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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절규가 문학이 되다

여성들의 절규가 문학이 되다

여성들의 절규가 문학이 되다
“사람은 어떻게 다른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정신 나간 생각과 의기투합할 수 있는가? 심지어 죽일 의무가 있다는 생각까지 하다니.” 이것이 작가의 출발점이었을 것이다. 1948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가 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83년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의 집필을 마쳤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여성 200여 명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2년 동안 출판사에서 잠들어 있었다. 전쟁이 너무 무섭게 묘사돼 있다, 끔찍한 내용이 너무 많다, 지나치게 사실적이다, 선도적이고 지도적인 공산당의 모습이 없다 등등 출판할 수 없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아니, 그들이 원하는 것은 장군이나 현명한 총사령관이 등장하는 영웅담이었다. 전쟁에 가담한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냉혹함, 추함, 배고픔, 성폭력, 분노, 죽음의 그림자는 기억하지도, 기록하지도, 읽지도 말아야 했던 것이다.

한 여인이 입을 연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곤 해… 누군가 옆에서… 울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여전히 전쟁터에 있어….” 퇴각하는 소련군 부대의 유일한 여자 대원이던 그는 누군가 가져다준 원피스로 갈아입는다. 하필 그때 생리가 터졌다. 그 순간을 말도 못 하게 수치스러웠다고 기억한다. 반쯤 정신이 나간 채 행군하며 ‘조국에 속을 만큼 속았다’는 생각을 했다. “대체 우리 비행대는 어디 있고 우리 탱크는 어디 있는 거지?”라고 따지고 싶었다. 포로가 되기 전날 그는 두 다리가 모두 으스러지는 중상을 입었고, 온몸이 피투성이인 채로 숲까지 기어갔다. 빨치산 덕에 목숨을 건졌지만 그는 전쟁이 끝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악몽을 꾼다. 그리고 말한다. “나는 이 책을 읽을 사람도 불쌍하고 읽지 않을 사람도 불쌍하고, 그냥 모두 다 불쌍해.”

출판 검열관은 알렉시예비치에게 이 부분을 삭제할 것을 지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책을 쓰면 누가 싸우러 나가겠소? 선생은 지금 유치한 사실주의로 여성을 모욕하고 있소. 우리 여성 영웅들의 명예를 훼손했소. 그녀들을 하찮게 만들고 암캐로 만들었단 말이오. 그녀들은 우리한테 신성한 존재요.”

이 책은 2년 뒤인 1985년 벨라루스와 러시아에서 동시에 출간됐고 전 세계적으로 200만 부 팔리며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다. 2002년에는 검열에 걸려 싣지 못한 부분까지 추가한 책이 다시 나왔다. 2015년 10월 8일 저자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발표가 나오기 직전 한국에서 첫 출간된 책은 이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저자의 책은 ‘체르노빌의 목소리’(새잎, 2011)가 유일했다. 알렉시예비치는 수많은 사람의 증언을 재구성한 논픽션으로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이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 독자는 ‘목소리 소설’을 읽기 전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작가는 말한다.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그가 사람을 죽이고 죽어간 이야기를 듣는 것은 상대의 눈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여성들의 절규가 문학이 되다
소리 내서 읽고, 손으로 쓰고 싶은 인생 격언

김규회·야마다 토모미 외 지음/ 이용택 옮김/ 끌리는책/ 516쪽/ 2만2000원

“어둠은 불멸의 영혼의 전진을 막지 못한다”는 중복장애를 가졌지만 작가이자 사회사업가로 우뚝 선 헬렌 켈러가 한 말이다. 법정 스님은 “버리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는 말로 무소유의 삶을 설파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괴테의 대표작 ‘파우스트’에 나오는 말이다. 위인 164명이 남긴 1340개 명언은 소리 내서 읽고, 손으로 써봐야 진정한 자신의 것이 된다.

여성들의 절규가 문학이 되다
한글 활자의 탄생(1820~1945)

류현국 지음/ 홍시/ 632쪽/ 5만 원

한국어학, 한국문학, 한글공학, 한글 디자인, 한글 문헌학 등의 한글 연구 분야가 있지만 근대 시기 한글 납활자에 대한 연구는 공백이나 다름없었다. 쓰쿠바기술대 종합디자인학과 교수인 저자가 12년 동안 40여 개국을 다니며 한글 활자의 원형과 계보를 찾아낸 결과물을 발표했다. ‘동아일보’가 1928년 신문사 최초로 ‘신서체’ 민간인 공모를 통해 33년부터 새 활자를 쓴 사실 등 흥미로운 한글 활자의 역사가 담겼다.

