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이세형의 도하일기

‘중동의 미디어 중심지’ 꿈꾸는 카타르의 자랑

‘중동의 미디어 중심지’ 꿈꾸는 카타르의 자랑

‘중동의 미디어 중심지’ 꿈꾸는 카타르의 자랑

알자지라 본사 건물. [사진 제공 · 알자지라]

알자지라 본사 건물. [사진 제공 · 알자지라]

1월 초 카타르 정부는 야심 찬 ‘미디어시티’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수도 도하의 신도심 개발지역인 무셰리브의 일부를 특구로 지정해 해외 유명 언론사 지국과 문화 콘텐츠(영화와 게임 등) 기업을 집중 유치하겠다는 것. 3년 앞으로 다가온 ‘2022 카타르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카타르가 지향하는 ‘중동의 지식·문화 허브’ 이미지 구축을 위한 회심의 카드다. 

현재 세계적 언론사들이 특파원을 주로 파견하는 중동지역은 이집트 카이로, 레바논 베이루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다. 카타르가 이들을 도하로 모셔오고자 파격적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17년 6월 터진 ‘카타르 단교 사태’(사우디아라비아·UAE·바레인·이집트가 카타르의 독자적 외교와 국정운영을 문제 삼으며 외교 및 교역 관계를 모두 끊은 일)에 대한 일종의 맞불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국가가 단교 해지 조건으로 내건 것 중에는 도하에 본사를 둔 ‘중동의 CNN’ 알자지라의 폐쇄도 있기 때문이다. 

설립된 지 23년(1996년 설립)이 된 알자지라는 세계적인 특종과 다양한 심층 기획보도로 국제적 명성을 쌓고 있다. 이슬람권에서 금기시하는 이슈와 중동국가 정상들의 부정부패를 적극 보도해온 것도 주목받았다. 알자지라의 이런 성과는 카타르 정부가 파격적인 재정 지원을 하면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보도의 자유와 독립성을 부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3100만 가구가 보는 카타르의 아이콘

모스테파 수아그 알자지라 사장. [이세형 동아일보 기자]

모스테파 수아그 알자지라 사장. [이세형 동아일보 기자]

알자지라는 카타르인에겐 특별한 존재다. 천연가스와 원유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메이드 인 카타르’의 위상을 떨친 국가적 상징 아이콘으로 여겨진다. 알자지라는 아랍어로 ‘섬’을 뜻하는데, 독립적 언론이 되겠다는 취지에서 이름으로 삼았다고 한다. 크레이그 라메이 카타르 노스웨스턴대(NU-Q) 교수(저널리즘 전공)는 “카타르는 개혁·개방 과정에서 교육, 미디어, 스포츠, 문화를 핵심 발전 섹터로 여겨왔다”며 “알자지라는 카타르가 중동의 미디어 중심지란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특히 알자지라는 중동 보도에선 CNN과 BBC 같은 ‘전통의 글로벌 언론사’를 압도할 때도 많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이 사건을 기획했던 알카에다 리더 오사마 빈라덴을 단독 인터뷰한 게 대표적 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는 미군의 과도한 민간인 공격과 대량살상무기 존재의 의구심 등을 적극 보도하며 서구 미디어와는 다른 프레임을 제공했다. 2011년 ‘아랍의 봄’ 움직임이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에서 확산될 때는 이 나라의 독재자들을 강하게 비판하는 보도로 여론 형성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 



이처럼 카타르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로 여겨지는 알자지라 본사는 도하 다운타운인 웨스트베이에서 자동차로 15분가량 떨어진 와디 알 세일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미디어시티가 들어설 지역과 불가근불가원의 거리라 할 수 있다. 이곳은 월드컵과 아시안컵 같은 중동의 인기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중계하는 스포츠방송 비인(BeIN)과 카타르국영방송(QTV)도 인근에 자리해 현지에선 미디어 중심지로 통한다. 

