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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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면접, 나쁜 면접, 이상한 면접

입사지원자들의 면접관 평가…꼴불견 한 사람에 회사 이미지 악영향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입력2010-10-18 0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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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면접, 나쁜 면접, 이상한 면접
    지난해 ○○생명 면접날 오전 9시. 한선미(26·가명) 씨는 다부진 각오로 면접자 대기실에 들어섰다. 면접 예상문제를 정리한 종이를 들고 중얼거리는 사람, 금세 통성명하고 “꼭 같이 붙자”며 호들갑을 떠는 사람, 승무원을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을 하고 온 사람…. 다양한 지원자가 모인 대기실에는 어느새 긴장감이 팽팽하게 흘렀다.

    “제 친구가 작년에 합격했는데 올해는 조금밖에 안 뽑는데요.”(카더라형)

    “어차피 명문대 출신이 될 건데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왔어요.”(자기비하형)

    “요즘 이 회사 주식 ‘대박’ 오르잖아요.”(실속형)

    여기에 얼굴빛이 창백해져 화장실만 몇 번째 오가는 사람까지 동병상련의 존재이자 경쟁자인 지원자들의 면접 대기 모습은 천차만별이었다.



    “한 조에 4명씩 들어갑니다.” 인사팀 담당자가 들어와 조를 발표하자 대기실에는 터질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씨는 B조. 조가 늦어질수록 면접관이 지루함을 느껴 불리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같이 들어갈 3명의 지원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자칫 쟁쟁한 실력파와 한 조가 될 경우, 내가 용의 꼬리가 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 한씨는 차라리 닭의 머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B조 차례. 다 함께 45도로 깍듯하게 인사를 마친 4명 중 왼쪽에 서 있는 지원자부터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면접관은 모두 5명으로 이력서를 훑느라 지원자들의 자기소개를 듣는 둥 마는 둥이다. 한씨가 자기소개를 시작하자 한 면접관이 “아나운서 준비했어요?” 하고 관심을 보였다. 한씨는 평소 아나운서를 해도 되겠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목소리가 좋고 말을 잘한다. 일단 주목을 끈 셈이다.

    “졸업한 지 꽤 됐는데, 그동안 뭐 했습니까.”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를 하다가 집안 사정으로….”(지원자 A)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인상에 왜소한 체격의 A씨가 대답을 하자 면접관이 고개를 미묘하게 흔들고 이내 떫은 감을 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A씨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말끝을 얼버무렸다.

    “저는 대학시절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고정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만 수천 명이었습니다.”(지원자 B)

    블로그 주소가 무엇이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B씨의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더니 “지금은 닫았다”고 대답했다. 한씨는 재작년 ○○호텔 면접에서 어학연수 경험을 부풀려 말했다가 추가 질문이 쏟아져 당황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의 강점이 무엇입니까?”

    “저의 열정과 근성은 ○○생명의 정신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늘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이라는 평가를….”(지원자 C)

