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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有感

목숨 살리는 예산

목숨 살리는 예산

아주대병원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국종 교수는 “이건 도저히 지속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 국내 응급의료 시스템 얘기다. 전국 권역외상센터 9곳 가운데 의사 최소 정원 20명을 채운 곳은 하나도 없다. 그곳 의사들은 한 달에 8~10번 당직을 서야 한다. 간호사 이직률은 30~40%로 매우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이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월급이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다.

정부는 2018년도 예산안에서 응급의료 관련 예산을 올해 1249억 원에서 1117억 원으로 깎았다. 응급의료기금도 148억 원 줄였다. 응급의료기금은 중증외상전문진료체계 구축, 해양원격응급의료체계 지원, 응급의료전용헬기 운영 등에 쓰는 돈이다. 이 역시 이유가 간단하다. 예산을 다 쓰지 못해서다. 응급의료기금 지출에서 응급의료 체계 운영 지원비는 2016년도보다 깎였다. 주는 예산도 다 못 쓰니 깎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 두 개의 사실을 합치면 의외의 결론이 나온다. 권역외상센터 등 응급의료시설이 의사나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그 인건비로 써야 하는 예산이 남아도는 것이다. 심각한 아이러니다. 응급의료센터의 처우와 근로조건이 좋지 않아 의료 인력이 부족한데, 그 인력에게 줘야 할 인건비가 남아돌아 예산을 깎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해결책 역시 간단하다. 응급의료센터 인력과 시설을 늘릴 수 있게 인건비와 의료수가를 크게 올리고, 병원에 조속히 헬기 이착륙장을 확보하고,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병원-119센터-민간 구급대가 정보를 원활히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런데 이렇게 하면 예산이 오히려 모자랄 것이다. 그러면 예산을 늘려야 한다.

권역외상센터에 오는 중증외상 환자들은 불의의 사고를 당해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경우가 많다. 더구나 이들 환자는 대부분 경제적 여유가 없다. 이곳만큼은 돈이 아니라 목숨을 우선시해야 한다.

기초연금이다, 아동수당이다 해서 5만 원씩 찔끔 올려줄 돈의 1000분의 1만 가져와도 매우 훌륭한 응급의료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생색 예산 대신 사람 목숨 살리는 예산을 늘려야 한다. 대통령의 제1임무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입력 2017-09-11 14:48:51

  • 서정보 편집장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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