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중식 기자]
국내에서도 어지간히 높다는 곳은 다 가봤다. 63스퀘어 스카이라운지 ‘63아트’, N서울타워(남산타워) 전망대, 응봉산과 하늘공원 전망대…. 하지만 유일하게 가보지 못한 곳이 바로 지난해 문을 연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였다. 4월 3일 개장 1주년을 맞은 서울스카이를 하루 앞선 2일 오후 사진기자와 함께 찾았다.
세계 3위 높이의 위엄
와인과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롯데월드타워 123층의 유료 라운지 ‘123라운지’. [홍중식 기자]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방문한 명사 리스트를 보면 에스토니아 대통령, 리투아니아 대통령, 벨기에 공주에서부터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선수, 영화 ‘스파이더맨’ 오리지널 스턴트맨까지 분야를 막론한 유명인의 이름이 올라 있다. 지난해 4월 2일 오후 9시 롯데월드타워에서는 롯데그룹 창립 50주년과 롯데월드타워 공식 개장을 기념해 초대형 불꽃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3만여 발의 불꽃이 터지는 장면은 가히 장관이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잠실역 인근에서 불꽃쇼를 직접 봤기에 사람들의 생생한 반응을 기억한다. “거대한 옥수수가 터지는 것 같다” “영화 ‘타워링’을 보는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부분 난생처음 보는 거대한 회오리 불꽃쇼에 매료돼 스마트폰으로 인증샷을 남기기 바빴다.
같은 해 4월 23일에는 국제 수직 마라톤대회 ‘스카이런(Sky Run)’이 열리기도 했다. 도전자 1000여 명이 롯데월드타워 1층 아레나광장을 출발해 최고층인 123층 전망대까지 높이 500m, 총 2917개 계단을 오르는 역대 최고 수직 마라톤대회였다. 같은 해 5월 20일에는 ‘암벽 여제’로 불리는 클라이머 김자인 씨가 오전 11시부터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오르기 시작해 2시간 29분 만에 555m를 맨손 등반해 화제가 됐다.
행사를 진행할 때마다 세간의 주목을 받은 롯데월드타워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화려한 불꽃축제를 보기 어렵게 됐다. 창립 51주년과 롯데월드타워 개장 1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행사를 할 법도 하지만, 총수 구속이라는 이례적인 사태로 ‘대내외적 분위기’를 감안해 조용히 지나가겠다는 것. 비록 지난해 같은 불꽃쇼는 볼 수 없어도 전망을 보려는 이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4월 2일 롯데월드타워 지하 1층 서울스카이 매표소는 사람들로 붐볐다. 월요일 오후인데도 손님이 많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이지만, 가족 단위 방문객도 보였다. 중년 단체손님도 볼 수 있었다. 매표소 앞 원기둥에서는 한국의 전통적 세계관인 음양오행설을 표현한 영상 ‘한국의 기원’이 나오고 있었다. 계절에 따라 벚꽃, 단풍, 눈 영상이 나왔다. 입장권을 끊고 대기라인에 섰다. ‘한국의 탄생’이라는 영상이 천장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나왔다.
투명하고 아찔한 스카이데크
서울스카이 지하층에서 만날 수 있는 화려한 미디어 아트. [홍중식 기자]
496m를 초속 10m로 운행하는 ‘스카이셔틀’에 탑승했다. 스카이셔틀은 ‘최장 수송거리’와 ‘가장 빠른 더블데크 엘리베이터’라는 두 가지 항목에서 기네스북으로부터 공식 기록을 인증받았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굿디자인 어워드에 이름을 올린 ‘예쁜’ 엘리베이터이기도 하다. 어쩐지 무지하게 화려하더라니.
올라가는 동안 내부에서도 미디어 아트의 향연이 펼쳐졌다. 지금까지 본 전망대 엘리베이터 가운데 가장 화려했다. 일본, 중국, 대만 여행을 갔을 때 탔던 전망대 엘리베이터에서도 미디어 아트를 보여줬지만 이렇게 바닥을 제외한 4면 전체에서 영상을 보여주는 엘리베이터는 처음이었다. 얼마 전 체험한 VR(가상현실) 게임 속 장면 같았다. 변화무쌍한 영상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덧 117층에 도착했다.
전망층이 시작되는 117층은 봄을 맞아 ‘하늘 위 꽃길’로 변신했다. 벚꽃, 프리지어, 작약 등 봄 향기를 물씬 풍기는 생화를 만날 수 있었다. 꽃을 배경으로 한참 서로 사진을 찍어주던 중년 부부가 “어우, 벌써 내려가기 아쉽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서울스카이는 여기서부터 123층까지 총 7개 층으로 이뤄진 전망대다. 많은 분이 전망대가 1개 층인 줄 알고 117층에서 시간을 대부분 보내는데, 올라가서 보면 더 많은 즐길 거리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117층을 둘러보고 한 층 위로 향했다.
