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4

2017.11.22

사회

“우리는 펫티켓 지켜요 ! ”

SNS서 반려견 목줄 · 입마개 인증샷 확산…반려인 의식 변화 중

  • 입력2017-11-21 17: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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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많은 곳이나 좁은 곳에선 줄을 짧게, 통로가 좁은 곳이나 사람이 탄 엘리베이터에서는 지나간 후에 가거나 옆에 가만히 있게, 외출 시 목줄 착용과 배변봉투, 사나운 개는 입마개, 견주들은 기본 펫 매너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 중. #펫티켓 #펫티켓필수 #펫티켓을지킵시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펫티켓(펫+에티켓) 인증샷이 확산되고 있다. 10월 21일 서울 강남 한식당 한일관의 대표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이웃 주민이 기르던 프렌치불도그에게 물려 사망한 소식이 알려진 후 견주들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 이들은 누가 뭐라고 하기 전에 먼저 반려견에게 인식표와 목줄을 달고 배변봉투를 필수로 갖고 다니면서 ‘우리는 다르다’는 걸 의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일관 사건 이후 펫티켓 확산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채 한일관 대표를 물어 숨지게 한 것으로 알려진 연예인 최시원의 반려견.[인스타그램 캡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채 한일관 대표를 물어 숨지게 한 것으로 알려진 연예인 최시원의 반려견.[인스타그램 캡처]

    푸들을 10년째 기르고 있는 직장인 이혜빈(34) 씨는 최근 강아지를 데리고 집 밖을 나설 때면 만반의 준비를 한다. 원래는 한 시간가량 걸리는 한강공원 산책을 나설 때만 목줄과 배변봉투를 챙겼는데, 이제는 아파트 상가를 갈 때도 손에 든다. 이씨는 “언론보도가 연일 쏟아져 주변 시선이 따갑다 보니 의식적으로 신경 쓰게 된다. 아파트 상가에 갈 때는 품에 안기 때문에 목줄을 하지 않았는데 개를 기르지 않는 이들은 그마저도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펫티켓을 철저히 지키는 사연을 설명했다. 입마개 착용에 대해서는 “우리 애는 대형견이 아니기 때문에 입마개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다. 대형견이 아니더라도 성질이 사나우면 다른 반려견도 물 수 있는 만큼 사납다고 생각되면 산책할 때 알아서 해주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1000만 명에 이른다. 국민 5명 가운데 1명꼴이며 가구당 1마리씩 반려동물을 기르는 셈이다. 일명 ‘펫팸족’(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기르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늘었지만 그동안 기본적인 펫티켓조차 잘 지켜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려면 동물보호법상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이 있다. 제12조 1항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특별자치시장에게 등록대상동물을 등록해야 하고, 제13조 1항에 따라 등록대상동물을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게 할 경우 소유자 연락처 등을 표시한 인식표를 등록대상동물에게 부착해야 한다. 또 제13조 2항에 따라 등록대상동물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는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하고 배설물이 생겼을 때는 즉시 수거해야 한다. 

    이는 매우 기본적인 사항이고, 개 종류에 따라 세부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이 더 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2조 2항에 따라 도사견·아메리칸 핏불 테리어·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스태퍼드셔 불 테리어·로트바일러와 그 잡종의 개, 그 밖에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 등은 목줄과 함께 입마개를 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에는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이 같은 법령은 강제성이 없고 적극적으로 과태료를 물리지 않아 실효성 논란도 불거졌다. 그런데 최근 한일관 대표 사망 사건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반려견이 빈번하게 다니는 한강공원에는 11월 들어 반려견 관리 소홀 사례가 줄어들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서 반려견 목줄 미착용 및 배변 미수거로 계도한 건수는 9월 말 기준 2만8484건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적발된 사례는 3만8309건에 이른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운영과 관계자는 “단속반에 따르면 10월 말 이후 확연히 차이가 나고 있다. 목줄을 하는 사례가 늘었고 미착용 반려견의 경우 견주에게 1~2차례 목줄 착용을 권하면 순순히 응하곤 한다”고 말했다. 한강공원에서는 목줄 미착용 또는 배설물 방치 시 각각 과태료 5만 원을 물리고 있다. 과태료 징수 건수는 올해 9월까지 16건에 불과하다. 이 관계자는 “단속반이 계도하는데도 끝까지 ‘무슨 상관이냐.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고 버티는 경우 과태료를 물린다. 이런 견주들도 최근에는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공공장소에서 의식적으로 펫티켓을 지키는 펫팸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사진은 반려견과 함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모습.  [동아DB]

    최근 공공장소에서 의식적으로 펫티켓을 지키는 펫팸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사진은 반려견과 함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모습. [동아DB]

    입마개 하면 개도, 행인도 안심

     견주뿐 아니라 자치구와 기업도 나서 펫티켓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는 11월 8일부터 나흘간 양재천에서 ‘바람직한 펫티켓 문화조성을 위한 펫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특히 반려인들을 대상으로 ‘나와 남을 위한 펫티켓’ 특강을 개설해 반려견을 제대로 이해하고 관리하는 법을 강의했다. 또 ‘반려동물 행동교정’ ‘반려견 시범교육’ 등 반려견 훈육법을 알려주는 시간도 마련했다. 

