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3

2011.09.05

추록자 불견산(追鹿子 不見山)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1-09-0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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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 쟁취라는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정당하지 못한 수단과 방법까지 동원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목표했던 권력을 손에 쥐더라도 권력을 잡는 과정에서 행한 부정한 행위로 일순간 나락의 길을 걷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총선과 지방선거 이후 불법, 탈법 선거운동으로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재선거를 치른 우리 선거사(選擧史)는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까지 정당해야 권력의 정당성이 확보된다’고 웅변한다.

    진보세력을 대표해 서울시 교육개혁의 선봉장에 오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후보단일화 대가로 사퇴한 후보 측에 금품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곽 교육감은 “어려운 처지를 감안해 ‘선의’로 돈을 줬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해명에 공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검찰 수사 과정에 드러난 ‘돈 전달 방식’ 역시 전형적인 자금 세탁을 연상시킨다. 그가 주장한 대로 건넨 돈이 ‘선의’였는지, 후보 사퇴 ‘대가’였는지는 결국 지루한 법리 공방을 통해 밝혀질 것이다.

    추록자 불견산(追鹿子 不見山)
    그러나 곽 교육감이 금품 제공 사실을 시인한 것만으로도 본인은 물론, 그를 지지했던 진보진영에 뼈아픈 상처가 되고 있다. ‘진보세력이 도덕적으로 낫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갖고 지지를 보냈던 중도 성향 유권자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금품 제공’ 같은 뒷거래에 경기(驚氣)를 보이는 것은 부당한 방법이 동원된 권력 쟁취가 곧 정당하지 못한 권력 행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곽 교육감이 금품 제공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 그가 추진할 개혁 과제는 상당 부분 추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 지지와 성원 없이 나 홀로 추진하는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손자병법’에서는 “사슴을 쫓는 자, 산을 보지 못한다”고 했다. ‘선의’로 돈을 줬다는 해명에 앞서 곽 교육감은 교육감직 유지에 집착해 민심이라는 도도한 산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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