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부터 2007년 3월 사이 면세유를 공급받은 농민 중 사망자가 1만4748명 포함돼 있으며, 이들에게 112억9000만 원에 달하는 면세유가 공급됐다.”
2008년 국정감사에선 시중가의 반값으로 공급되는 농업용 면세유가 이미 죽은 농민에게 무더기로 지급된 현실이 고발돼 큰 파란을 일으켰다. 면세유는 농민의 유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정부가 각종 세금을 제외한 가격으로 지급하는 유류다. 감면되는 만큼의 세액은 정부보조금으로 충당한다. 2008년 한 차례 논란을 빚었지만 이 같은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관리·감독이 허술한 틈을 타 사망자에게 면세유가 공급되고 싼값에 면세유를 받아 시중에 비싸게 판 일도 적발됐다.
“자식이 사용했는데 뭐가 문제?”
지난 8월 초 포천시 감사실은 보조금 감사과정 중 농협중앙회 포천시지부(이하 포천시지부)가 2006년 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사망한 농민 456명에게 면세유를 공급해온 사실을 확인하고 면세유 부적격 대상자 명단을 포천시지부에 통보했다. 하지만 확인 작업에 나선 포천시지부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확인 결과 456명은 엑셀 작업 과정의 오류로 잘못 나온 수치다. 실제로는 170여 명이었고, 그중 143명은 면세유를 배정만 받고 사용하지 않았으며 실제 사용한 이는 27명뿐”이라는 것.
내용이야 어떻든 170여 명에게 면세유를 배정하고 일부에게는 실제 지급해 사용된 사실에 대해 누구도 책임질 생각은 없는 것 같다. 포천시지부 관계자는 “지역 내 단위농협과 연계해 일일이 확인한 결과 사망자의 면세유 구입카드를 이용해 면세유를 공급받은 27명 모두 사망자의 가족이었고, 공급받은 면세유는 농기계에 사용됐다. 면세유는 농기계에 배정된 것이고, 따라서 면세유 구입카드 소지자가 사망했더라도 농기계 소유권을 이전받은 자녀가 면세유를 공급받아 농기계에 사용했다면 불법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리고 “사용량이 적게는 10ℓ에서 많게는 278ℓ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포천시지부의 해명대로 면세유는 농기계에 배정된 것이고, 적은 양이 부정 사용됐다면 그냥 넘어가도 되는 일일까. 법적으로 면세유 공급 대상은 ‘농기계’가 아닌 ‘농민’이다. 농·축산·임·어업용 기자재 및 석유류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 및 면세 적용 등에 관한 특례규정 제14조 제1호 규정에 따르면, 면세유 공급 대상 범위는 한국표준산업분류상의 농업 중 작물재배업·축산업·작물재배 및 축산복합농업 또는 농산물건조장운영업에 종사하는 농민,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 조합공동사업법인 및 중앙회 등이다.
‘그냥 넘어가도 되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같은 특례규정 제20조 제9항에 따르면, ‘면세유 관리기관장은 농민이 교부받은 면세유 구입카드 등과 그 면세유 구입카드 등에 따라 공급받은 석유류를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농업용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발견한 때에는 면세유 구입카드 등의 교부를 즉시 중지하거나 사용을 중지하도록 하고,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관할 세무서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만약 이들이 면세유를 농사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면 감면세액과 그 세액의 40%에 해당하는 가산세를 국세청에 납부해야 한다. 면세유가 배정된 170명의 사망자 중 실제 면세유를 사용한 27명은 면세유 구입카드를 타인에게 양도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면세유 혜택이 2년간 사라진다.