1월 16일 알자지라 본사를 방문하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했다. 카타르 내 핵심 보안시설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알자지라 내부에 초청자가 있어야 하고, 이 사람을 통해 방문증을 미리 받아야 한다. 노트북컴퓨터와 카메라를 소지할 경우에도 미리 신고해야 한다. 본사 입구에선 두 차례의 보안 검색을 통과했다. 보안 검색은 자동차 트렁크까지 열어볼 정도로 꼼꼼하게 이뤄졌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친 뒤 들어선 알자지라 본사는 언론사보다 연구소 같은 느낌이었다. 5층 안팎의 그리 크지 않은 건물이 넓은 정원에 여러 개 들어서 있는 구조다. 정원은 크고 작은 나무, 꽃, 조형물들로 잘 정돈돼 있어 오아시스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알자지라 아랍어 방송의 보도본부가 있는 건물로 들어서자 언론사 특유의 긴박함이 그대로 전달됐다.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는 제작진, 취재 현장에서 보낸 기사를 읽고 있는 프로듀서(PD)들이 보였다. 스튜디오에서는 앵커들이 뉴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시리아 이슈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보내온 내용을 읽고 있던 한 뉴스 PD는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하자) “조만간 열릴 북·미 정상회담이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물었다.


90여 개국 3000명 근무하는 국제 미디어그룹

알자지라 아랍어 뉴스 메인 스튜디오(위).알자지라의 여성앵커들은 히잡 착용이 의무적이지 않다. [사진 제공 · 알자지라, 알자지라 방송 캡처]

알자지라 아랍어 뉴스 메인 스튜디오(위).알자지라의 여성앵커들은 히잡 착용이 의무적이지 않다. [사진 제공 · 알자지라, 알자지라 방송 캡처]

여성도 많았다. 이 중에는 히잡을 쓰지 않은 이들도 꽤 있었다. 알자지라는 여성 인력의 히잡 착용 여부를 개인 선택에 맡긴다. 직원 가운데 비(非)무슬림, 비아랍계도 적잖다. 알자지라 소속 임직원은 90개국 이상 국적의 3000여 명에 이른다. 그중에는 북미와 유럽의 유명 언론사에서 활동했던 이도 많다. 모스테파 수아그 알자지라 사장은 “출신 국가, 종교, 이념 등을 묻지 않고 오로지 언론인으로서 프로의식과 성과만 보는 문화가 잘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거대 글로벌 미디어그룹에 어울리는 조직 체계를 갖춰나가고 있다. 출발은 아랍어 방송으로 했지만, 2006년 영어 방송(알자지라 잉글리시)을 시작하며 글로벌 언론사로서 위상 다지기에 나섰다. 2007년에는 다큐멘터리 채널(알자지라 다큐멘터리), 2011년에는 유럽 발칸지역을 대상으로 한 채널(알자지라 발칸)도 설립했다. 온라인 콘텐츠를 담당하는 AJ+는 물론, 주요 콘퍼런스와 행사를 편집이나 해설 없이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채널(알자지라 라이브)도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3100만 가구가 이 방송을 시청한다.
 
취재 네트워크도 글로벌하다. 현재 중동에서 25개(단교 사태로 현재 가동되지 않는 지국 포함), 비중동지역에서 34개의 지국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영국 런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의 지국은 지역의 거점 역할을 한다. 중동에서 가장 오래됐고, 첨예한 갈등 가운데 하나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심층보도를 할 수 있는 취재망을 갖춘 것도 알자지라가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이다. 예루살렘(이스라엘 수도), 라말라(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행정수도), 가자지구(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주요 활동 지역)에서 모두 지국을 운영하며 발생 뉴스뿐 아니라 다양한 기획보도와 다큐멘터리도 제작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네수엘라 사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북핵 문제 등 비중동 이슈 보도에도 공을 들인다. 한국과 관련해선 ‘정치인들의 유튜브 활용 움직임’과 ‘평창동계올림픽 1주년 평가’ 등을 심층 보도했다. 

특히 아시아는 향후 알자지라가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시장이다. 이미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는 해당 국가 언어로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북한 지국 설치에도 관심이 있지만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수아그 사장은 “뉴스 현장에 다가간다는 측면에서 북한 지국 설치는 중요하지만, 자유롭게 취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해 지국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진출 실패와 공정성 논란은 숙제

