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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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래퍼 투팍 부활, 충격과 감동

2012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2-04-23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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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의 래퍼 투팍 부활, 충격과 감동
    매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인디오에서는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이하 코첼라)이 열린다. 유럽에서는 6∼7월, 아시아에서는 7∼8월이 본격적인 페스티벌 시즌인 것과 비교하면 다소 이른 편이다. 이 때문에 한 해 세계 뮤직 페스티벌의 라인업을 일찌감치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코첼라에서 두각을 나타낸 신인은 이후 열리는 다른 페스티벌에서도 출연 요청을 받으며 이름을 알릴 기회를 얻기도 한다. 미국에서 가장 큰 뮤직 페스티벌 가운데 하나고, 연예스타가 많이 사는 미국 서부지역 페스티벌이라 세계적인 스타도 많이 찾는다.

    뮤직 페스티벌 마니아 사이에서만 알려졌던 코첼라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 모은 건 지난해부터다. 유튜브를 통해 페스티벌 전체를 실시간으로 중계했던 것. 이 같은 시도가 처음 알려졌을 때 여러 의문이 제기됐다. ‘실시간 인터넷 스트리밍이 과연 만족스러운 음향과 화질을 제공할까.’ ‘접속이 몰려 발생하는 버퍼링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그러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사운드와 영상 모두 웬만한 녹화중계 이상이었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끊김현상 없이 사흘간의 페스티벌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효과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인디오에 모인 10만 명의 관객뿐 아니라 전 세계 1000만 명 이상이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으로 코첼라를 지켜봤다. 사람들은 공연이 훌륭해서 놀라고, 실시간으로 세계 어디에서나 코첼라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바야흐로 ‘원 월드(One world)’ 시대임을 확인한 것. 그 흥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스란히 전파됐다. 코첼라를 전혀 몰랐던 이들도 친구의 트위터를 보고 유튜브에 접속해 감동을 함께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4월 13~15일 ‘2012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이 열렸다. 1년 전 이벤트로 지명도가 부쩍 높아졌음이 입증됐다. 지난해까지 70∼80%에 머물던 티켓 판매율이 올해는 매진을 기록했다.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을 이용한 덕에 4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페스티벌 글래스톤베리와 맞먹는 티켓 파워를 획득한 것이다. 이번에도 공연 실황을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전파했다. 영미권 음악저널에선 어느 때보다 비중 있게 코첼라 프리뷰를 다뤘다. 전 세계 네티즌의 관심도 폭발했다. 코첼라는 단숨에 ‘월드와이드웹(www) 이벤트’가 됐다.

    지난해 음악저널이 앞다퉈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한 본 이베어와 M83를 비롯해 라디오헤드가 무대에 올랐다. 라디오헤드는 지산 밸리 록페스티벌 참가도 확정했다. 이들이 현지에서 공연하는 동안, 유튜브의 코첼라 채널 접속 수는 최대 1억 회를 상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시간 트위터의 실시간 인기 토픽도 코첼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지난해 하이라이트는 무대 위에서 객석을 향해 거대한 풍선을 소나기처럼 쏟아내며 환상적인 시각효과를 냈던 아케이드 파이어의 공연이었다. 올해는 이를 능가했다. 1996년 총기 사고로 사망한 전설의 래퍼 투팍을 홀로그램을 이용해 부활시킨 것이다. 에미넴, 50센트, 커럽트 등 화려한 게스트의 피처링도 굉장한 볼거리였다. 마치 미국 힙합영웅들이 캘리포니아에 총출동한 듯했다.

    투팍과 같은 시기 웨스트 코스트 힙합 신(Hiphop scene)을 수놓았던 스눕 독과 닥터 드레가 공연하는 중간에 무대가 암전됐다. 어둠 속에서 배에 새긴 문신을 선명히 드러내 보이며 투팍이 등장했다. 그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실제로 그가 등장하는 것이라고 착각할 만큼 생생했다. 투팍은 관객에게 인사를 건넨 다음 대표곡 가운에 하나인 ‘Hail Mary’를 부르기 시작했다. 함께 무대에 오른 스눕 독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랩도 했다. 공연을 끝낸 투팍의 홀로그램은 비장한 음악과 함께 안개처럼 흩어졌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컴퓨터그래픽을 맡았던 ‘디지털 도메인’이 약 1년에 걸쳐 만들어낸 야심찬 프로젝트다. 객석에 있던 관객뿐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지켜본 누리꾼도 넋이 나갈 정도였다. ‘그때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소비할 수 없었던 공연을 실시간 인터넷으로 보는 것도 신기한데, 이미 세상을 뜨고 없는 사람의 부활을 목격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기술은 가장 예술적인 방법으로 자기 위력을 과시했다. 기술은 인간을 편하게 해주지만 좀처럼 행복을 선사하진 못했다. 디스토피아를 다룬 영화가 기술 과잉을 단골 소재로 삼는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2012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을 통해 기술이 감동과 행복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비바 테크놀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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