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경사를 오르는 전기차 e-ZONE. 27도 급경사까지 무리 없이 올랐다.
최근 전기자동차가 고유가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석유 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기자가 평소 타고 다니는 차는 1500cc급 휘발유 승용차다. 기준연비는 ℓ당 11km지만 시내에선 9km도 채 달리지 못한다. 평균 ℓ당 10km의 연비로 계산하면 60km를 운행하는 데 필요한 휘발유는 6ℓ다. ℓ당 2000원대까지 치솟았던 휘발유 값이 다행히 최근 1800원대까지 떨어져 8월12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값은 1808.12원. ℓ당 1800원으로 계산해도 6ℓ를 사려면 1만800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기차로 60km를 운행할 때 들어가는 전기요금은 500원(가정용 심야 전력 기준)이 되지 않는다. 단순 계산으로도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니 전기자동차에 운전자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에서 전기자동차를 상용화했거나 개발단계에 있는 완성차 업체는 CT·T, AD-TECS, LEO-MOTORS 3개사로 모두 중소업체다. 이들 가운데 CT·T가 완성차 ‘이-존(e-ZONE)’의 상용화에 성공해 8월부터 국내 시판에 나섰다. e-ZONE은 순수 국산 기술로 완성돼 판매되는 최초의 전기자동차다.
2인승인 e-ZONE의 크기는 일반 경차의 3분의 2 수준. 작동방법도 간단하다. 엔진에 시동을 켤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동키는 오프(OFF) 상태에서 온(ON) 상태로 돌리기만 하면 된다. 기어는 따로 없는 대신 운전대 옆 계기판 아래에 버튼이 하나 있다. 중립 ‘N’ 상태에서 전원을 켠 뒤 전진할 때는 ‘D’로, 후진할 때는 ‘R’로 버튼을 누르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가 움직인다.
직접 시승해본 결과, 승차감은 솔직히 만족스럽지 못했다. 앞바퀴와 뒷바퀴 간 거리(축거)가 짧고 타이어 크기가 작아서인지 요철을 지날 때 차체의 흔들림이 심했다. 특히 바퀴와 차체 사이에서 충격을 완충하는 서스펜션과 쇼버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해 바퀴의 충격이 운전대를 통해 고스란히 손으로 전달됐다.
또 출발은 소리 없이 부드러웠지만 속도를 내자 소음이 귀에 거슬렸다. 동력이 모터에서 바퀴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듯했다. 골프장 카트가 달릴 때 나는 소음과 비슷했다. 핸들도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이 장착되지 않아 조종이 매끄럽지 못했다.
경사로에서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27도 급경사도 거뜬히 올라갈 만큼 힘이 넘쳤고, 경사로 중간에 멈췄다가 다시 출발할 때도 거의 밀리지 않았다.
만만치 않은 차량 가격·배터리 충전시간 등은 넘어야 할 과제
10월 상용화될 예정인 AD-TECS의 전기차 AURORA.
기본형인 납축 배터리 수명은 1000cycle(사이클). 완전 방전된 상태에서 100% 충전하는 것이 1cycle인데, 보통 수시로 충전하기 때문에 1000cycle이라면 5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선택사양인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2000cycle로 수명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데, 배터리 기술의 발전으로 수명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현재 e-ZONE은 기본사양이 1200만원대지만, 리튬폴리머 배터리에 에어컨, 히터, 풀도어, 에어백 등 풀옵션을 장착하면 최대 2400만원까지 치솟는다. 차량은 소형이면서 가격대는 중형차 이상을 호가하는 셈이다. 이는 제작업체 CT·T가 차량 부품 대부분을 부품업체로부터 납품받아 조립하면서 생산단가가 비싸진 데 따른 것이다.
배터리 충전시간도 선결 과제다. 납축 배터리의 경우 50%를 충전하는 데 2시간 넘게 걸리고, 100% 충전까지는 4~6시간 소요된다. 납축 배터리에 비해 무게가 40% 수준에 불과하고 내구연한도 3배 이상 높은 리튬폴리머 배터리도 완전 충전하기 위해서는 3~4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가격도 납축 배터리보다 4배 가까이 비싸다.
보급형으로 1000만원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될 예정인 AURORA 내부.
AD-TECS는 차량 가격을 최대한 낮추면서 승차감을 높이는 것으로 다른 전기자동차와의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눈길과 빗길에서 미끄럼을 방지하는 자동조향장치와 서스펜션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 자동조향장치를 비롯해 전자 파킹,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이 승차감을 높이기 위해 회사 측이 내놓은 옵션이다.
차량 가격은 아직 대외비다. 박병균 AD-TECS 대표이사는 “구체적인 가격은 밝힐 수 없지만 일반 경차에 버금가는 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 금융회사와 또 다른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데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충분히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AD-TECS는 일반 보급형 AURORA를 좀더 고급화한 ‘코비(COVI)’를 내년 3월경 선보일 예정이다.
정부, 전기자동차 도로주행 허용 언제쯤?
레오모터스가 개발한 전기차 SGK. 모터와 속도, 외관 등이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레오모터스가 개발하고 있는 ‘SGK’도 최고시속 50km로 같은 등급에 속한다. 그러나 레오모터스는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도로교통사고가 잦은 LSV 차량의 도로주행을 제한하는 대신 MSV(Middle Speed Vehicle) 차량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관련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전략을 바꿨다. SGK를 시속 80~100km까지 주행이 가능한 MSV 차량으로 설계 변경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
레오모터스는 이를 위해 SGK에 장착했던 모터를 대폭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현재의 PMDC(영구자석형 DC모터)를 BLDC(브러시 없는 DC모터)와 ML(멀티레이어) BLDC 모터로 바꿔 소음문제는 물론, 모터의 약점 가운데 하나인 방수문제까지 해결하겠다는 것. 여기에 모터 출력도 크게 높일 계획이다. 이는 레오모터스가 다른 업체보다 모터 분야에 뛰어난 기술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가격 결정에 여러 변수가 생겼다.
이정용 레오모터스 사장은 “내수시장보다 수출용으로 개발해 1만2000달러 선에서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설계를 변경한 이후 재설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레오모터스는 최고시속 110km까지 가능한 차세대 전기자동차 S15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전기자동차의 도로주행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국토해양부는 도로주행을 위해 필요한 35개 안전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전기자동차의 도로주행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 그러나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상용화된 전기자동차의 시장 진출을 언제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회도 조만간 관련 법규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전기자동차가 도로를 달릴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전기자동차 3개사 모델 제원 비교 | |||
진행상태 | 상용화 | 개발단계(10월 상용화 예정) | 개발단계 |
회사명/모델명 | CT&T/e-ZONE | AD-TECS/AURORA | LEO-MOTORS/SGK |
전장-전폭-전고(mm) | 2560-1560-1440 | 3100-1465-1500 | 2500-1300-1550 |
중량(kg) | 520 | 450 | 520 |
최고속도(km) | 50 | 40(옵션 60) | 50 |
최대 주행거리(km) | 70(옵션 110) | 70 | 100 |
충전시간 | 4~6 | 4~6 | 3~4 |
배터리 수명(cycle) | 1000(옵션 2000) | 1000 | 4000 |
모터/출력(kW) | DC/5.0 | BLDC/5.5 | PMDC/9 |
최저가격(만원) | 1200(옵션 2000~2400) | 1000 이하(미정) | 1200~1300(미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