이외에도 농업용 면세유가 줄줄 새는 사례는 많다. 농사를 안 지으면서 짓는 것처럼 문서를 꾸며 면세유를 공급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를 싼값에 사들여 일반에게 과세유로 판매하는 주유소도 적지 않다. 2009년 8월에는 전북 익산의 양계업자와 농민 등 14명이 농작물 생산실적 등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면세유 수십억 원어치를 빼돌렸다 검찰에 덜미가 잡혀 처벌받기도 했다.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이 가운데 양계업자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농민 1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한 이들로부터 면세유를 싼값에 사 불법 유통한 주유소 업자를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농협 ‘처벌 강화’ 목소리 키워
2009년 7월에는 농기계에 사용해야 할 면세유를 승용차나 보일러 기름으로 쓰고, 남은 면세유를 주유소에 팔아넘긴 농민과 화훼유통업자 41명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는 일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면세유 불법 유통을 묵인해준 대가로 주유소 업주들에게 250만 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업무상 배임 등)로 경기도의 한 농협 직원이 구속됐다. 농민들과 화훼유통업자들은 2006년부터 2009년 3월까지 ℓ당 700원에 구입한 면세유 215만ℓ를 주유소에 ℓ당 300원을 더 받고 팔아 6억4000여만 원의 이득을 챙겼다.
농업용 면세유는 아니지만 해양경찰청의 어업용 면세유(어민에게 지급되는 면세유) 부정 유통 단속 건수를 보면 면세유 부정 유통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2006년부터 2010년 8월까지 어업용 면세유 부정 유통 검거 건수는 총 4만5904건, 검거 인원은 1549명에 달했다. 해양경찰청은 이 중 56명을 구속하고 149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한나라당 조진래 의원 국감자료). 2009년 한 해 적발 건수가 1만2000건으로 피해액만 733억 원에 달했다. 농업용 면세유의 경우 감독 또는 단속 주체인 농림수산식품부와 경찰은 부정 유통 단속의 전체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면세유가 실질적인 수혜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버젓이 공급되고, 심지어 과세유로 둔갑해 판매되는데도 관리·감독기관인 농협은 매번 속수무책이다. 농협 면세유 담당자들은 “현재 면세유로 공급하는 양은 전국적으로 100만ℓ가량(액수로 따지면 1조2000억 원에 이른다)으로, 그 수혜 대상이 워낙 광범위해 관리·감독이 어렵다. 애초에 실명 확인을 한 다음 면세유를 판매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적으로 바쁜 농사철에 가족이 대신 왔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 원칙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크다”고 하소연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협으로선 면세유를 농업용으로 사용했는지, 아니면 다른 용도로 썼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 농협 관계자는 “앞으로 면세유 부정 유통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한 차례 부정 유통하면 2년간 면세유 공급이 중단되고 감면세액 추징과 별도로 이후 3년간 공급량이 50% 줄어들며, 두 차례 부정 유통하면 영구적으로 공급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2008년 국정감사에선 시중가의 반값으로 공급되는 농업용 면세유가 이미 죽은 농민에게 무더기로 지급된 현실이 고발돼 큰 파란을 일으켰다. 면세유는 농민의 유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정부가 각종 세금을 제외한 가격으로 지급하는 유류다. 감면되는 만큼의 세액은 정부보조금으로 충당한다. 2008년 한 차례 논란을 빚었지만 이 같은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관리·감독이 허술한 틈을 타 사망자에게 면세유가 공급되고 싼값에 면세유를 받아 시중에 비싸게 판 일도 적발됐다.
“자식이 사용했는데 뭐가 문제?”
지난 8월 초 포천시 감사실은 보조금 감사과정 중 농협중앙회 포천시지부(이하 포천시지부)가 2006년 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사망한 농민 456명에게 면세유를 공급해온 사실을 확인하고 면세유 부적격 대상자 명단을 포천시지부에 통보했다. 하지만 확인 작업에 나선 포천시지부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확인 결과 456명은 엑셀 작업 과정의 오류로 잘못 나온 수치다. 실제로는 170여 명이었고, 그중 143명은 면세유를 배정만 받고 사용하지 않았으며 실제 사용한 이는 27명뿐”이라는 것.