여성들의 절규가 문학이 되다
한국 사회의 질

이재열 외 지음/ 한울아카데미/ 400쪽/ 3만6000원

1960년대 경제 성장, 80년대 민주화에 이어 오늘의 한국을 이끌어가는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기획한 이 책은 삶의 질, 사회적 위험, 사회통합 등을 아우르는 ‘사회의 질(social quality)’이란 개념을 제시하고 한국의 현실을 분석한다. 1부에서는 안전성, 응집성, 포용과 배제, 역능성 등 4개 영역별로 살펴보고 2부에서는 지역사회, 건강과 의료, 인권, 복지국가라는 관점에서 사회의 질을 살펴본다.

여성들의 절규가 문학이 되다
피케티의 신자본론

토마 피케티 지음/ 박상은·노만수 옮김/ 글항아리/ 472쪽/ 2만2000원

‘21세기 자본’의 저자가 쓴 경제 에세이. 2004~2015년 3월까지 ‘리베라시옹’에 연재한 것으로 조세, 금융, 통화 등 경제학적 이슈뿐 아니라 정당정치, 사회보장, 고용문제, 교육제도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저자의 성찰과 함께 자본주의의 모순을 타파하기 위한 현실적 제안도 담았다. ‘글로벌 자산세 도입을 위해 나아가자’ ‘투표장으로 가 유럽을 바꾸자’ ‘근로 장려금 : 또 다른 실패’ 등 각 칼럼 제목에서도 실천적 의지가 드러난다.

여성들의 절규가 문학이 되다
쥬라기 공원의 과학

베스 샤피로 지음/ 이혜리 옮김/ 처음북스/ 312쪽/ 1만6000원

여행비둘기, 도도새, 매머드 같은 멸종동물의 복원 프로젝트가 가동 중이다.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DNA 추출도 어려운 공룡 대신 사체가 여전히 싱싱하게 남아 있는 매머드에게서 복원 성공의 가능성을 찾는다. 과학자들은 매머드가 살아나 북극 툰드라 지역을 돌아다니며 풀을 뜯으면 주변 환경도 되살아난다고 말한다. 결국 복원은 하나의 생물을 부활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을 살리는 길이 된다.

여성들의 절규가 문학이 되다
왜? 왜라고 묻는가?

최용철 지음/ 도서출판 봄/ 300쪽/ 2만 원

선택으로 말미암아 사람은 사람다워진다. 선택은 사람을 변화케 한다. 어떤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바뀌는 것이 실천이다. 실천이란 선택에서 비롯된다. 사람다우려면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전북대 윤리교육과 교수인 저자가 왜 책을 읽는가, 왜 분노하는가, 왜 일부일처제여야 할까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했다. ‘새전북신문’에 ‘수상한 책, 불편한 진실’이란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들이다.

여성들의 절규가 문학이 되다
아수라장의 모더니티

박해천 지음/ 워크룸프레스/ 254쪽/ 1만5000원

6·25전쟁에서 불을 뿜어대던 B-29 전폭기와 T-34형 탱크, 1960년대 서구식 이층양옥과 포니 자동차, 70년대 신도시 아파트, 90년대 대형할인점. 이것들을 이어주는 단어가 ‘모더니티’다. 디자인 연구가인 저자는 각각의 시대적 상징물을 통해 한국인이 국민, 민족, 시민이라는 집단적 정체성에서 벗어나 ‘소비자’로 개인의 정체성을 획득해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저자는 앞서 출간한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파트 게임’에서 보여줬던 ‘비평적 픽션’ 형식을 이 책에서도 시도하고 있다.

여성들의 절규가 문학이 되다
사회계약론·코르시카 헌법 구상·정치경제론·생피에르 영구평화안 발췌·생피에르 영구평화안 비판

장 자크 루소 지음/ 박호성 옮김/ 책세상/ 380쪽/ 2만5000원

‘책세상’의 장 자크 루소 전집 여덟 번째 책. 제목 그대로 혁명적 사상가 루소의 대표작인 ‘사회계약론’ 외에 4편의 글이 실렸다. 1762년 작 ‘사회계약론’에서 루소는 자유롭고 평등한 인민 상호 간 약속에 기초한 이상적인 공화국 모델을 제시했고, 사후에 출판된 ‘코르시카 헌법 구상’(1765)에서는 독립된 공화국의 위상을 갖추는 데 필요한 법 제도의 골격을 제시했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주간동아 2015.10.19 1009호 (p74~75)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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