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3

2011.09.05

독도야, 사랑스러운 독도야 간밤에도 잘 잤느냐!

6개월 19개국 돌며 84회 공연 ‘독도레이스’…마침내 독도 찾아가 긴 여정 마무리

  • 김은열 독도레이서 www.facebook.com/dokdoracer

    입력2011-09-05 1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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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야, 사랑스러운 독도야  간밤에도 잘 잤느냐!

    마침내 독도에 다다른 독도레이서 팀원들.

    ‘세상을 집어삼킬 듯 수마(水魔)가 몰아쳤던 올여름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그리고 유난히 요란했던 여름과 함께 6개월간 계속한 독도레이서의 세계일주도 끝났다. 2011년 8월 23일 오후 5시. 인천국제공항을 떠난 지 정확히 180일 만에 우리는 한국에 돌아왔다. 가을 복학을 앞뒀지만 아직 여행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 여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마지막 열흘을 돌아보면서 지난 반년을 ‘따끈따끈하게’ 결산해봤다.

    귀국 8일 전 -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 기차역

    중국 서북쪽 끄트머리인 우루무치에서 동남쪽 항구도시 상하이까지 기차로 횡단하겠다던 우리는 기차역 게시판을 보고는 맥이 탁 풀려버렸다. 게시판에 적힌 안내문이나 판매원의 대답은 하나같이 상하이로 가는 모든 기차가 앞으로 열흘간 매진이란다. 알마티에서 ‘침대 버스’를 타고 덜컹거리는 험한 길을 꼬박 하루 동안 달려서 여기까지 왔다. 고원과 절벽을 지나고 까다롭다는 중국 국경도 무사히 통과했는데, 예상치 못한 난관이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과연 제때 상하이에 입성할 수 있을까.

    귀국 6일 전 - 중국 상하이

    새벽 2시,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간신히 숙소에 도착한 뒤에 그대로 ‘뻗어버렸다’. 기차를 대신할 교통편을 찾다 보니 남은 선택지는 기차보다 9배나 비싼 비행기뿐. 그나마 우리가 묵던 동네에서 거의 유일하게 인터넷이 가능한 PC방에서 하루 종일 결제를 시도하며 끙끙댄 결과다. 심지어 이 비행기는 두 시간이나 연착했고,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습하고 무더운 날씨가 우리를 습격했다. 우루무치에서부터 우리의 아침이 돼 만두 ‘샤오룽바오쯔’가 찜통에서 익어갈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상하이의 불친절한(?) 기후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독도야, 사랑스러운 독도야  간밤에도 잘 잤느냐!

    우산국(于山國)을 신라에 귀속시켰던 장군 이사부의 이름을 딴 독도의 도로 표지판.

    귀국 4일 전 - 주상하이 대한민국 문화원

    사흘 전 널어놓은 빨래가 아직 축축할 정도로 습한 날씨지만, 마지막 ‘독도콘서트’를 앞둔 우리는 공연 연습과 발표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렇지만 쌓인 피로로 모두가 지친 상태. 예전엔 하루에 세 번씩 거리공연에 나서도 끄떡없었는데 이제는 탈춤 한 번에도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질 지경이다. 마지막 행사를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치르고 싶은 우리에게 행사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귀국 2일 전 - 교민과 현지인 200여 명 앞에 서다

    공들여 만든 영상 속에서 지금껏 세계 한 바퀴를 돈 우리의 6개월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세미나를 현지어로 준비하느라 애먹는 모습이나 공연 연습을 하며 서로 다투는 모습, 생활비를 아껴보려고 서로서로 머리를 깎아주는 모습까지…. 그리고 우리와 함께한 수많은 사람이 “독도가 달린다”고 외친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감회에 젖을 새도 없이 마지막 순서인 사물놀이 차례. “정말 마지막이야, 가자!” 우리를 비추는 조명과 사람의 시선 앞에 부끄럽지 않게,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신명나게 독도레이서는 공연했다. 후회는 없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독도야, 사랑스러운 독도야  간밤에도 잘 잤느냐!

