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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의 시네+아트

군산, 한국인을 거울에 비추다

장률 감독의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

군산, 한국인을 거울에 비추다

[사진 제공 · ㈜트리플픽쳐스]

[사진 제공 · ㈜트리플픽쳐스]

장률 감독은 ‘조선족’이다. 중국에서 김치 장사를 하는 조선족 여성의 삶을 그린 영화 ‘망종’(2005)으로 한국 영화계에 진입했다. 그런데 그의 영화에서 조선족의 지리적 경계가 조금씩 약화되고, ‘이리’(2008)를 통해 한국의 풍경이 점점 커지면서 장률의 영화는 오롯이 여기 관객과 대화하기 시작한다. 

신라의 수도 경주를 배경으로 꿈과 현실의 흐릿한 경계를 다룬 영화 ‘경주’(2013)를 발표하며 장률은 대중적으로도 이름을 알린다. ‘경주’ 이전과 후로 나눌 만큼 장률의 영화는 큰 변화를 겪는다. 알려진 배우들이 출연했고, 무엇보다 ‘경주’ 이후 그의 영화에서는 공간이 주인공 위치에 놓인다.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는 전북 군산이 주인공이다. 이쯤 되면 장률의 영화는 한국에 대한 인문지리학적 탐구다. 


[사진 제공 · ㈜트리플픽쳐스]

[사진 제공 · ㈜트리플픽쳐스]

‘군산’은 무명 시인 윤영(박해일 분)이 과거에 사랑했지만 선배의 아내가 됐던 송현(문소리 분)이 다시 싱글이 되자, 무척 기분이 좋아 술김에 제안한 군산여행을 다룬다. 두 사람은 손님을 가려 받는다는 유별난 민박집에 투숙하는데, 여기서 송현은 갑자기 윤영이 아닌 집주인(정진영 분)에게 큰 호감을 느낀다. 

윤영은 박해일 자신이 과거에 연기했던 ‘질투는 나의 힘’(박찬옥 감독·2002)의 청년처럼 선배 여성을 나이 많은 다른 남자에게 또 빼앗길 판이다. 이 집엔 자폐증을 앓는 딸(박소담 분)이 있는데, 어떤 손님과도 접촉을 피했던 그 딸이 윤영의 주위에 가끔 나타난다. 네 사람 사이의 관계가 뒤섞이는 것이다. 

민박집은 과거 일본의 적산가옥이다. 그 일대는 한국 속 일본 같다. 알고 보니 주인집 부녀는 후쿠오카 출신의 재일동포다. 남자는 사고로 아내를 잃었고, 무슨 이유인지 딸은 자폐증을 앓는다. 이들 마음속 상처는 일본에서 차별받으며 사는 한국인에 대한 비유처럼 표현돼 있다. 한국에서 조선족이 종종 마음에 큰 상처를 입듯 말이다.


[사진 제공 · ㈜트리플픽쳐스]

[사진 제공 · ㈜트리플픽쳐스]

영화 후반부는 윤영과 송현이 여행을 가기 전 이야기다. 외국인 차별에 반대하는 조선족 시위에서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났다. 송현은 할아버지대에서 중국에 남은 친척들을 떠올리며, 만약 자신의 조부가 귀국하지 않았다면 자신도 조선족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송현은 시위에 직접 참여했고, 윤영은 그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윤영의 집엔 그의 부친(명계남 분)으로부터 심한 차별을 받는 조선족 파출부가 함께 살고 있다. 중국 출신 한국인은 일본에서 한국인이 차별받듯, 여기서 편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군산’에는 세 한국인의 정체성이 만나고 있다. 중국의 한국인, 일본의 한국인, 그리고 여기의 한국인이다. 어딘가에선 차별 주체가 되고, 또 어딘가에선 객체가 되는 존재다. ‘군산’은 그런 겹겹의 모순을 비추는 거울이다.




주간동아 2018.11.23 1165호 (p80~80)

  • 영화평론가 hans42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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