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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앞둔 병원가, 대세는 ‘웰에이징’

중·장년 남성 인위적 ‘안티에이징’보다 간편하고 부작용 적은 미용시술 선호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연휴 앞둔 병원가, 대세는 ‘웰에이징’

연휴 앞둔 병원가, 대세는 ‘웰에이징’

[Shutterstock]

정부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10월 초 길게는 열흘 이상 휴식을 할 수 있게 됐다. 개천절, 추석, 한글날로 이어지는 ‘열흘 연휴’는 빨라도 2025년은 돼야 다시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 ‘황금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는 이가 적잖다.

30대 직장인 A씨는 이 기간을 활용해 얼굴의 점을 제거하고 보톡스 주사로 안면 윤곽도 다듬기로 했다. 그는 “9월 29일 시술을 받으면 10월 4일 추석까지 닷새 여유가 있다. 명절에 친지를 방문하는 데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아 이번에 날을 잡았다”고 밝혔다.

중견기업 간부인 50대 직장인 B씨는 눈 밑 지방재배치 수술을 받기로 했다. 김형준 그림성형외과 원장에 따르면 눈 밑 지방재배치 수술은 ‘눈 안쪽 결막을 절개해 눈 아래쪽으로 늘어진 지방을 제거하고, 노화로 움푹 팬 부분에는 지방을 채움으로써 전반적으로 젊고 건강한 인상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다. 수술 시간은 2시간이 채 안 되지만 이후 부기가 빠지고 자연스러운 얼굴을 되찾기까지는 사람에 따라 2~5일이 걸린다고 한다. 김 원장은 “오랜만에 맞는 긴 연휴 덕에 중·장년 직장 남성도 평소 관심을 뒀던 미용시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요즘 성형외과, 피부과 등에 예약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명절 연휴, 피부과에 남성이 북적이는 이유

연휴를 앞두고 병원가가 북적이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최근 눈에 띄는 현상은 그 ‘인파’의 중심에 중·장년 남성이 있다는 점이다. 김민정 청담힐클리닉 원장은 “남성이 미용클리닉에 본격적으로 드나들기 시작한 지 4~5년쯤 된 것 같다. 초기에는 아내 손에 이끌려 어색해하며 들어오는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새는 남성 대상 시술이 많이 대중화된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명절 연휴는 미용클리닉의 남성 고객 비율이 평소보다 높아지는 시기라고 한다. 안지현 유안정형외과 비만항노화클리닉 원장은 “요즘에는 간단하고 회복 기간이 짧은 미용시술이 많아서 여성은 굳이 연휴가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시술을 받는 편이다. 그런데 남성 중에는 ‘시술받은 티’를 내고 싶어 하지 않는 분이 제법 있다. 검버섯이나 점을 제거하면 그 자리에 재생테이프를 며칠 붙여야 한다. 그걸 붙이고 출근하는 게 신경 쓰이는 분이 연휴에 맞춰 예약을 잡는다”고 설명했다.

 문경원 예인피부과 원장에 따르면 요즘 미용시술의 목표는 ‘웰에이징(well-aging)’이다. 문 원장은 “과거엔 노화를 인위적으로 거스르는 ‘안티에이징(anti-aging)’이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요새는 다르다. 의사나 환자 모두 자연스럽고 우아하게 나이 들어가는 것을 선호하고, ‘자기 관리’ 목적으로 시술을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중·장년 남성 고객이 점차 늘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사회에서 외모가 ‘경쟁력’의 한 요소로 여겨지는 것도 중·장년 남성의 미용시술이 증가하는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인터넷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남녀 직장인 17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모가 직장생활에서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8%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남성은 세계 어느 나라 남성보다 더 많은 돈을 미용에 투자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11억448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 규모로 세계 1위 수준이다. 2009년 6억2350만 달러와 비교해 7년 만에 2배 가까이 성장한 것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이런 ‘남성 미용’ 열풍의 중심에는 ‘꽃미남’을 좋아하는 청년층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중·장년층의 참여가 시작됐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의 14.1%(711만 명)에 해당할 만큼 막대한 비율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이 무렵부터 미용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1년 이들을 ‘뉴시니어(New Senior)’로 명명하는 보고서를 내면서 ‘한국 대중문화가 질과 다양성 측면에서 급격히 진화하던 1960~70년대에 유·청년기를 보내 젊음과 창의성의 가치를 중시하고, 문화적 감수성이 발달했으며, 청·장년기에 눈부신 경제발전의 주역으로 활약해 특유의 성취감과 자긍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이들이 ‘신체적·인지적·외양적 젊음’을 추구한다고도 밝혔다. 이 세대가 차츰 외모에서 노화를 실감할 나이가 되면서 적극적으로 미용클리닉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기는 김 원장이 “병원에 점점 남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한 때와 일치한다.

