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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인의 구구절절

마블이 영화관을 점령했을 때

앤서니 루소 · 조 루소 감독의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마블이 영화관을 점령했을 때

마블이 영화관을 점령했을 때
평일 저녁 동네 영화관에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어벤져스3)를 봤다(이하 스포일러 포함). 옆자리에 한 줄로 쭉 앉은 8명의 10대 소년은 악당(빌런) 타노스가 토르와 로키 형제를 처참히 깨는 초반부터 집중 모드였다. 149분 상영 시간 내내 “히야~” “헐” 같은 감탄사를 뱉어냈고, 엔딩크레디트가 다 올라간 후 쿠키 영상까지 챙겨 보더니 “졸잼”이라며 우르르 극장을 떠났다. 그중 일부는 “토르 근육이 예전만 못 하다”는 평도 내놓긴 했지만 대체로 만족하는 듯했다. 

반면 최근 이 영화를 봤다는 중 · 장년층의 반응은 주로 시큰둥했다. 영화 제목을 ‘인피니티 원’이라 했던 한 50대 아저씨는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며 “대체 왜 인기가 있는 거냐!”고 말했다. 역시 “그냥 그랬다”고 평한 또 다른 남성은 “선택할 수 있는 영화가 없었다”고 푸념했다. 

‘어벤져스3’는 마블 팬에겐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헐크 등 기존 멤버에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팬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오갤) 멤버들까지 합류하면서 무려 23명의 초능력 영웅이 등장한다. 배경도 지구에서 우주로 커졌다. 타이틀 롤을 맡던 영웅들이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이 영화를 즐기려면 기존 ‘마블 영화’에 대한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예컨대 각 영웅의 이름이나 성격은 물론이고, 양부녀 사이인 악당 타노스와 ‘가오갤’ 가모라의 애증관계,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불화,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의 특수 고용관계(?) 같은 이해가 바탕이 될수록 재미를 느낀다. 그러나 이를 모르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말하는 너구리랑 나무는 뭐야?” “토니 스타크랑 스티브 로저스는 누군데?” 등등). 

게다가 이번 3편의 실질적 주인공은 타노스다. 그는 각각 힘, 시간, 공간, 현실, 마음, 영혼을 상징하는 ‘인피니티 스톤’이라는 반지 알맹이(?)를 차곡차곡 모으며 힘을 키운다. 영웅들은 맥을 못 추다 “가망이 없어”인지 “최종 단계야”인지 논란 많은 대사를 뱉고, 이내 영화는 끝난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본 후에는 4편을 위해 2시간 30분짜리 예고편을 봤구나 싶을 정도다. 다만 이 영화를 비롯한 마블 영화를 거대 자본을 쏟아부은 현란한 볼거리라고만 폄하하긴 어렵다. 마블 스튜디오는 지난 10년간 이른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거대한 우주와 그들만의 철학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어벤져스3’ 역시 가볍지 않은 주제를 마블 특유의 유머와 함께 세련되게 엮어냈다. ‘자원 고갈에 따른 멸종을 막고자 생명체의 절반을 희생시킨다’는 타노스의 논리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다른 생명을 구하겠다는 일부 어벤져스 멤버의 의지는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고, 영화는 이 아이러니에 질문을 던진다. 

팬덤 역시 강력해 비평도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세상이다. 최근 ‘버닝’ 개봉을 앞둔 이창동 감독이 “어벤져스3 광풍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 (비슷한 시기 개봉하는 또 다른 마블 영화인) ‘데드풀2’에 대해 잘 모른다”고 발언했다 온라인상에서 “마블을 무시하는 거냐”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어벤져스3’를 비롯한 마블 영화가 박스오피스를 ‘통째로 삼킨’ 작금의 현실은 유감이다. 지난달 말 개봉한 ‘어벤져스3’의 상영 점유율은 77%까지 기록했고 현재도 50~60%대를 유지 중이다. 극장가를 점령한 ‘어벤져스3’는 절대 힘을 구축한 악당 타노스를 닮았다. 마블 영화가 점령한 극장에서 관객의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마블적 교양’을 쌓거나 극장 출입을 말거나.




주간동아 2018.05.16 1138호 (p80~80)

  • | 채널A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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