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2

2020.08.14

이마트 월계점과 신촌점, 1인용 품목으로 2030 소비층 공략

‘굳히기’ 전략…커스터마이징 마케팅 본격 실행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20-07-28 10: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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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뉴얼 후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이마트타운 월계점’(왼쪽).  7월 16일 문을 연 ‘이마트 신촌점’.

    리뉴얼 후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이마트타운 월계점’(왼쪽). 7월 16일 문을 연 ‘이마트 신촌점’.

    위기는 기회를 동반한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유통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깜짝’ 실적을 자랑하는 곳이 있다. 서울 월계점 리뉴얼 성공에 이어 신촌점 오픈까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마트다. 이 두 매장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으로, 고객의 니즈를 철저히 반영한 고객 맞춤형 매장으로 불황에 맞서고 있다. 

    최근 리뉴얼 오픈한 ‘이마트타운 월계점’은 연면적 1만9173㎡(약 5800평) 규모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 이 점을 고려해 방문객이 쇼핑뿐 아니라 식사와 여가 활동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매장을 새 단장했다. 유통업계에서 이른바 ‘테넌트(tenant)’라고 부르는 임대매장 을 대거 늘려 유명 맛집과 키즈카페, 브랜드숍을 입점시킨 것. 그 결과 월계점 임대매장 매출이 전년 대비 290% 증가했다. 

    식품 매장을 강화한 것 역시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당초 이마트가 식품 매장을 강화해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했을 때 고개를 갸웃거린 사람이 많았다. 식품이야말로 최근 가장 빠르게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품 카테고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계점 사례를 보면 온라인이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면 결국 고객이 찾아온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제로 월계점의 신선식품 매출은 오픈 한 달 동안 40% 이상 신장했다. 매장 전체 매출도 리뉴얼 오픈한 5월 28일부터 7월 23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7.9% 증가했다.

    2030세대 라이프스타일 반영한 신촌점

    월계점이 ‘빅 사이즈’ 전략을 택했다면 신촌점은 그 반대다. 7월 16일 신촌로터리 옛 그랜드마트 자리에 들어선 신촌점은 총면적 1884㎡(약 570평)로 일반 대형마트(3000㎡ 이상)의 60% 수준밖에 안 된다. 하지만 매장이 작은 데는 이유가 있다. 신촌은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등 5만 명이 넘는 대학생이 생활하는 곳으로 20, 30대 인구 비율이 40%(서울시 평균 31%)가량 된다. 

    따라서 신촌점은 핵심 고객층인 2030세대와 1~2인 가구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상품을 구성했다. 소량 구매에 익숙한 1~2인 가구의 특성을 고려해 소단량 상품을 기존 점포에 비해 30% 늘렸다. 또한 젊은 층 취향에 맞는 이색 소스 특화 매장과 가성비 중심의 노브랜드 매장도 따로 갖춰 오픈과 동시에 많은 이가 몰리고 있다.



    1~2인 가구 특성에 맞춰 소단량 상품을 많이 갖추고 있는 신촌점 식품 매장.

    1~2인 가구 특성에 맞춰 소단량 상품을 많이 갖추고 있는 신촌점 식품 매장.

    경쟁사 폐점에 반사이익 기대

    특히 신촌점은 유통업체 대부분이 지속적인 불황으로 점포를 축소하거나 폐점하는 상황에서 ‘나 홀로’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이마트 내에서도 신규 오픈은 2018년 ‘이마트 의왕점’ 이후 1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고전은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다. 롯데쇼핑은 2018년 당기순손실 5029억 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7537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채산성이 낮은 마트와 슈퍼 등을 순차적으로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마트는 올해 16개 점포가 문을 닫을 예정이다. 지난해 당기순손실 5322억 원을 기록한 홈플러스 역시 점포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8년 경기 중동점, 경남 동김해점에 이어 올해 7월 19일 경기 안산점을 매각했다. 홈플러스는 대구점, 대전 둔산점도 매각 리스트에 올린 상태다. 

    따라서 업계는 향후 이마트의 독주를 점친다. 경쟁사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점포 구조조정이 이마트에게는 수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마트도 지난해 3개 매장을 닫긴 했으나, 리뉴얼 등을 통한 투자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업계 1위인 이마트는 점포 수를 크게 줄이지 않는 선에서 산업 위기를 잘 견뎌내고 있다”며 “창고형 할인점(이마트 트레이더스)과 온라인 채널을 강화해 이미 지난해 경쟁사와의 매출성장률 격차를 크게 벌려놓았고, 월계점‧ 강원 강릉점의 리뉴얼 효과도 긍정적인 만큼 업계 1위 자리를 확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경쟁사가 점포를 폐점하면 상권이 인접한 이마트는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박 애널리스트는 “19개 점포(롯데마트 16개·홈플러스 3개) 모두 이마트와 상권이 겹친다면, 이마트 기존 점의 매출은 1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쓱(SSG) 물류창고로도 활용 가능

    이마트는 앞으로 전국 140개 점포 중 30% 이상을 월계점처럼 새 단장할 계획이다. 리뉴얼 비용으로만 2600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또 하반기에는 경기도 안성에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새로 문을 연다. 

    이러한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이마트가 SSG닷컴(신세계‧이마트 통합 온라인쇼핑몰)과 연계한 오프라인 거점 매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온라인 채널을 확대하려면 쿠팡, 마켓컬리 등과 같이 물류거점 기지가 필요한 만큼 이마트가 관련 용도로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얘기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에 배치된 1~2인 가구 특화 제품을 SSG닷컴에서도 판매하면 조달과 물류, 판매의 번거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 구매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 비중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대형마트가 물류창고 역할까지 한다면 효율성 면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며 “비대면 쇼핑이 늘수록 오프라인 매장도 온라인 소비자의 취향에 대응하는 탄력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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