    C씨의 대답이 길어지자 면접관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C씨는 당황한 듯 말이 빨라졌고 중간에 한참을 ‘에, 에’만 했다. 암기해온 답변이 생각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내 같은 질문이 한씨에게도 날아왔다. 사실 예상 답변까지 만들어놓은 질문. 한씨는 티 나지 않게 잠시 고민하는 척 뜸을 들였다. 그리고 호주의 한 호텔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특기가 춤이네요.” 유독 면접 초반부터 한씨에게 관심을 보였던 면접관이 말했다. 한씨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기로 결심하고 “괜찮다면 제가 여기서 짧게 춤을 선보여도 되겠습니까” 하고 춤을 보여주었다. 면접관 몇 명의 흐뭇한 미소가 느껴졌다. 면접이 끝났다. 너무 빨리 지나간 탓에 자신을 제대로 못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느낌이 좋았다. 한씨는 며칠 후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간택받아야 하는 지원자는 분명 을의 처지다. 어려운 취업난에 면접을 강화하는 기업이 늘면서 지원자들의 면접에 대한 부담감 역시 커졌다. 하지만 지원자도 면접관을 평가한다. 기업의 공채 시즌이면 인터넷의 취업 관련 커뮤니티는 ‘면접 후기’를 올리는 자와 읽는 자로 북적거린다. 각 회사의 면접 질문 유형부터 면접관의 스타일, 면접비 유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공유한다. 이 모든 것은 기업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개 끄덕, 충분한 시간 할애해주는 것에 감동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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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자에게 호감을 주는 면접관은 어떤 타입일까. 지원자 대부분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지원자의 대답에 호응하는 면접관을 꼽았다. 2008년 여러 대기업에 최종합격해 즐거운 고민에 빠졌던 류모(25) 씨는 ○○화재를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면접 도중 면접관이 류씨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등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 류씨는 “다른 면접에서는 철저하게 평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곳은 대화를 나눈다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지원자들의 진면목을 보려고 애쓰는 것 같아 이곳이라면 내 역량을 펼치고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까지 설다”고 말했다.

    2009년 통신사에 합격한 황모(27) 씨도 면접 때회사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 황씨는 1시간 동안 혼자서 여러 명의 면접관과 대화를 나눴다.

    “회사가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인생을 받았습니다. 그 전에피면접자의 걸음걸이만 봐도 인재인지 아닌지 감이 온다는 인사담당자를 만난 적도 있는데 상당히 오만하다고 생각했지요.”

    지원자들은 면접관을 보고 10년, 2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똑똑하고 프로페셔널한 인상을 주는 면접관을 만나면, 이 회사에서 일하면 저 사람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저 그렇던 기업에 호감이 생기기도 한다. 반대로 오만하거나 실없는 소리를 던지는 면접관과 마주할 경우 그 회사가 아무리 유명해도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 밖에 장시간의 면접으로 면접 분위기가 긴장감이 떨어지고 늘어져 있을 때 면접관 쪽에서 먼저 “힘들죠. 저희가 조금 피곤해 보여도 양해해주세요”라고 한다면 그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뀐다.

    9월 1일 취업포털업체 잡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면접 경험이 있는 구직자 809명 중 무려 74.8%가 면접관의 태도 때문에 불쾌했던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피면접자가 싫어하는 면접관은 어떤 유형일까. 면접관의 성의 없는 태도를 꼽는 구직자가 다수였다. 2008년 PR회사에서 면접을 본 이모(25) 씨는 화가 나서 면접장을 박차고 나오고 싶었다. 면접 시간이 아침이었음에도 면접관들의 얼굴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지원자의 말이 조금만 길어져도 귀찮은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그럴 거면 왜 면접관으로 앉아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좋은 신입사원을 뽑는 데 관심이 없어 보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올해 한 기업에서 면접을 본 최현식(가명) 씨는 면접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회사 측으로부터 ‘인연이 닿지 않아서 미안하다’는 메일을 받았다. 시계를 보니 면접이 끝난 지 40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이 회사는 사람을 뽑는 데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는구나 싶어 냉소가 나왔다. 이 밖에 면접비를 주지 않거나 마실 물도 준비하지 않는 등 회사의 무성의한 응대를 지적한 지원자도 있었다.

    거드름, 말 끊기, 고주망태 면접 후 합격해도 다니기 싫어?

    눈에 띄게 지원자를 차별하는 면접관도 호감을 사지 못했다. 김모(24) 씨는 유학파 출신의 지원자와 함께 면접장에 들어갔다. 김씨가 받은 질문은 고작 두 개. 20여 분의 면접 시간 내내 유학파 지원자에게만 질문이 쏟아졌고 나중에는 “혹시 아버지가 ○○ 씨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더구나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옆 지원자의 답변에 감탄하는 면접관의 태도에 단순히 스펙으로만 지원자를 판단하는 듯해 기분이 상했다.