내용이야 어떻든 170여 명에게 면세유를 배정하고 일부에게는 실제 지급해 사용된 사실에 대해 누구도 책임질 생각은 없는 것 같다. 포천시지부 관계자는 “지역 내 단위농협과 연계해 일일이 확인한 결과 사망자의 면세유 구입카드를 이용해 면세유를 공급받은 27명 모두 사망자의 가족이었고, 공급받은 면세유는 농기계에 사용됐다. 면세유는 농기계에 배정된 것이고, 따라서 면세유 구입카드 소지자가 사망했더라도 농기계 소유권을 이전받은 자녀가 면세유를 공급받아 농기계에 사용했다면 불법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리고 “사용량이 적게는 10ℓ에서 많게는 278ℓ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포천시지부의 해명대로 면세유는 농기계에 배정된 것이고, 적은 양이 부정 사용됐다면 그냥 넘어가도 되는 일일까. 법적으로 면세유 공급 대상은 ‘농기계’가 아닌 ‘농민’이다. 농·축산·임·어업용 기자재 및 석유류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 및 면세 적용 등에 관한 특례규정 제14조 제1호 규정에 따르면, 면세유 공급 대상 범위는 한국표준산업분류상의 농업 중 작물재배업·축산업·작물재배 및 축산복합농업 또는 농산물건조장운영업에 종사하는 농민,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 조합공동사업법인 및 중앙회 등이다.
‘그냥 넘어가도 되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같은 특례규정 제20조 제9항에 따르면, ‘면세유 관리기관장은 농민이 교부받은 면세유 구입카드 등과 그 면세유 구입카드 등에 따라 공급받은 석유류를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농업용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발견한 때에는 면세유 구입카드 등의 교부를 즉시 중지하거나 사용을 중지하도록 하고,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관할 세무서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만약 이들이 면세유를 농사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면 감면세액과 그 세액의 40%에 해당하는 가산세를 국세청에 납부해야 한다. 면세유가 배정된 170명의 사망자 중 실제 면세유를 사용한 27명은 면세유 구입카드를 타인에게 양도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면세유 혜택이 2년간 사라진다.
면세유는 농협에서 면세유 카드를 발급받아 주유소에 가면 살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쓸 수 있는 양이 다르다.
농협 ‘처벌 강화’ 목소리 키워
2009년 7월에는 농기계에 사용해야 할 면세유를 승용차나 보일러 기름으로 쓰고, 남은 면세유를 주유소에 팔아넘긴 농민과 화훼유통업자 41명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는 일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면세유 불법 유통을 묵인해준 대가로 주유소 업주들에게 250만 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업무상 배임 등)로 경기도의 한 농협 직원이 구속됐다. 농민들과 화훼유통업자들은 2006년부터 2009년 3월까지 ℓ당 700원에 구입한 면세유 215만ℓ를 주유소에 ℓ당 300원을 더 받고 팔아 6억4000여만 원의 이득을 챙겼다.
농업용 면세유는 아니지만 해양경찰청의 어업용 면세유(어민에게 지급되는 면세유) 부정 유통 단속 건수를 보면 면세유 부정 유통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2006년부터 2010년 8월까지 어업용 면세유 부정 유통 검거 건수는 총 4만5904건, 검거 인원은 1549명에 달했다. 해양경찰청은 이 중 56명을 구속하고 149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한나라당 조진래 의원 국감자료). 2009년 한 해 적발 건수가 1만2000건으로 피해액만 733억 원에 달했다. 농업용 면세유의 경우 감독 또는 단속 주체인 농림수산식품부와 경찰은 부정 유통 단속의 전체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면세유가 실질적인 수혜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버젓이 공급되고, 심지어 과세유로 둔갑해 판매되는데도 관리·감독기관인 농협은 매번 속수무책이다. 농협 면세유 담당자들은 “현재 면세유로 공급하는 양은 전국적으로 100만ℓ가량(액수로 따지면 1조2000억 원에 이른다)으로, 그 수혜 대상이 워낙 광범위해 관리·감독이 어렵다. 애초에 실명 확인을 한 다음 면세유를 판매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적으로 바쁜 농사철에 가족이 대신 왔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 원칙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크다”고 하소연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협으로선 면세유를 농업용으로 사용했는지, 아니면 다른 용도로 썼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 농협 관계자는 “앞으로 면세유 부정 유통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한 차례 부정 유통하면 2년간 면세유 공급이 중단되고 감면세액 추징과 별도로 이후 3년간 공급량이 50% 줄어들며, 두 차례 부정 유통하면 영구적으로 공급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