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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리대는 가라" 바야흐로 생리컵 시대

국내 정식 판매 전 해외직구로 확산 … 부작용 연구 없어 위험 여지도

"생리대는 가라" 바야흐로 생리컵 시대

최근 생리대 속 화학물질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안전한 생리용품을 찾는 사람이 늘었고, 생리컵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menstrualcup.co]

최근 생리대 속 화학물질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안전한 생리용품을 찾는 사람이 늘었고, 생리컵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menstrualcup.co]

생리대 속 화학물질이 사회 이슈로 대두된 이후 한동안 면생리대, 삽입형 생리대 등 안전한 대체 생리용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그 가운데 가장 이목을 끈 용품이 ‘생리컵’이다. 1937년 미국 발명가이자 작가인 리오나 차머스(Leona Chalmers)는 최초로 재사용이 가능한 생리컵을 발명해 특허를 냈다. 이후 생리대, 탐폰 등에 밀려 많이 사용되지 않다 해외에서는 최근 4~5년 새 대중화됐다. 현재 페미싸이클, 릴리컵, 미스컵 등 19개 브랜드에서 생산해 미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50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생리컵은 높이 5~6cm, 입구 지름 4~5cm의 종 모양으로 의료용 실리콘, 천연고무 같은 말랑한 재질로 만든다. 입구를 C자형, E자형, S자형 등 다양한 형태로 접어 여성의 질에 삽입하면 펴지면서 질 벽에 고정돼 생리혈을 받아내는 방식이다. 양에 따라 짧게는 4시간, 길게는 12시간 간격으로 꺼내 씻은 후 재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개당 2만~4만 원이며, 한 번 구매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생리대에 비해 경제적이고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댓글 수십 개 달릴 정도로 화제

최근 몇 달 여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생리컵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생리대의 단점을 수년간 참아온 여성들이 생리컵에 관심을 보이는 것. 경험자가 올린 글에는 댓글이 많게는 60개씩 달릴 만큼 반응이 뜨겁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한 맘카페에 올라온 글에는 ‘버리는 셈치고 생리컵 한 번 사서 써봤는데 신세계를 경험했다. 처음엔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난감했는데 몇 번 써보니 감이 왔다. 이젠 다시 생리대를 쓰라고 해도 절대 못 돌아갈 것 같다’는 솔직한 고백이 담겨 있었다. 또 다른 경험자는 ‘생리대를 쓸 때는 걷기도 불편했는데 생리컵 착용 상태로 자전거도 탄다. 밤에 잘 때가 가장 문제였는데 생리컵 사용 후 발차기를 해도 새지 않으니 숙면하고 있다. 입구가 넓어 삽입이 어려울 거라 걱정하지만 접어 넣는 데 익숙해지면 문제없다’며 장점을 설파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여성이 생리컵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내놓은 ‘국내 생리용품 사용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1.1%가 생리컵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10, 20대가 61%로 가장 높았고 30대 42.5%, 40대 21.1%, 50대 20.5% 순이었다. 국내에서는 최근 2~3년 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생리컵이 알려지면서 SNS 사용 빈도가 높은 10, 20대 사이에서 생리컵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지도에 비해 사용 경험은 적었다. 설문조사 대상 전체 1181명 가운데 12.9%인 153명만 생리컵 사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직까지 생리컵에 대한 인식이 낮고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주 사용자는 10, 20대 젊은 층이 60.8%로 가장 많았고, 생리컵 사용 경험자 가운데 87.4%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덜하다는 점에서 가장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생리컵을 생리대의 보조제품이 아닌 주 생리용품으로 이용한다고 답한 이가 73.9%에 이르는 것으로 봐서 일단 입문하면 편리함을 느끼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용자 가운데 ‘타인에게 추천할 의사가 매우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64.8%에 달한 점도 눈에 띄었다. 

생리컵 사용자는 대부분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경제적 부담 감소, 환경보호, 피부 알레르기 예방 등 3가지 항목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 밖에도 사용자는 개인적인 차이가 있지만 생리통 감소, 불쾌한 냄새에서 해방, 활동 편의성 증가 등을 대표적인 장점으로 꼽았다. 

반면 장점만큼 단점도 많았다. 가장 큰 단점은 원활하게 사용하기까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일단 자신에게 맞는 크기를 찾기까지 이것저것 사용해봐야 해 시행착오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다.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으려면 바르게 삽입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알려주는 기관이나 단체가 없어 유튜브 동영상 혹은 후기를 보고 배워야 한다. 삽입 후 과격한 운동을 하면 빠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손톱이 긴 사람은 삽입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으며, 성 경험이 없거나 아직 성장 중인 청소년의 경우 생리컵을 넣고 빼는 것 자체가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매번 세척해 써야 하는데 야외에서 교체할 경우 세척이 어려울 수 있고, 몸속에 넣는 물건인 만큼 소독 등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부작용 우려로 시판 승인 지연

생리컵은 기본적으로 입구가 원형인 종 모양인데, 브랜드에 따라 생김새가 다르다.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릴리컵(왼쪽)과 페미싸이클.[출처   ·   해당 홈페이지]

생리컵은 기본적으로 입구가 원형인 종 모양인데, 브랜드에 따라 생김새가 다르다.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릴리컵(왼쪽)과 페미싸이클.[출처   ·   해당 홈페이지]

생리컵과 관련한 몇 가지 우려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비위생적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사용자의 위생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0월 케이블TV방송 On Style ‘바디 액츄얼리’에 출연해 생리컵에 대해 설명한 바 있는 김정연 산부인과 전문의는 “생리컵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손의 세균이 몸속으로 들어가 질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손 위생에 늘 신경 써야 한다. 또 소독한 뒤 전용 용기에 넣어 보관하는 등 평소에도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삽입 시 질에 상처가 나지 않을까라는 우려와 관련해서는 “부드러운 재질이라 생리컵으로 상처가 발생하기는 어렵다. 다만 건조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집어넣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 과정에서 염증이 생길 우려에 대해서는 “질염이나 자궁경부염이 있는 사람은 생리컵 사용 시 염증이 심해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생리혈이 역류해 골반염까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관련 연구 사례는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판매가 허용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이런 우려들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식약처가 국내 수입유통업체 4곳이 낸 생리컵 수입 신청에 대해 승인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아직까지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 강주혜 식약처 대변인은 “수입하고자 하는 업체에서 안전성을 증명해야 한다. 의약품, 의약외품과 관계없이 제조사 혹은 개발자가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생리컵도 마찬가지 절차를 거친다. 생리컵 건의 경우 업체 쪽에서 입증 자료가 늦어져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생리대 속 화학물질이 크게 논란이 된 터라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강 대변인은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성분검사를 한 것과 마찬가지로 생리컵도 관련 검사를 진행 중이다. 부작용이 없는지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어 승인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해외에서 유통되는 제품은 대부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유럽연합(EU)의 통합안전인증(CE)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심사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제품은 의료용 실리콘이 아닌 공업용 실리콘을 사용했을 개연성이 높은 만큼 해외 직접구매를 할 계획이라면 사용자가 꼼꼼히 살펴야 한다. 또한 생리컵과 관련한 연구가 부족한 점도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김정연 전문의는 “아직까지 국내에는 생리컵으로 인한 염증, 합병증에 대한 연구 자료가 없다. 따라서 질에 염증이 있는지 확인한 뒤 사용할 것을 권하고, 부작용이 느껴진다면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입력 2017-11-21 16:15:53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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