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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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와 스트레스로 지병 악화도 대상

업무상 재해

  •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2-05-07 09: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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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로와 스트레스로 지병 악화도 대상
    4월 23일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근무 중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광역버스 운전자 A(2009년 당시 57세)씨의 부인 B(54)씨가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고 밝혔다.

    B씨는 2009년 A씨가 운전 중 급성 심근경색 등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당시 남편이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앓던 중 최대 4시간의 장거리 노선을 운전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특히 사망 며칠 전에는 사흘 연속 근무하는 등 과로로 지병이 악화돼 사망했다”며 공단에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남편이 사망한 데 대한 장의비와 유족급여 지급을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이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1심은 A씨의 업무상 과로와 사망 원인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B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서울고법)은 “급성 심근경색을 유발할 정도로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의 경우 특수한 근무 형태와 과로 때문에 지병인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자연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됐거나, 사망 원인이 된 급성 심근경색을 유발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2심·서울고법)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간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해당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 나이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A씨의 회사 동료가 같은 형태의 근무를 해왔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근로자가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지병이 악화됐다고 주장할 경우,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데 이때 기준이 될 만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에 정한 ‘업무상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해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지병 악화도 대상
    그러나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과중한 직무로 인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됐다면 그 역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나아가 과로의 내용이 통상인이 감내하기 곤란한 정도이고, 본인에게 그로 인해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는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과로 이외에 달리 사망 유인이 있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드러나지 않는 한 업무상 과로와 신체적 요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함이 경험칙과 논리칙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9두164, 2009두5794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이 이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지병을 악화했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워 1심과 2심에서 각기 다른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이번 사건처럼 대법원에서 원심(2심) 판결을 파기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번 판결이 향후 근로자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 또는 사망에 미치는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데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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