시설을 무너뜨려버린다. 

    북한 방공망이 탐지할 수 없는 고성능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내부 무장창에는 이러한 B61-12 핵폭탄 2발이 들어간다. 즉 미국은 이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쥐도 새도 모르게 평양 지하시설을 초토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혹시 모를 북한 방공 자산의 위협에 대비해 F-35 전투기에 위협이 될 만한 방공 자산들을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차세대 방공망 제압 무기도 만들었다. 바로 AGM-88의 최신 개량형인 AGM-88G AARGM-ER(Advanced Antiradiation Guided Missile-Extended Range)가 그것이다. 

    기존 AGM-88은 사거리가 짧고 덩치도 커 스텔스 전투기의 내부 무장창에 탑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또한 적 레이더의 전파를 역으로 추적해 유도되는 방식이라 적이 레이더를 꺼버리면 유도를 상실하고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기도 했다. 

    AARGM-ER는 기존 미사일의 문제점을 모두 해결했다. 일단 사거리가 150km 이상으로 증가했고, 복합 유도장치를 적용해 적이 레이더를 꺼도 적 레이더를 스스로 찾아가 명중하는 능력을 갖췄다. F-35A 전투기가 이 미사일을 장착할 경우 북한 상공에 들어가 번개 5·6호, SA-2/5 지대공미사일의 사격통제레이더를 파괴해버리면 북한의 지대공미사일 전력은 그 순간 먹통이 된다. 

    여기에 최근 미 공군 F-35A 전투기 비행대에 보급되기 시작한 GBU-53/B, 일명 ‘스톰 브레이커(Storm Breaker)’까지 추가되면 미 공군 1개 비행대 전력(24대)만으로 하룻밤 만에 북한 체제를 완전히 엎어버릴 수 있다.

    GBU-53/B, 일명 ‘스톰 브레이커(Storm Breaker)’. [World Wide Military Video Archive]

    GBU-53/B, 일명 ‘스톰 브레이커(Storm Breaker)’. [World Wide Military Video Archive]

    GBU-53/B, 일명 SDB II(Small Diameter Bomb II)로 불리는 이 폭탄은 F-35A 전투기 대당 8발을 내부 무장창에 탑재할 수 있다. 각 미사일은 74km 범위에서 움직이는 차량을 초정밀 타격할 수 있는데, 스텔스 전투기에 이러한 미사일 8발이 탑재된다는 것은 F-35A 1대가 북한 이동식 미사일 발사 차량 8대를 파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군이 1개 비행대 규모의 F-35A 전투기를 동원해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에 나설 경우 4대 정도의 F-35A로 평양의 방공망 제압과 핵 벙커 버스터 투발 임무를 수행하고, 나머지 20대로 북한 전역에 침투해 160대의 북한 이동식 미사일 발사 차량을 파괴할 수 있다. 현재 파악된 북한군 이동식 미사일 발사 차량 거의 전부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보복 공격을 감행할 ‘수단’과 ‘의지’ 모두를 잃게 돼 전략적으로 절대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앞으로 수개월 내에 닥쳐올 이 위기를 극복할 묘안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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