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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박희숙의 미술관

어허, 아무도 몰래 은밀하게 즐기라니까

남자의 자위행위

어허, 아무도 몰래 은밀하게 즐기라니까

어허, 아무도 몰래 은밀하게 즐기라니까

‘에로스’, 실레, 1911년, 구아슈, 수채와 검은색 초크, 55×45, 개인 소장.

이유가 무엇이든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중년의 기러기 아빠는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서글프다. 인기척이 없는 방, 텅 빈 식탁, 씻지 않은 그릇이 수북한 개수대 등 집 안 모든 것이 그가 혼자임을 확실하게 증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기러기 아빠를 서글프게 하는 것은 집안일이 아니다. 아침 발기다. 아침 발기는 강한 남자라는 확실한 증거이자 여전히 젊다는 척도로, 중년 남자의 아침 발기는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자랑해도 될 사건이다.

그러나 기러기 아빠는 박수 쳐줄 아내가 옆에 없다. 써먹기는커녕 자랑할 사람조차 없는 것이다. 철없던 시절처럼 자위행위를 하자니 서글픔이 가슴을 치고 올라온다. 하지만 어쩌랴. 아이들 교육 때문이라는데. 서글픈 인생이지만 눈치 없는 녀석을 달래는 수밖에 없다.

자위행위를 하는 남자를 표현한 작품이 에곤 실레(1890~1918)의 ‘에로스’다. 이 작품은 실레의 자화상이다. 검은색 의자에 앉아 있는 실레는 손으로 페니스를 붙잡고 있다. 정면을 향해 있는 시선이 거울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실레는 자신을 관찰하려고 거울을 이용했다.

꽉 다문 입술과 페니스를 잡은 손은 자위행위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지만, 눈 주변의 어두운 색이 자위행위에 대한 죄의식과 불안한 심리를 표현한다. 붉은색 페니스는 과도한 성적 욕망을 암시하면서 아직 절정에 이르지 못했음을 나타내며, 몸에 비해 커다랗게 묘사한 페니스는 남자가 성적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붉은색 배경은 붉은색 페니스를 강조하면서 성적 쾌락을 상징한다.

단색 배경과 협소한 의자는 육체를 더욱 불안정하게 보이게 하고, 페니스보다 훨씬 작은 손의 움직임은 신경질적으로 보이며, 벌리고 있는 다리 근육은 자위행위로 인해 부자연스럽다. 펼쳐진 옷은 성적 욕구에서 해방됐음을 암시하며 유난히 크게 묘사한 옷은 남자의 원초적 욕망의 크기를 반영한다.



실레의 이 작품에서 비쩍 마른 몸과 달리 페니스를 크게 묘사한 것은 남자의 생명은 발기라는 것을 의미한다. 의자에 불편한 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은 자위행위를 죄악시하는 현실을 나타낸다. 당시 사회는 자위행위를 죄로 여겼다.

제목 ‘에로스’는 서구에서 아름다운 사랑의 대명사지만 실레에게 에로스는 본능적인 정욕을 대변한다. 그가 자위행위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은 매독으로 불구가 된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 때문이다. 실레의 아버지는 매독으로 얻은 분노를 가족에게 쏟아부었다. 실레는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오히려 성적으로 풀어냈다.

기러기 아빠 처지에서는 자위행위가 아내보다 더 좋을 때가 있다. 아침 식탁에 보양식은 없지만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이상형의 여자와 섹스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상형 여자와의 섹스를 꿈꾼 남자를 그린 작품이 살바도르 달리(1904~1989)의 ‘위대한 마스터베이터의 얼굴’이다. 이 작품 역시 달리의 자화상이다. 달리는 친구의 아내인 갈라를 처음 만나고 이 작품을 만들었다. 기묘하게 생긴 커다란 바위가 해변 중앙에 걸쳐 있고 바위 꼭대기에 있는 금발의 여인이 남자의 페니스에 입을 맞추고 있다. 바위는 달리의 머리이며 뾰족한 코가 해변 바닥에 닿아 있다. 길고 부드러운 속눈썹으로 덮인 눈은 살며시 감았다. 입 부분에는 거대한 메뚜기가 붙어 있다. 메뚜기의 배 부분엔 개미가 득실거린다. 메뚜기는 달리의 속마음을 의미하며 개미는 부패를 상징한다. 창백한 뺨과 달리 홍조는 자위행위를 암시한다.

이 작품에서 금발의 여인이 갈라이며 해변은 여름에 갈라를 만났던 추억의 장소 크레우스 곶이다. 달리는 갈라를 처음 본 순간부터 운명의 여인임을 느꼈다. 그녀는 달리의 이상형이었으며 돌파구였다. 달리는 갈라 외에 다른 여자를 보고는 발기하지 못했다. 그는 평생 성적 욕구가 일 때마다 자위행위를 했고 그 방법 외에는 절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엔 성적 이미지를 내포한 것들이 많다.

남자에게 자위행위는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만족을 주지만 은밀하게 혼자 해야만 하는 일이다. 하지만 남자는 심리적으로 자신의 페니스를 자랑하고 싶어 한다. 페니스를 여자에게 대놓고 과시하고 싶은 남자들을 여자들은 ‘바바리맨’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여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면 지를수록 행동이 더 과감해진다는 특징이 있다.

어허, 아무도 몰래 은밀하게 즐기라니까

‘위대한 마스터베이터의 얼굴’, 달리, 1929년, 캔버스에 유채, 110×150,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소장.(왼쪽) ‘정원’, 매카시, 1992년, 설치 작품, 개인 소장.(오른쪽)

공공장소에서 성적 욕망을 과시하는 남자를 그린 작품이 폴 매카시(1945~)의 ‘정원’이다. 잎이 무성한 나무 둥치 사이에서 남자가 바지를 반쯤 내린 채 큰 나무를 양손으로 끌어안고 있다. 머리숱이 없는 머리와 주름진 얼굴은 남자가 중년임을 암시한다. 나무 둥치에 가려졌지만 발치 끝에 있는 바지와 벌거벗은 엉덩이가 지금 자위행위 중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그림 오른쪽에 크게 부각된 돌과 큰 나무는 남자의 페니스를 상징하며, 큰 나무 둥치에 가려진 잎이 무성한 작은 나무들은 여자를 암시한다. 남자가 작은 나무들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은 이미 성을 상실했다는 의미다. 매카시는 돌이 가득한 야외 정원을 만든 다음 자위행위를 하는 로봇 인물을 배치해 성적 도덕성을 나타내고자 했다.

기러기 아빠에게 자위행위는 건강을 위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해가 된다. 눈치 없는 녀석에게 자유를 준다고 밖으로 내보내선 안 된다. 페니스가 밖으로 나오는 순간 당신을 국가가 관리한다.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주간동아 2012.07.02 844호 (p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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