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 지음/ 교양인/ 378쪽/ 1만6000원
의사소통 전문교육자인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10년 넘게 사회운동에 헌신하면서 합리적인 이성과 논리로 사회를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인간관계의 갈등에서 오는 상처, 그리고 소통과 감정 문제는 이성이나 논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다. 가슴속 절망과 슬픔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우연히 들춰본 책에서 ‘영혼을 깨우는 말’이 하나둘 다가오기 시작했다.
“당신에게도 당신이 하고 싶었던 어떤 일에 대해 어떤 직감이나 예감이 일어난 적이 있겠지? 어떤 일을 꼭 하고 싶을 때 말이야. 그러면 우리는 순전한 우연 그 이상을 느끼게 되면서, 그 이면에 숨은 운명이란 걸 느끼게 된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우리의 삶이 이끌려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거야.”
제임스 레드필드의 ‘천상의 예언’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물에 대한 통찰력은 물론 음식을 앞에 두고 하는 감사기도는 종교를 믿는 신앙인들만이 아니라, 음식에 담긴 에너지를 받아들이려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매사추세츠 주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고 혼자 살았다. 그는 명저 ‘윌든’을 통해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소비만능의 현대사회와 문명을 통렬히 비판한다. 소로가 월든 호숫가에서 보낸 날은 다시 보면 신과 천국 가까이로 가는 구도의 여정이었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여러분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하지 마라. 백만 대신에 다섯이나 여섯까지만 셀 것이며, 계산은 엄지손톱에 할 수 있도록 하라.”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나를 바꿔 행복을 찾자는 것이다. 하지만 나를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어느 누가 지금까지의 ‘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라는 가르침을 쉽게 받아들이겠는가. 그러나 저자는 “나를 내려놓은 바로 그 자리에 행복과 진리, 나의 참모습이 있다”고 말한다. 평범한 사람은 그 단순하고 명료한 진리를 애써 외면한다.
이분법적 사고에 젖은 현대인은 ‘개인’이라고 하면 그 반대 극점에 ‘사회’를 떠올린다. 또 ‘홀로’의 반대말로 ‘더불어’를 생각한다. 그렇기에 모든 일을 양자택일 구도로 몰아간다. 하지만 삶이란 양자택일보다 고독을 견디며 살아내는 부분이 많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탄생과 죽음은 홀로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영혼을 깨우고 영혼의 주머니를 키우는 일은 철저히 각자의 몫이다.
“‘영혼을 깨우는 책’이란 어느 순간 묵은 아픔을 치유하고, 아픔 너머 성장으로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시련과 역경을 스스로 극복하게 하며,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리도록 일깨우는 구실도 해야 한다. 또한 욕망과 습관에 떠밀려 가는 나를 일깨워 본래의 삶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알려주어야 한다.”
이 책이 소개하는 책 28권 가운데 한 권, 한 줄이라도 내 것으로 만들어 영혼의 근육을 지금보다 좀 더 키울 수 있다면 이 가을이 풍요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