    나루터에서 만난 젊은 독도경비대원의 표정이 믿음직스럽다.

    한 시간 반이라는 짧은 비행시간이 지나자 그렇게나 멀게 느껴지던 한국땅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김해국제공항에 들어서니 한글 표지판이 보이고, 입국심사대에서는 한국말로 묻는다. 적응되지 않아 어리둥절한 상태에서도 마중 나온 반가운 사람들이 저 멀리 보이자 얼굴에는 웃음이 핀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독도레이서라면 응당 거쳐야 할 관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하루를 묵은 독도레이서는 다음 날 새벽 포항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여객선을 타고 3시간을 가면 울릉도가 보인다. 그리고 다시 한 시간 반 정도 배를 타면 마침내 독도가 눈앞에 보일 터.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이렇게 서둘러 독도로 향하는 것은 ‘마음의 고향’인 독도를 방문해야 독도레이서의 활동을 제대로 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도를 향한 국민의 관심이 최고조인 8월, 지금이야말로 독도를 방문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가 아닌가.

    물론 ‘3대가 덕을 쌓아야만 입도할 수 있다’는 독도까지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 역시 올 2월 기상악화로 여객선이 회항하는 등 2번의 실패를 맛봤다. 이번이 세 번째. 아침에 부스스한 얼굴로 달려갔지만 아뿔싸, 표가 없단다. 여객선터미널 앞에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을 보고 불길한 예감이 들긴 했지만 평일에도 표가 없다니. 많은 사람이 독도에 관심을 가져주길 그렇게 바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로 인해 곤란한 상황이 돼버렸다.

    긴급 작전회의에 들어갔다. 개강을 앞둔 터라 독도 방문을 무작정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 기다렸다 10월 25일 ‘독도의 날’에 입도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활동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픈 바람 때문에 선뜻 내키지 않았다. 고민하기를 한참, 기적적으로 표 6장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물론 포항에서 시작해 울릉도와 독도에 들렀다 다시 묵호항으로 돌아오는 빡빡한 당일치기 일정이지만 따질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하루 중 9시간을 배에서 보내며 다녀온 독도. 2번이나 우리를 거부했지만 이번에는 날씨가 유난히 화창했다. 이 작은 섬을 세계에 알리려 우리는 준비 기간까지 1년을 보냈다. 그동안 세계에 ‘독도는 한국의 아름다운 섬’이라고 홍보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독도에 가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이 남아 있었다. 마침내 도착한 독도는 자신에게 붙은 수식어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늠름한 독도경비대의 경례를 받으며 섬을 떠나는 길, 이젠 정말 세계일주가 끝난 것 같다.

    총 여행 기간 180일, 방문 국가 19개국, 공연 횟수 84회. 독도레이서의 지난 6개월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게 간단하다. 하지만 행간을 들여다보면 간단한 수치로는 결산할 수 없는 고민과 노력이 그 사이사이를 메운다. 물론 우리의 땀방울은 당분간 마르지 않을 것이다. 당초 8월로 계획했던 일본 활동을 올 3월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내년 2월로 연기했기 때문이다.

    도쿄, 오사카, 시마네현 등을 방문해 일본인들에게 독도에 대한 진실을 전하려면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하반기에도 세계일주의 후속 작업으로 활동 내용을 정리하고 홍보 전략을 다시 세우느라 분주할 듯하다. 우리는 이렇게 준비한 내용을 챙겨들고 왜곡된 교과서를 사용하는 일본 교육현장도 방문해 현지 교사와 학생, 우리 또래의 대학생, 교포 등 일본의 다양한 ‘보통사람’을 만날 것이다. 그들에게 진실을 전하고 그들의 반응을 다시 국내에 소개해 독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포부다.

    스타트라인을 박차고 뛰어나간 우리의 ‘독도레이스’는 그래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본을 넘어 독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길 바라는 모든 사람에게 돌아올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이 좀 더 노련한 레이스를 펼칠 든든한 자산이 되리라는 사실은 불문가지. 앞으로도 독도레이서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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