    반려견과 함께 쇼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알려진 스타필드 하남과 고양에서도 11월 4일부터 12일간 펫티켓 캠페인이 진행됐다. 스타필드는 반려인을 대상으로 실내 공공장소에서 ‘목줄을 짧게 매자’는 안내를 했다. 참여자가 펫티켓을 지킨다는 약속의 의미로 온라인 서명을 하면 펫푸드, 개껌, 펫밀크 등 3종 선물을 증정했다. 

    나아가 관련 법규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는 11월 6일 무게 15kg이 넘는 반려견은 외출할 때 의무적으로 입마개를 착용하고 목줄 길이도 2m 이내로 제한하도록 조례를 고치겠다고 밝혔다. 규정을 위반하면 적발 건수에 따라 1차 10만 원, 2차 20만 원, 3차 50만 원 과태료를 부과한다. 또 농림축산식품부는 10월 23일 ‘반려견 안전관리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공공장소에서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은 반려견 보호자에게 물리는 과태료를 현재 5만~10만 원에서 20만~50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내년 3월부터 반려동물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는 보호자를 신고한 시민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며, 반려동물로 인해 상해·사망이 발생했을 때 형법상 (중)과실치사상보다 더 강화된 처벌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대표적 동물보호시민단체인 카라 역시 펫티켓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카라는 반려인과 자치구, 기업 등에서 이러한 펫티켓 확산 캠페인을 벌이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이순영 카라 정책팀 활동가는 “목줄, 입마개만으로 펫티켓을 지켰다고 할 수는 없다. 반려견이 조금이라도 환경, 사람 등에 흥분하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면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한다든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마개를 씌우는 반려인이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기피하는 이도 많지만 입마개를 하면 행인들이 자연히 개와 거리를 두기 때문에 개도 편하고 안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개 예쁘다고 함부로 만져서는 안 돼

    현행 동물보호법상 맹견과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은 개 등은 외출 시 입마개를 해야 한다(위). 반려인 사이에서 목줄, 입마개 등을 한 ‘펫티켓’ 인증샷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인스타그램 ‘펫티켓’에 해시태그(#) 된 사진들. [동아DB,인스타그램 캡처]

    현행 동물보호법상 맹견과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은 개 등은 외출 시 입마개를 해야 한다(위). 반려인 사이에서 목줄, 입마개 등을 한 ‘펫티켓’ 인증샷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인스타그램 ‘펫티켓’에 해시태그(#) 된 사진들. [동아DB,인스타그램 캡처]

    이런 가운데 비반려인도 펫티켓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년째 시추를 기르고 있는 A씨는 최근 들어 날카로워진 시선 때문에 산책 나가기가 두렵다. 목줄을 하고 있어도 지나가면서 “개를 왜 키우는지 모르겠다” “개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등 반려인을 비방하는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듣는 것. 말로 하면 그나마 다행이고, 저리 가라는 식으로 발을 휘두르는 행동을 하기도 해 가슴이 철렁하곤 한다. 

    A씨는 “예전에는 묻지도 않고 만지는 통에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그냥 걷고만 있어도 먼저 소리를 질러 겁먹게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무작정 뛰어와 만지곤 하는데 반려견에게는 그것이 위협을 가하는 행동으로 느껴져 짖거나 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개가 물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반려견 탓을 하겠지만 반려인은 쌍방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가 흥분하지 않도록 눈을 마주치지 말고 지나가거나 개가 먼저 다가가지 않는 한 소리를 지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에 동의했다. 이찬종 이삭애견훈련소장은 “산책 나온 타인의 반려견을 의식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은 반려견을 배려하는 아주 중요한 펫티켓이다. 평소 순한 개라도 낯선 사람과 눈만 마주쳐도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 가만히 있는데 공격했다고 주장하는 이도 많은데 쳐다보고 움찔하니까 공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반려인의 잘못된 인정 욕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반려견을 치장한 뒤 데리고 나가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주인이 많다. 이는 개의 사회성을 해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펫티켓을 지키는 문화가 일상적이다. 일본의 경우 산책하는 개를 보며 말로만 칭찬할 뿐 절대 만지지 않는다. 만지고 싶다면 주인의 허락을 받은 후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또 대형견이 있는 경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용 유모차를 배치해 내부에서 돌발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아파트에 따라서는 반려동물을 데리고 타는 엘리베이터가 따로 마련돼 있기도 하다. 

    독일에서는 개를 입양하려면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니더작센주에서는 2011년 7월부터 반려견의 크기나 품종에 관계없이 입양 전 이론시험을 봐야 하고, 입양 첫해에 실습시험을 치러 자격증을 부여한다. 프랑스도 자격 조건을 부여하는데, 핏불 테리어 같은 맹견의 경우 입양하려면 시로부터 허가가 있어야 한다. 입양한 후에도 사람을 해칠 위험이 없는지 행동평가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반려동물을 길러온 선진국은 일상적으로 펫티켓을 지키는 것은 물론, 철저한 법적 관리 및 규제를 통해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이처럼 펫티켓을 지키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소장은 “지금은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도기라고 본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빠르게 늘어난 데 비해 동물복지 문화는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서로가 하나씩 수용해가며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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