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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러 새 밀월관계 구축 반미(反美) 앞세우며 새판 짜기 시동

‘상하이 협력기구’지렛대로 국제질서 창출 공동보조

중·러 새 밀월관계 구축 반미(反美) 앞세우며 새판 짜기 시동

중국 인민해방군과 옛 소련 붉은 군대는 1969년 3월 2일과 15일 우수리 강 중류에 있는 넓이 0.74 km²의 작은 섬 전바오다오(珍寶島·러시아명 다만스키)를 차지하려고 두 차례나 전투를 벌였다. 공산주의라는 같은 통치이념을 추종하면서도 당시 두 나라는 무력 충돌과 영토 분쟁 이후 전면전에 대비할 정도로 관계가 악화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과 소련은 4380km에 이르는 국경선에 군 병력을 각각 81만4000명과 65만8000명을 배치했으며, 중국은 미국 대신 소련을 주적(主敵)으로 상정했다. 군사력에서 열세이던 중국은 소련의 위협을 견제하려고 1972년 미국과 화해했다. 이후 소련이 붕괴하고 러시아가 출범할 때까지 양국관계는 복원되지 않았다.

국경에 지나치게 많은 병력을 배치한 것에 부담을 느낀 러시아는 중국과 국경 병력 감축 협상에 나섰다. 양국은 1997년 4월 당시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합의에 따라 국경지역에 있는 전체 병력을 각각 26만8000명으로 제한키로 했다. 양국은 2004년 국경협정을 체결하고 모든 영토 분쟁을 마무리했다.

6월 5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국경 병력을 대폭 줄이고, 국경지역 공동 순찰과 우수리 강 공동 개발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양국은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835억 달러이던 교역 규모를 2015년 1000억 달러, 2020년 2000억 달러로 늘린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양국은 중국 톈완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3·4호기 건설에 적극 참여한다는 내용을 담은 정부 간 협정서에도 가조인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러시아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아 톈완 원전 1·2호기를 완공했고 추가로 3·4호기 건설을 추진 중이다.

푸틴 “협력의 신천지 열자”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밀월관계를 구축하면서 국제질서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양국은 41년 전 구원(舊怨)을 청산하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있다. 후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양국이 앞으로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는 데 합의했다. 중국은 외교관계 친소에 따라 1996년부터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단순 수교 → 선린우호 → 동반자 → 전통적 우호협력 → 혈맹 5단계로 분류해왔다. 이 중 동반자는 협력 동반자 → 건설적 협력 동반자 → 전면적 협력 동반자 → 전략적 동반자 → 전략적 협력 동반자 → 전면적인 전략적 동반자 등 6단계로 세분화했다.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사실상 동맹이나 다름없다.

양국이 상호협력 관계를 동맹에 가깝게 격상하기로 합의한 데는 미국을 견제하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창출하려는 의도가 깔렸다. 후 주석은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해 세계 정치·경제 질서를 더욱 공정하고 이성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도 “유엔, 주요 20개국(G20), 브릭스(BRICs) 등의 국제기구와 협의체에서 양국이 전략적인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6월 5일자)에 ‘협력의 신천지를 열자’는 제목의 기고문을 내고 “양국의 국가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양국의 참여 없이는 어떤 국제 문제도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양국 협력관계 강화의 목적을 분명히 밝혔다.

사사건건 미국과 대립 예상

중국과 러시아가 반미(反美)연대를 구축함에 따라 시리아 유혈사태, 이란과 북한 핵 문제 등 각종 국제현안을 놓고 미국과 대립할 개연성이 크다. 실제로 후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시리아 유혈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외부의 군사 개입이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교체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국제사회가 시리아 유혈사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코피 아난 시리아 특사의 중재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시리아 유혈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무력 개입을 포함한 강력한 제재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에서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대립각을 세우는 만큼 지난 1년 3개월간 계속돼온 시리아 유혈사태는 앞으로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란 핵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은 미국과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을 가리키는, 이른바 ‘P5+1’ 국가들과 이란이 대화를 계속하면서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후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 또는 어떤 형태의 무력 사용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란이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란은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에 힘입어 미국이 내놓은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도 P5+1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개연성이 크다. P5+1 국가들과 이란은 5월 23∼24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한 협상에 이어 6월 18∼19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다시 핵 협상을 재개한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과 러시아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북한 편을 든다. 후 주석은 “대화와 협상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하고 정확한 선택”이라며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역내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도 “핵무기를 가지려는 북한의 야망을 용인할 수는 없지만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김정은 체제를 시험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중앙아시아 축으로 영향력 확대

러시아가 중국과 사실상 동맹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은 미국의 유럽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 때문이다. 중국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에 대해 거부감이 크다. 하지만 이는 대의명분일 뿐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첫째, 양국 통치체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야당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권위주의 체제다. 푸틴 대통령은 세 번째로 대통령이 됐으며, 집권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현재 하원인 국가두마를 장악했다. 푸틴 지지세력이 모든 권력기관과 지방정부까지 독점하고 있다. 중국도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다. 심지어 러시아는 중국 공산당을 미래 성공 모델로 보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중국을 벤치마킹하려는 이유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도 국가 전체를 굳건히 장악하는 중국 공산당의 탁월한 일당 독재 능력 때문이다.

둘째, 양국은 냉전체제 붕괴 이후 세계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에 맞서기 위해서는 상호협력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미국 경제력과 군사력이 과거와 달리 약화해가는 상황에서 양국 제휴는 국제사회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양국 경제가 상호의존적으로 변했다. 중국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러시아도 장기적인 경제발전을 도모하려면 중국의 자본이 필요하다.