특징적인 것은 이른바 뉴시니어가 추구하는 젊음이 20대 청년의 그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957년생으로 20년 이상 직장인으로 일하다 귀농해 제2의 삶을 꾸리고 있는 C씨는 “친구들과 얘기해보면 다들 중년의 삶에 만족한다. 세월이 만들어준 품위와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면서 거기에 젊은 감각을 더할 방법을 고민한다”고 밝혔다. 딸 소개로 3년 전 처음 얼굴의 색소 제거 시술을 받은 그가 이후 1년에 한두 번씩 꾸준히 피부과에 다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시간 안팎 시술로 6개월~1년 효과 지속

연휴 앞둔 병원가, 대세는 ‘웰에이징’

최근 미용시장에서는 칼을 대는 수술보다 주사, 레이저 등을 이용하는 시술이 인기다.[홍태식 기자]

갓 예순을 넘긴 C씨는 여전히 현역이다. 직장 다닐 때처럼 일에 전적으로 매여 살지는 않지만, 농장을 관리하고 생산 작물의 온·오프라인 판로를 개척하는 업무에서 당분간 ‘은퇴’할 생각이 없다. 이처럼 현장에서 좀 더 뛰기를 원하는 뉴시니어에게 외모 관리는 자신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2’에 ‘외모 경쟁력에서 시니어들이 젊은이들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은 외적인 차이로 인한 구별이나 고정관념을 깨고 싶은 그들의 욕구를 대변한다’고 썼다.

C씨도 “검버섯을 없애고 나서야 비로소 그게 얼마나 내 얼굴을 늙어 보이게 만들었는지 알게 됐다. 안색이 환해지니 전보다 훨씬 힘 있고 경쾌한 사람처럼 보이더라. 그때부터 친구들에게도 ‘젊은이처럼 얼굴 주름을 팽팽히 펴라는 게 아니다. 검버섯만 빼도 인상이 달라진다. 하나도 안 아프니 자기 관리와 기분 전환 차원에서 피부과 좀 가라’고 말하곤 한다”며 웃었다.

의료 현장의 미용 전문가들도 중·장년 남성이 관련 클리닉을 찾을 때 기대하는 건 ‘매끈한 외모’보다 ‘활력 넘치고 깨끗한 인상’ 쪽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다 보니 ‘뼈를 깎고 살을 찢어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수술보다 주사, 레이저 등으로 간단하게 처치하는 시술이 인기가 높다. 김형준 그림성형외과 원장은 “눈 밑 지방재배치의 경우 수술이긴 하나 과정이 매우 간단하다. 또 수술 후 효과가 자신의 원래 얼굴을 되찾는 것이라 중·장년 남성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편이다. 반면 수술은 그것이 외모를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일지라도 아직은 꺼리는 남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성형업계는 남성에게 ‘깨끗한 인상’과 ‘환한 안색’을 선물할 다양한 시술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안지현 유안정형외과 비만항노화클리닉 원장은 “중·장년 남성의 만족도가 높은 건 리프팅 레이저 시술”이라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피부 깊숙이 고주파를 침투시켜 콜라겐 생성을 촉진함으로써 주름을 개선하는 리프팅 레이저 시술은 ‘노화로 여기저기 처진 얼굴선을 매끈하게 올려 붙여주는’ 이른바 타이트닝 효과도 발휘한다. 마취와 레이저 조사, 후처치 등을 포함해 2시간 안팎이 걸리는 시술을 받고 1~2주가 지나면 피부 안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돼 인상이 크게 달라진다는 게 안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 연휴 전 시술을 받으면 열흘 후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전보다 젊어지고 활기가 넘쳐 보인다’는 얘기를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시술이 영구적인 건 아니다. 김민정 청담힐클리닉 원장은 “한 번 받으면 외모가 영구적으로 변하는 수술과 달리 시술은 짧으면 수개월, 길게는 1~2년가량만 효과가 지속된다. 이게 단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시술을 선호하는 이도 적잖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필요를 느끼는 만큼만 조금씩 자연스럽게 외모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눈 밑 지방재배치가 ‘수술’이라는 점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중·장년 남성이 대체재로 선택하는 ‘눈 밑 탄력 실리프팅’이나 ‘인디언밴드 필러’ 등이 그런 사례”라고 소개했다.