단기간에 글로벌 언론으로 성장했지만 향후 알자지라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 단교 사태로 사우디, 이집트, UAE 같은 중동 주요 국가를 취재하지 못하는 건 큰 손실이다. 이들 나라의 알자지라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은 단교 사태가 해결된 뒤에도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북미시장 진출을 위해 설립했던 ‘알자지라 아메리카’가 경영난으로 2016년 문을 닫은 것도 약점이다. CNN 등에 따르면 이 시기에 알자지라는 저유가로 인한 예산 감축 사태까지 겹쳐 500여 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했다. ‘카타르 정부에 대한 비판에는 소극적’이라는 공정성 시비 지적도 계속 제기된다. 한 중동 전문가는 “과거에는 존재만으로도 알자지라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취재원과 시청자의 기대치도 이제 크게 높아졌다”며 “알자지라에 대한 비판은 앞으로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데니스 에버레트 카타르 노스웨스턴대 학장
“중동 사람들의 미디어 이용 행태 연구의 메카가 될 것”
[사진 제공 · NU-Q]

[사진 제공 · NU-Q]

카타르 노스웨스턴대(Northwestern University in Qatar·NU-Q)는 시카고대, 노터데임대와 함께 미국 중서부를 대표하는 명문대로 꼽히는 노스웨스턴대가 2008년 설립한 국제캠퍼스다. 이 대학이 강점을 지닌 저널리즘과 커뮤니케이션학 전공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알자지라와 더불어 ‘중동의 미디어 중심지’를 지향하는 카타르의 중요 보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NU-Q는 도하 도심 서쪽에 위치한 교육특구로 미국과 유럽 대학 8곳이 국제캠퍼스를 운영 중인 에듀케이션시티에 자리한다. 2월 3일 오전 NU-Q에서 만난 데니스 에버레트 학장은 “미디어시티 조성과 2022년 월드컵을 앞두고 카타르에서 NU-Q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카타르, 나아가 중동지역의 미디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과 연구를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카타르 노스웨스턴대(NU-Q) 캠퍼스(왼쪽)와 NU-Q의 교육용 스튜디오. [이세형 동아일보 기자, 사진 제공 · NU-Q]

카타르 노스웨스턴대(NU-Q) 캠퍼스(왼쪽)와 NU-Q의 교육용 스튜디오. [이세형 동아일보 기자, 사진 제공 · NU-Q]

카타르가 중동의 미디어 중심지로 성장하는 데 NU-Q는 어떤 역할을 해왔나. 

“국제적 수준의 저널리즘과 커뮤니케이션학 교육을 받은 인력들을 배출해왔다. 이 중에는 알자지라와 비인(BeIN) 등 언론사에 진출한 이도 많다. 또 카타르 정부부처의 공보 파트, 이곳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의 홍보 담당 인력도 많이 배출했다. 300여 명의 졸업생 가운데 16명이 알자지라에 재직하고 있다. 전체 미디어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198명이 관련 업종에 종사 중이다. ‘언론의 자유’와 ‘언론사의 독립’이 왜 중요한 가치인지를 꾸준히 교육해온 것도 우리의 중요한 역할이다.” 

알자지라와 협력은 얼마나 활발한가. 

“학생들의 인턴십 및 채용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비롯해 여러 가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NU-Q 교수들이 알자지라의 자문 활동에도 참여한다. 알자지라 관계자들과 NU-Q 교수들이 함께 참여하는 워크숍도 열고 있다.” 

향후 어떤 활동에 주력할 것인가.

“NU-Q는 ‘중동의 미디어 이용 연구’를 가장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기관이다. 2013년부터 매년 중동지역의 미디어 이용 행태, 뉴스 소비,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 온라인 규제 등을 조사해 발표해왔다. 이를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다. 전쟁이나 심각한 정치·사회적 혼란을 겪은 중동국가의 정부 관계자와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싶다.” 

미국 명문대가 굳이 카타르에 캠퍼스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2000년대 들어 노스웨스턴대는 국제적 명성을 더욱 높이고, 중동 관련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때 마침 카타르재단(카타르가 설립한 교육·문화 분야의 비영리재단으로 에듀케이션시티의 운영 주체)에서 국제캠퍼스를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왔다. 글로벌 이슈가 많이 발생하고 대학 교육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는 중동에 진출한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올해 9월 스포츠 저널리즘 과정을 대학원 과정으로 개설한다. 

“NU-Q의 첫 번째 대학원 과정이다. 기대가 크다. 카타르는 2022 월드컵을 앞두고 있고, 스포츠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도 강하다.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세형_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카타르 도하에 있는 싱크탱크 아랍조사정책연구원(ACRPS)에서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9.02.15 1176호 (p38~42)

  • 동아일보 기자 turtle@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4

제 1214호

2019.11.15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