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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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따라 입맛 따라 변신은 무죄

서울 짜장면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4-12-29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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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 따라 입맛 따라 변신은 무죄

    서울 중구 ‘오구반점’의 짜장면과 마포구 ‘복성각’의 짜장면, 용산구 ‘신성각’의 짜장면(왼쪽부터).

    한국 짜장면은 중국 산둥(山東) 지방 자장미엔(炸醬麵)을 조상으로 탄생한 음식이다. 한반도와 가까운 산둥성은 중국 면 음식과 채소의 중심지다. 산둥에선 대파와 배추 같은 채소가 주로 생산된다. 추운 겨울 산둥 사람들은 기름에 면을 삶은 후 티엔미엔장(甛麵醬)을 얹은 음식과 반찬으로 대파를 먹는다. 티엔미엔장은 면에 얹어 먹는다 해서 미엔장(麵醬)으로 부르고, 대파에 찍어 먹는다고 취옹장(蔥醬)으로 칭한다.

    한국 춘장(春醬)은 취옹장에서 온 말이지만 산둥의 밀로 발효한 산둥 티엔미엔장은 아니다. 산둥식 티엔미엔장에 콩으로 발효한 베이징의 황장(黃醬) 제조법이 혼합된 한국식 중국 된장이 바로 춘장이다. 중국 티엔미엔장이나 황장은 만든 지 오래될수록 검은색이 난다. 한국 춘장은 단기간에 이런 효과를 내기 위해 캐러멜을 사용한다.

    서민의 겨울 음식이던 자장미엔은 19세기 말 청나라 사람들과 함께 한반도에 들어왔다. 중국과 한국 근현대사의 극심한 부침 속에 장이 변했고, 거기에 물녹말이 가미돼 단맛이 강해지면서 한국 음식 짜장면이 됐다. 1960년 쌀은 부족하고 밀가루가 흔해지면서 정부는 분식 장려운동을 적극 시행했다. 면이 중심이던 중국식당이 반사이익을 얻었다. 짜장면과 짬뽕, 우동이 날개 달린 듯 팔려 나갔지만, 요리 중심의 중국식당이 면을 파는 저렴한 식당으로 하향평준화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짜장면은 저렴하고 달달하고 맛있다. 라면과 짜장면은 저렴한 분식의 대명사였다. 서울 중구 을지로 3가의 ‘오구반점’은 1953년 시작된 유서 깊은 중국집이다. 산둥성 출신이 운영하는 이 집의 인기 메뉴는 군만두, 짬뽕, 짜장면 같은 서민 음식이다. 마포에는 유명한 짜장면 집이 몇 군데 있다. 용산구 효창공원 대한노인회 앞 ‘신성각’은 1981년 영업을 시작한 집이다.

    짜장면이 대중화하면서 화교의 독무대였던 중국식당 주방에 한국인이 발을 들여놓았다. ‘신성각’은 배달을 하지 않는다. 배달하는 동안 육즙을 보호하기 위해 넣는 물녹말이 들어가지 않기에 이 집 음식은 담백하다. 춘장에 고기와 채소를 볶아 만든 면장은 한국 기준으로 보면 좀 뻑뻑하다고 할 수 있는 자장미엔과 흡사하다. 담백하고 고소한 재료 자체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세월 따라 입맛 따라 변신은 무죄

    중국 베이징의 자장미엔.

    수타면으로 유명한 ‘현래장’ 면발은 탄력감이 일품이다. 일본 시고쿠(四國)의 사누키우동이 반죽을 발로 밟아 끈기를 만들고, 한국이 밀대로 면을 만든다면 중국 수타면은 면판에 반죽을 치대어 만든다. ‘현래장’ 입구에 서면 중국식 면 만드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포 음식거리 끝자락에 있는 ‘복성각’은 볶음짜장 원조집이다. 면에 라드(돼지기름)와 파를 섞어 만든 볶음짜장은 향과 불맛이 살아 있다. 수분이 가득한 일반 짜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 짜장면은 다양한 형태로 변하고 있다. 면과 장을 따로 내는 간짜장부터 해물고명을 가득 넣은 삼선짜장, 고기나 돼지기름을 뺀 스님짜장, 전북 군산과 익산에서 오래전부터 먹어온 매운짜장이나 된장짜장, 재료를 잘게 다져 만든 유니짜장도 있다.

    서울 북창동과 명동 일대는 오랫동안 중국인이 모여 살던 곳이다. 명동 한국한성화교소학교 근처에는 중국식당이 몇 군데 몰려 있다. ‘개화’는 유니짜장으로 유명하다. 유니(肉泥)는 돼지고기를 잘게 썬 것을 말한다. 원래 요리하고 남은 고기를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돼지고기와 함께 넣는 감자, 양파도 돼지고기처럼 잘게 써는 것이 특징이다. 재료들이 작아 조리가 쉽고 먹기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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