118층에는 478m 높이에 시공한 ‘스카이데크’가 있었다. ‘가장 높은 유리 바닥 전망대’에 올라서면 발아래로 지상이 보이는 아찔한 전망대다. 반대편에는 불투명했다 버튼을 누르면 투명하게 변하는 전망대가 있었다. 13년의 대장정 끝에 시즌1을 마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개그맨 유재석을 비롯한 겁 많은 멤버들이 이 위에서 고소공포증을 호소하며 덜덜 떨던 모습이 생각났다. 여기가 거기구나. 조금 무서웠지만 주춤거리며 투명한 바닥 쪽으로 향했다. 함께 온 사진기자는 계속 더 들어가라고 주문했다. 애써 무섭지 않은 척했다. 많은 사람이 발밑으로 보이는 지상의 사진을 찍기에 한 컷 찍고 부리나케 반대편으로 나왔다. 따뜻한 날씨 덕에 예년보다 빨리 핀 벚꽃들이 석촌호수와 아파트 단지에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모든 것이 미니어처 같았다. 조물주의 시선은 이런 느낌일까.
119층으로 이동했다. 층마다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파는 카페, 스티커 사진기, 기념주화 판매대, 인형과 스노볼, 초콜릿 등을 파는 기념품점, 생화로 만든 상품을 파는 숍 등이 있었다. 123층에 자리한 ‘123라운지’를 제외하면 카페는 총 2개 층에 있다. 미세먼지가 며칠간 심했지만 이날은 가시거리가 괜찮은 편이었다. 한창 밖을 구경하는데 비행기 한 대가 아래로 지나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오, 비행기다!”라고 말했고, 모두 창가에서 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구경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전망대에 오면 헬기가 날아가는 모습은 종종 볼 수 있는데 비행기를 보는 건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총 7개 층으로 이뤄진 서울스카이. 층마다 다른 테마로 꾸며져 있다. [홍중식 기자]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기념품
서울스카이 지하 1층에 있는 기념품 판매점. 롯데월드타워 캐릭터 상품을 살 수 있다. [홍중식 기자]
마지막까지 포장이 매력적인 차 세트(2만 원)와 가장 인기 있는 기념품인 롯데월드타워 골드 스노볼(1만5000원) 사이에서 고민하다 ‘지름신’이 오려는 것을 겨우 막았다. 롯데월드타워 오픈 기념 빼빼로와 타워가 그려진 아이스크림도 팔고 있었다. 시중 제품의 포장을 롯데월드타워로 바꿨을 뿐인데도 소장가치가 훨씬 높아진 느낌이었다. 지하 1층 기념품점의 물건이 더 많으니 기념품을 사고 싶다면 퇴장하기 전 구매하는 것이 좋다.
꼭대기에는 롯데호텔에서 운영하는 ‘123라운지’가 있었다. 전망대층 가운데 유일하게 유료인 공간이다. 아래층의 카페와 달리 아메리카노가 1만4000원으로 ‘착한 가격’은 아니었다. 와인과 양주를 파는 고급스러운 호텔 바의 가격을 생각하면 된다. 단순히 목을 축일 생각이라면 아래층의 카페를, 분위기를 제대로 잡아야겠다면 이곳을 이용하면 된다. 미니슈와 초콜릿, 그리고 음료가 제공되는 123 티 세트는 1인에 2만3000원, 모둠 치즈와 와인이 제공되는 123 와인 세트는 2인에 6만8000원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123라운지에는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더 스카이 로맨틱 프러포즈 패키지’가 마련돼 있다. 로맨틱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동적인 프러포즈를 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달부터 시작한 행사라 아직 이 사실을 아는 커플이 드물다. 어지간한 전망대를 다 섭렵했다면 로맨틱한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열기 위한 공간으로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무후무한 7개 층짜리 전망대
“한국의 아름다움과 자부심이란 콘셉트로 지어진 만큼 앞으로도 대한민국 랜드마크로서 국내 관광객에게는 한국의 자부심을, 해외 관광객에게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달할 수 있는 명소로 거듭날 것이다.”박동기 롯데월드 대표의 말이다. 확실히 그렇게 될 것 같다. 로맨틱하고 고급스러운 공간을 찾고 있다면 해 질 녘 서울스카이를 방문해 일몰과 야경을 감상하고 123라운지에서 와인을 한 잔 즐기기를 추천한다. 123라운지에서 파는 모둠 브루스케타(4만3000원)는 잘나가는 메뉴인 데다 맛있기까지 했다. 분위기가 워낙 좋아 별다른 안주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취재 중이라 마시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결론. 서울스카이는 2만7000원을 내고 갈 만한 가치가 있을까. 기자와 같은 풍경 ‘덕후’, 사진 ‘덕후’라면 적극 추천한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3개 층도 아니고 무려 7개 층으로 이뤄진 전망대라 층마다 구경하고 사진을 남기는 재미가 있다. 취재차 상당히 빠르게 둘러본 편이었는데도 모든 층을 둘러보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쾌청한 날에 간다면 한강 뷰는 물론이고 저 멀리 북한 땅도 볼 수 있을 듯했다. 유리창이 깨끗해 사진을 찍을 때 걸리는 것이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아파트나 회사 옥상에서 보는 서울 모습에도 충분히 만족한다면 그 돈으로 치킨 한 마리를 사 먹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일단 기자는 야경을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워 조만간 한 번 더 가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