    공격적이거나 거만한 태도의 면접관을 꼴불견으로 여기는 지원자도 많았다. 한 언론사에서 면접을 본 김모(28) 씨는 면접장에 들어서는 순간 당황했다. 담배 연기를 뿜고 있는 사장을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옆에 앉은 임원진 중에도 손수건으로 코를 가리고 얼굴을 찌푸린 이가 있을 정도로 실내는 연기로 자욱했다. 김씨는 “사장이 면접에 집중한다기보다 딴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였고, 이미 당락이 정해졌다는 느낌마저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또 지원자가 말하고 있는데 ‘그게 말이 되냐’는 표정으로 비웃거나, 말을 끊고 다른 지원자에게 질문을 하는 경우 불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면접과 큰 연관이 없는 질문과 행동을 하는 면접관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대학교 교직원을 뽑는 면접에 참여한 박모(24) 씨는 면접관으로부터 “코에 점이 있네” “얼굴이 참하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어 가족의 직업, 사는 지역 등 사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박씨는 “왜 그런 질문이 면접에 필요한지 의문스럽다”며 불쾌해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김모(24) 씨는 한 기업의 마케팅 부서에 지원했다. “노조에 가입할 것이냐”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 아니냐”와 같은 질문을 받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 밖에도 ○○은행에서 술 면접에 참여한 L(25)씨는 고주망태가 된 평가자를 지켜보며 혀를 쯧쯧 차야 했다.

    면접관 마음 읽는 법

    근엄한 얼굴 보이면 말 짧게 하라


    면접 컨설턴트들은 지원자가 면접관이 무엇을 원하는지만 파악해도 합격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잡이룸 정태용 대표, 1%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신동석 원장, 잉텍 아카데미 이제우 대표가 말하는 면접관의 속마음을 눈치채는 법.

    1. 표정이 굳어지거나 시계를 보며 시선을 피할 때

    지원자의 말이 지나치게 길거나 지루하다는 뜻이다. 말을 짧게 하라는 신호. 외운 듯한 답변이 아니라 대화하듯 말해야 한다. 특히 오후 시간대에 들어갔다면 간결하고 구체적인 대답이 좋다.

    2. 이력서만 쳐다볼 때

    수많은 지원자를 평가하다 보면 면접관들도 지치게 마련이다. 천편일률적인 대답의 연속이라면 얼굴조차 쳐다보지 않게 된다. 발성을 바꾸거나 재치 있는 말을 해 시선을 끌어야 한다. 다른 지원자보다 호감 가는 외모와 목소리도 중요하다.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

    3. “학점이 왜 낮냐” “전공과 전혀 무관하다” 등 약점을 공격할 때

    다른 지원자보다 부족한 스펙을 지적하면 주눅 드는 지원자가 많다. 하지만 질문의 요지는, 그 대신 몰두한 활동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다. 하지만 약점을 지나치게 당당하게 말하거나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을 때는 감점의 요인이 될 수 있다.

    4. 다른 지원자에게 질문이 쏟아질 때

    한 사람에게 질문이 쏟아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그 지원자가 굉장히 마음에 들거나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다. 하지만 내게 질문이 조금 온다고 기분 나빠하거나 자포자기할 필요는 없다. 지원자에 대해 확신이 드는 경우 질문을 하지 않기도 한다.

    5. 장기자랑을 시킬 때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노래를 시켰다면, 노래 실력이 아니라 지시한 바를 잘 수행하는지를 보려는 것이다. 시키면 따를 준비가 돼 있다는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6. 뒤로 갈수록 질문이 구체적일 때

    사실 면접관 대부분은 지원자의 첫인상에서 대체로 감을 잡는다. 면접 후반에 ‘만약 합격했는데 다른 팀에 배치돼도 괜찮냐’ ‘근무지가 바뀌면 어떻게 할 거냐’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한다면 합격의 가능성이 높다.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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