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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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순대, 묵밥, 특양, 올갱이해장국

충북 제천의 맛집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5-12-07 14: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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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방순대, 묵밥, 특양, 올갱이해장국

    ‘묵마을’의 채묵밥과 도토리전.

    충북 제천은 중부 내륙지역의 전형적인 특성을 지닌 곳이다. 산들에 겹겹이 둘러싸여 있어 산에서 나는 물산이 풍부하다. 조선시대부터 유명했던 약령시(藥令市)는 일제강점기에도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서울, 대구와 함께 전국 3대 약초시장으로 발전했다. 제천 중앙시장 근처에는 약초를 이용한 한방순대(약초순대)를 만드는 곳도 있다.
    ‘개미식당’이 바로 그곳으로 여러 가지 한약재를 넣고 24시간 우린 육수로 만든 순대와 국을 판다. 한약재는 돼지고기와 내장의 잡내를 잡는 데 안성맞춤이다. 진한 국물에는 들깻가루가 많이 들어가 있다. 이곳 사람들은 순대나 고기를 초장에 찍어 먹는 습관이 있는데 오래된 전통이라 한다.
    제천 IC와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묵마을’은 이름 그대로 도토리묵 전문점이다. 도토리는 오랫동안 구황식물이자 화전민이 즐겨 먹던 식재료였다. 1970년대 중반 완전히 사라진 화전민들은 막국수나 도토리묵을 팔아 생계를 이었다. ‘묵마을’에서는 주변에 있는 월악산과 금수산에서 직접 딴 도토리를 사용한다. 가을 도토리는 며칠 동안 물에 담가 떫은 성분을 빼야 먹을 수 있다. 이맘때는 떫은 성분이 사라지지만 미세한 쓴맛은 남아 있다.
    시골집 같은 식당에 자리 잡은 뒤 이 집에서 가장 유명한 채묵밥과 도토리전을 시킨다. 멸치로 우린 육수에 도토리묵을 채 썰어 넣고 김치, 김가루, 깨소금, 다진 고추양념을 넣은 채묵밥은 투박하고 건건하다. 함께 나온 조밥과 함께 먹으면 심심하지만 개운한 맛이 난다. 감자전분과 도토리가루를 반죽해 만든 도토리전은 얇고 졸깃하다. 배추김치, 팽이버섯, 고추, 양파 등이 갈색의 전 위에 그림처럼 현란하게 펼쳐져 있다.
    제천 시내 ‘금왕식당’은 올갱이해장국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민물 고둥인 다슬기의 충청도 사투리인 올갱이(또는 올뱅이)는 깊고 은은한 맛 때문에 해장국의 대명사가 됐다. 민물에서 나는 물고기나 고둥은 약간의 흙내가 나는 탓에 대개 된장국에 넣어 먹는다. ‘금왕식당’도 예외가 아니어서 올갱이와 된장, 부추를 함께 넣고 끓인다. 이 집이 유명해진 데는 구수한 된장맛과 개운한 올갱이 육수는 물론, 국물에 들어 있는 많은 양의 올갱이도 한몫했다. 올갱이에 밀가루 옷을 입혀 육즙을 보호하는 것도 특이하다.
    한방순대, 묵밥, 특양, 올갱이해장국

    ‘대림숯불갈비’의 특양 요리.

    외지인보다 제천 토박이가 즐겨 찾는 식당으로는 ‘대림숯불갈비’를 빼놓을 수 없다. 오후 2시에 찾았을 때도 넓은 식당 안에 손님이 많았다. 1층에서는 돼지고기를 팔고 2층은 쇠고기를 내놓는 식당이다. 2층에 올라 자리를 잡으니 동행한 토박이는 쇠고기 대신 특양을 주문한다. 소의 첫 번째 위인 양은 고소한 맛과 살캉거리는 식감으로 조선시대 왕가의 잔치에 빠지지 않는 고급 부위였다. 풀을 먹고 자란 소의 양이 특히 맛있는데, 우리나라 소는 대부분 복합사료와 콩을 먹여 마블링을 얻는 데 주력한 탓에 질 좋은 양은 뉴질랜드나 호주에서 많이 들어온다. ‘대림숯불갈비’에서는 양 중에서도 가장 두꺼운 부위인 국내산 한우 특양을 사용한다. 국내산 특양도 반갑지만 먹는 방식이 독특하다. 주문하면 누런 유기불판이 나온다. 서울의 육수형 불고기 불판과 비슷하게 생겼다. 여기에 고깃국물을 붓고 양념한 특양을 마늘과 함께 굽는다. 촘촘히 칼질이 된 양은 국물 덕에 타지 않고 먹기에 편하다. 양이 다 익으면 불판 가장자리에 있는 양념에 찍어 먹는다. 달달하고 칼칼한 맛이 동시에 나는 양념과 양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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