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드론, 정찰용에서 공격용으로 진화 중

이란 혁명수비대, 드론으로 미 해군 항공모함까지 노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donga.com

    입력2019-05-27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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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란이 포획한 미군 드론 RQ-170을 보고 있다. 뒤쪽은 이를 복제한 이란의 드론(왼쪽). 이란이 RQ-170을 복제해 제작한 드론들. [FNA, Fars News Agency]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란이 포획한 미군 드론 RQ-170을 보고 있다. 뒤쪽은 이를 복제한 이란의 드론(왼쪽). 이란이 RQ-170을 복제해 제작한 드론들. [FNA, Fars News Agency]

    이란 혁명수비대는 최근 페르시아만을 항해하는 미국 해군의 핵 항공모함을 정찰용 무인기(드론)로 촬영한 영상을 공개해 미국 국방부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 영상에는 아바빌-3라는 드론이 이란 영토 내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모습과 바다를 항해하는 미 해군 항모를 여러 배율로 선명하게 찍은 장면이 담겨 있다. 1분 31초 분량의 이 영상에서는 항모에 실린 전투기 기종과 날개에 적힌 일련번호까지 보였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 영상을 페르시아만 해역에서 미 해군 함정의 움직임을 샅샅이 감시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지만, 촬영 시기와 항모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아바빌-3의 제원을 보면 작전 반경은 100km, 속도는 시속 200km, 고도는 5000m이며 4시간을 비행할 수 있다. 미 국방부는 이 영상에 나오는 항모는 아이젠하워호로, 2016년 페르시아만에 배치된 바 있다고 밝혔다.

    드론 제작 기술 5대 강국

    이란은 전 세계에서 드론 제작 기술로는 5대 강국으로 꼽힌다. 이란이 높은 수준의 드론 제작 기술을 보유한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2011년 12월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지대를 비행하던 미군 정찰용 드론 RQ-170 센티널을 전자전 장비로 교란해 포획한 이후 이를 역설계해 습득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미국은 이란 핵시설을 정찰하고자 수시로 드론을 이란 영공에 침투시켰다. 이란으로선 RQ-170의 포획은 엄청난 횡재였다. 이 드론은 포획 당시 미군에 실전배치된 지 5년이 채 안 되는 최신예 기종이었고, 성능 대부분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미군의 극비 무기였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 측에 RQ-170 해체 작업에 참여케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이들 국가의 의도는 드론의 스텔스 기술과 항공전자 기술 등 귀중한 정보를 확보하려는 것이었다. 러시아는 이란 정부에 S-300 지대공미사일을 비롯한 첨단무기 제공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고, 중국 역시 지대지탄도미사일 부품과 기술을 비롯한 반대급부를 제시했다. 결국 이란은 중국, 러시아 기술자들과 함께 RQ-170 해체 및 분석 작업을 완료했고, 2014년 5월 이를 응용한 드론을 개발했다. 이란은 현재 고성능 스텔스 드론까지 제작하는 등 미국과 중국에 필적하는 드론 제조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는 얘기까지 듣고 있다. 

    미국 정부가 에이브러햄 링컨호 항모 전단을 페르시아만 해역에 투입하자 이란 혁명수비대가 항모 전단을 ‘타격 목표’라고 위협하고 있다. 아미랄리 하지자데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 사령관은 “최소 40〜50대 전투기와 6000여 명의 병력이 승선한 미 해군 항모가 과거에는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었으나 지금은 하나의 타격 목표로 바뀌었다”며 “우리는 그들의 머리부터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렇게 호언장담하는 이유는 최신예 드론을 보유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혁명수비대는 3월 14일 페르시아만 해역 상공에서 드론만 동원해 ‘알 쿠드스(‘예루살렘’의 아랍어 이름)를 향하여’라는 작전명으로 대규모 훈련을 실시했다. 혁명수비대가 드론 전용 훈련을 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 훈련에는 이란이 응용해 제작한 RQ-170 10대 등 각종 드론 50대가 참여했다.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이란을 겨냥한 미국의 악랄한 시도에 대응하고자 최신예 드론을 개발했다”며 “미국 정부의 제재와 압박에 드론으로 대응하겠다”고 주장했다. 당시 훈련에 동원된 주요 드론을 보면 카만-12(작전 반경 1000km, 폭탄 100kg 적재), 샤히드-129(작전 반경 2000km, 스마트 폭탄 4개), 사에케-2(레이저 유도폭탄 4개) 등이었다.



    300곳에 대한 군사작전의 시작

    이란의 최신예 드론 샤히드-129(왼쪽)와 이란 혁명수비대가 드론으로 미국 해군 항공모함을 촬영해 공개한 모습. [Fars News Agency, Tasnim News]

    이란의 최신예 드론 샤히드-129(왼쪽)와 이란 혁명수비대가 드론으로 미국 해군 항공모함을 촬영해 공개한 모습. [Fars News Agency, Tasnim News]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의 최신예 드론이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5월 7일자)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드론을 대거 투입하고 중동지역의 무장단체를 동원해 대미(對美) 공격을 감행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한다. WSJ는 또한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예멘 후티 반군 등 친(親)이란 무장단체들을 부추겨 미군을 공격하고 예멘 인근의 바브엘만데브해협과 호르무즈해협, 페르시아만 등에선 드론을 동원해 미 해군 함정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후티 반군은 이란이 지원한 드론으로 사우디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5월 14일 자살폭탄 드론 7대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펌프장 2곳을 파괴했다. 후티 반군은 이번 드론 공격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공격 목표 300곳을 대상으로 한 군사작전의 시작이라고 위협했다. 후티 반군이 사용한 드론은 카테프-1이다. 카테프는 아랍어로 ‘공격’이라는 뜻이다. 카테프-1은 이란이 제작한 드론 아바빌-T와 디자인 및 공격 능력에서 매우 흡사하다. 아바빌-T 드론은 45kg 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그동안 후티 반군에 각종 드론은 물론, 제작 기술과 부품, 폭탄까지 제공해왔다. 사우디는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이 이번 공격을 지시했다며 이란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7월 드론으로 사우디 수도 리야드 인근의 정유시설을 공습했으며, 같은 달 역시 드론으로 UAE 아부다비국제공항을 공습해 트럭 한 대를 파괴하고 공항 기능을 일시 마비시키기도 했다. 후티 반군은 최근 들어 사우디군이 미사일보다 드론을 더 많이 격추했다고 얘기할 정도로 드론 공격 횟수를 늘리고 있다. 이에 사우디군 방공사령부는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비상경계에 들어갔다. 

    이란 혁명수비대도 자살폭탄 드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어 페르시아만에 배치된 미 해군 함정들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란은 지난해 호르무즈해협에서 자살폭탄 드론의 성능을 시험하기도 했다. 미 해군 항모가 타격 목표라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경고가 자칫하면 ‘실제 상황’이 될 수도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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