연휴 앞둔 병원가, 대세는 ‘웰에이징’

김민정 청담힐클리닉 원장이 미용시술 상담을 하고 있다.[ 홍태식 기자]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

눈 밑 탄력 실리프팅은 체내에서 녹는 특수 성분의 실을 주사해 눈 아래 조직 탄력을 증진하는 방법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원래 모든 사람의 안구 주위엔 지방이 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체내 조직의 탄력이 떨어지면 중력의 영향을 받은 지방층이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육안으로도 확인될 만큼 축 늘어지는 지방띠를 만드는 것이다. ‘인디언밴드’는 그렇게 처진 눈 밑 지방층이 광대뼈 부근까지 이어지면서 형성하는 사선을 가리키는 용어다. 김 원장에 따르면 주사나 필러 등으로 이를 개선할 경우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변화의 폭은 ‘눈 밑 지방재배치 수술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하지만 얼굴에 칼을 댈 필요가 없고 회복 시간도 매우 짧아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눈꺼풀 처짐 현상을 개선하려고 성형외과에서 하는 상안검 수술의 대체재로 통하는 ‘눈꺼풀 리프팅’ 시술 역시 마찬가지다. 김 원장은 “눈꺼풀이 처지면 사람이 왠지 기운 없고 지쳐 보인다. 시야가 좁아져 당사자도 불편을 느낀다. 레이저와 실리프팅을 병행하면 수술 없이도 이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경원 예인피부과 원장은 ‘중·장년 남성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인상을 개선하기에 가장 좋은 시술’로 색소 제거를 들었다. 골프, 캠핑 등 야외활동을 즐기는 정력적인 4060이 실제 체력에 비해 노쇠해 보이는 가장 큰 이유가 검버섯과 각종 잡티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문 원장은 “색소 제거만큼 ‘티가 안 나면서 티가 나는’ 시술도 없다. 남성은 기미가 없어 여성보다 훨씬 쉽고 간단하게 깨끗한 피부를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추석 연휴 때 색소 제거 시술을 받았다는 50대 직장인 D씨도 “회사 사람들이 ‘쉬고 오니 얼굴이 훤해졌다’고만 할 뿐 누구 하나 뭐가 달라졌는지 못 알아봤다. 20대 직원 한 명만 ‘부장님 점 빼셨네요’ 하더라”며 “약간 민망하긴 했지만 ‘돈 쓸 만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틈날 때마다 한 번씩 레이저 시술을 받으며 ‘보수 공사’를 하고 있다.



모발, 잇몸, 눈썹…‘원 포인트’ 이미지 개선

연휴 앞둔 병원가, 대세는 ‘웰에이징’

안상철 서울리마치과 원장이 치아 치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리마치과]

이 때문에 미용업계에는 ‘미용시술을 한 번도 안 하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는 얘기가 널리 퍼져 있다. 한 미용클리닉 원장은 “고객 중 중견기업 임원이 있는데 처음에는 아내 손에 이끌려 ‘내가 이런 데 왜 오나’ 하는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왔다. 그런데 한두 번 시술을 받더니 그다음부터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일정을 조절해 ‘티 나지 않게 조금씩 자주 하는’ 방식으로 시술을 받는다. 외모 개선이 직장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걸 체험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크게 티 나지 않으면서 인상을 확 좋게 하는’ 미용시술 방법으로 레이저와 미용 주사만 있는 건 아니다. 최근 중·장년 남성 사이에서 각광받는 시술 가운데 하나는 헤어라인 정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넓어지게 마련인 이마 선에 모발을 적절히 이식하는 것만으로도 인상이 크게 달라진다. 방지성 방지성에이스의원 원장은 “머리가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는 40~60세 남성의 경우 헤어라인 쪽 탈모 부위를 살짝 커버하고 가르마와 정수리 부근을 보강하면 금세 젊어 보일 수 있다. 비절개 수술 방식으로 모발을 이식하면 모발 채취 2시간, 이식 2시간 등 약 5시간이 소요된다”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뚜렷한 인상을 만들고자 하는 남성들 사이에서 눈썹모 이식도 널리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털’을 직접 옮겨 심는 대신 메이크업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이른바 ‘반영구 화장’을 택하는 남성도 많아지는 추세다. 한수진 강남아이브로우 대표는 “나이가 들면 눈썹 숱이 줄거나 하얗게 변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눈썹 사이사이를 한 올 한 올 자연스럽게 채워주면 인상이 한결 좋아지고 젊어 보인다. 반영구 화장은 한 번 하면 짧게는 1년, 길게는 몇 년 동안 유지된다”고 밝혔다.

안상철 서울리마치과 원장은 흡연과 커피, 홍차 등의 영향으로 치아나 잇몸이 착색된 이를 위한 미백 시술을 소개했다. “치아가 누렇게 변색됐거나 잇몸색이 어두우면 나이 들어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간단한 시술로 이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치아 미백은 보통 하루 만에 효과를 볼 수 있고, 잇몸 미백은 시술 후 2~3일 동안 잇몸이 붉게 보일 수 있어 연휴에 하는 게 좀 더 적합하다. 안 원장은 “씹는 힘이 강한 남성의 경우 중년이 되면 치아가 닳아 평평해지거나 치아 모퉁이가 깨진다. 치아는 이미지를 결정짓는 데 큰 구실을 하는 만큼 시간이 있을 때 치아 마모, 파절, 변색 등을 치료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2017.09.20 1106호 (p14~17)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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