넷째, 아시아가 향후 국제질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도 양국의 동맹 구축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현재로선 21세기가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전 세계 인구의 60%가 거주하는 아시아가 앞으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이 분명한 만큼, 세계 패권을 쥐려면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이 아시아에서의 권위 회복을 적극 추진하는 만큼, 이에 대응하려면 중국과 러시아는 일단 힘을 합치는 편이 유리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이 아직까지 미국보다 열세다. 따라서 자신들의 ‘텃밭’인 중앙아시아에서부터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 시행에 나섰다. 중앙아시아는 러시아 앞마당이자 중국 뒷마당으로, 두 나라의 영향권 안에 있다. 또한 에너지와 천연자원의 보고(寶庫)이며 지정학적으로 전략요충지이기도 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2001년 6월 15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과 함께 중국 상하이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창설했다. 양국이 당초 SCO를 만든 것은 자국 영토에 거주하는 중앙아시아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을 막으려는 목적이었다. 실제로 SCO는 그동안 테러리즘과 분리주의 및 극단주의를 척결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SCO는 매년 알파벳 순서에 따라 돌아가면서 정상회의를 열고, 의장국은 정상회의 개최국이 맡는다. 사무국은 중국 수도 베이징에, 역내 테러척결센터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터키도 SCO에

SCO 6개 회원국은 6월 6∼7일 베이징에서 제12차 정상회의를 열고 향후 10년간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회의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건 중국과 러시아가 SCO를 지렛대 삼아 국제질서에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속셈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SCO 회원국은 공동성명을 내고 중국과 러시아가 제시한 시리아 유혈사태와 이란 핵 문제 등 국제현안에 대한 해법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SCO는 또 아프가니스탄을 옵서버로, 터키를 대화 상대국으로 받아들이며 몸집을 불렸다. 그 결과 SCO에는 6개 회원국 외에 인도, 파키스탄, 이란, 몽골, 아프가니스탄이 옵서버로, 스리랑카와 벨라루스(벨로루시), 터키가 대화 상대국으로 각각 참여한다.

SCO는 앞으로 ‘반미동맹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SCO는 제삼자를 겨냥한 기구가 아니라 지역 정치와 경제 문제를 다루는 협력체라는 게 중국과 러시아의 공식 의견이다. 하지만 실제 두 나라가 가진 속셈은 SCO를 군사동맹체나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같은 지정학적 동맹체로 발전시키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청궈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SCO는 앞으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와 안보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두 기구가 협력해 중앙아시아의 평화와 안보, 안정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CSTO는 2002년 10월 창설한 옛 소련 국가들의 군사동맹 조직으로 현재 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7개국이 회원국이다.

SCO와 CSTO가 힘을 합치면 중앙아시아판 안보기구가 출범할 수 있다. ‘동방의 나토(NATO)’가 출연하는 셈이다. 이란이나 파키스탄 등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들이 SCO 정식 회원국이 될 경우,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이용해 미국에 맞서는 지정학적 힘을 키울 수도 있다. 중국-러시아-이란-파키스탄으로 이어지는 ‘반미 축’이 생기는 것이다.

중앙아시아 4개국 가운데 아직까지 노골적으로 반미를 주장하는 국가는 없다. 하지만 모두 독재국가이고, 이들 국가의 최고통치자들은 아랍 시민혁명이 자국까지 번질 것을 우려해왔다. 이 때문에 4개국이 중국과 러시아에 밀착하는 것이 어쩌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더욱이 이들은 정치·군사적으로는 러시아,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유대가 두텁다.

SCO 6개 회원국은 6월 8∼14일 타지키스탄에 있는 러시아 군사훈련장에서 ‘평화사명 2012’라고 명명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러시아 기계화 보병부대와 포병여단을 포함해 6개국 병사 2000여 명이 참여했다. 중앙아시아 4개국의 군사훈련은 러시아가 전담한다. 중국은 이들 4개국에 철도, 도로, 항공, 통신, 에너지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차관 100억 달러를 제공할 계획이다. 중앙아시아에 대한 지배권을 중국과 러시아가 양분하는 모양새다.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2014년 말 미국 철군 이후 힘의 공백이 생기는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아프간 전쟁을 철저하게 외면해온 두 나라는 어느 때보다 아프간의 평화 정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 나라는 아프간에 개입하려는 대의명분으로 탈레반이나 알카에다가 다시 준동해 아프간이 혼란에 빠질 경우 중앙아시아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프간을 SCO 회원국으로 가입시켜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특히 중국이 러시아보다 아프간 진출에 더 적극적이다. 아프간은 분리독립운동이 벌어지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아프간에는 구리를 비롯해 천연자원도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중국은 안보를 강화하고 경제적 이득도 챙기면서 지역 맹주로서의 위상을 다지는 일석삼조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후 주석은 6월 8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전략적 협력 관계 구축에 합의한 뒤 올해 아프간에 1억5000만 위안(276억 원)을 지원키로 했다.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동맹관계가 철저하게 국익을 고려한 전략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러시아를 이용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 되려는 야심을 가졌다. 러시아도 중국의 그러한 속내를 어느 정도 간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국이 동맹관계를 맺는다 해도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사회에선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과 가장 넓은 국토를 자랑하는 러시아의 밀월관계가 앞으로 국제질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하다. 양국의 반미연대가 한반도를 비롯해 동북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주간동아 2012.06.18 842호 (p40~43)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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