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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양날의 검, 지역인재채용

획일적 지역인재채용 공공기관은 답답하다

기관마다 특성 달라 효과 없거나 지역화 되레 악화

획일적 지역인재채용 공공기관은 답답하다

획일적 지역인재채용  공공기관은 답답하다

5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7 부산광역권 공공기관 합동 채용설명회’에 구직자들이 줄 지어 입장하고 있다.[동아 DB]

그동안 공공기관이 지역인재채용에 소홀했다는 정부의 지적에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일부 기관은 지역인재 가산점 제도나 지역 대학과 산학협력 등 지역인재채용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기 때문. 한편 기관 특성상 지역인재채용이 어려운 곳도 있다. 본사만 지방 한 곳에 있을 뿐 전국에 지사가 퍼져 있어 일률적인 지역할당이 의미가 없거나 해당 지역에 대학이 부족해 인력 수급이 어려운 기관도 있는 것. 이에 공공기관 지역인재 우대 채용에 정부가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2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각 공공기관에 지역인재를 30% 이상 채용하는 ‘지역인재채용할당제’(지역할당제)를 지시하면서 “(지역할당제에) 관심이 덜한 공공기관은 (채용률이) 아직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각 기관이 그동안 지역인재채용에 무관심했던 것은 아니다. 2014년부터 기획재정부는 지역인재채용 실적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했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은 직원을 채용할 때 지역 대학 출신의 지원자를 우대해왔다. 해당 지역의 대학을 대상으로 취업박람회를 열기도 했다. 현행법상 해당 지역에 있는 대학이나 고교(고졸 사원에 한해)를 졸업해야 지역인재채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한전)와 한전KDN, 전력거래소는 본사가 위치한 지역 대학 졸업생에게 서류·면접전형에서 만점의 3%를, 한국전력기술은 만점의 5%를 가산점으로 주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시험을 치를 때 지역 대학 출신 응시자에게 만점의 5%, 한전KPS는 3%의 추가점을 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은 지역 출신 지원자에게 서류·면접전형에서 가산점 5점을 준다.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중부발전도 가산점을 주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올해 채용하는 인원의 10%를 지역인재로 채울 계획이다. 1월 한국도로공사도 올해 채용 예정 인원 168명 중 15%를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통해 뽑겠다고 발표했다.

채용박람회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지역인재채용에 나선 기관도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난해 9월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지역 내 대학생을 위한 채용설명회를 개최했다. 한수원은 이날 채용설명회에 참가한 대학생들에게 과거 필기시험과 면접 문항을 공개하고 직원들이 직접 ‘취업 1:1 멘토링’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대구·경북 소재 공공기관들이 지역 대학생을 대상으로 영남대에서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전력거래소와 한전KPS, 한전KDN 등 전남에 위치한 전력 관련공공기관 3곳은 3월부터 지역인재 육성책을 준비해왔다. 이들은 6월 27일 나주혁신도시 전력거래소에서 지방자치단체, 정부 및 인근 대학과 함께 ‘빛가람 학점과정’ 협약을 체결했다. 전력 관련 공공기관이 NCS 기반의 직무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해 지역 대학에서 선발한 학생들을 원하는 인재로 교육시키는 방식이다.



일부 기관은 지역 출신 가산점에 직접 인재 육성도

각 공공기관이 지역인재채용 정책을 시행했지만 지난해 신규 채용을 한 공공기관 76곳 가운데 지역인재를 30% 이상 선발한 공공기관은 16곳에 그쳤다. 전 기관이 채용한 인원 중 지역인재는 1147명으로 전체 약 9000명이 채용된 것을 감안하면 그 비중이 12.8%에 불과했다.

이처럼 지역인재채용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직원이 많은 공공기관 대다수가 정작 본사 근무 인원은 적기 때문이다. 직원 대부분이 지사에서 근무하니 지사가 위치한 지방의 인재를 채용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 지난해 공공기관 공시에 따르면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가운데 직원 수가 2000명 넘는 기관은 22곳이며, 그중 18곳(81.8%)의 본사 근무 인력이 전체 직원 수의 30% 미만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5.7%), 근로복지공단(6%), 한전( 7%), 한전KPS(8%), 한수원(9.1%), 국민건강보험공단(9.4%) 등 6곳은 본사 인력이 전체 직원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표 참조). 본사가 위치한 지방의 인재를 채용해도 이들 중 상당수가 자신이 사는 곳과 한참 떨어진 다른 지사에 배치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일례로 한국동서발전의 경우 울산 본사 근무 인원은 270명이지만, 충남 당진 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625명으로 본사의 2배가 훌쩍 넘는다. 이 때문에 당진에서는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화력발전소는 당진에 있는데 정작 채용 우대 혜택은 본사가 자리한 울산 지역 대학 출신만 보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지역할당제를 도입한 것은 각 공공기관이 지역사회에 쉽게 녹아들게 하려는 의도도 있는데, 본사 지역에서만 직원을 뽑으면 지사가 자리한 지방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가 각 기관의 지사 상황을 파악해 지사가 위치한 지역의 인재를 채용해도 지역할당제를 지킨 것으로 간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규 채용 인원 중 기간제 전문직이 많아 지역할당제 준수가 어려운 곳도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올해 상반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합쳐 209명을 신규 채용했다. 이 중 본사가 위치한 전주 소재 대학을 졸업한 인원은 38명(18.2%). 정부의 지역할당제 목표치인 30%에 한참 모자란다. 그런데 상반기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용 전문인력을 30명 충원했다. 이들은 3~7년가량의 투자 실무 경력을 가진 일종의 경력직 사원이다. 이들을 전체 채용 인원에서 뺀 뒤 다시 지역인재 비중을 계산하면 공단의 실적은 21%를 넘는다. 한 공기업 인사 관계자는 “전문지식이 필요한 연구직이나 기술직 또는 경력직 채용은 지역할당제 비율을 계산할 때 빼야 한다. 정부가 세부 지침을 발표할 때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 울산에 위치한 공공기관은 지역할당제가 의무화되면 인력난을 겪을 공산이 크다. 신규 채용의 30%를 울산에 위치한 대학 졸업생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혁신도시법) 제30조의2에 따르면 지역인재채용에 해당하는 범위는 공공기관이 위치한 광역시, 도, 또는 특별자치도에 한한다. 울산에는 한국동서발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산업인력공단, 근로복지공단, 한국석유공사 등 6개 공공기관이 있지만 울산 소재 4년제 대학은 울산대와 울산과학기술연구원(UNIST) 등 2곳뿐이다. 2, 3년제 대학인 울산과학대와 춘해보건대를 합쳐도 울산 내 고등교육 기관은 4곳에 불과하다.



획일적 지역인재채용  공공기관은 답답하다

“공공기관은 지역의 것이기 이전에 국민의 것”

획일적 지역인재채용  공공기관은 답답하다

3월 경북 경산 영남대 천마아트센터에서 열린 ‘대구  ·  경북지역 이전공공기관 합동채용설명회’에 참석하는 학생들.[뉴스1]

이와 같은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정부는 권역별 지역할당제를 도입해 법으로 정한 지역인재의 범위를 수정하려 했지만 해당 지역의 반발로 무산됐다.

국토교통부는(국토부) 지난해 지역인재채용과 관련해 대구·경북 권역과 호남 권역(광주, 전남, 전북)을 하나로 묶는 혁신도시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다. 부산·울산·경남 권역은 경남의 반대가 심해 법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빠졌다. 지난해 3월 국토부는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호남지역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호남 권역이 제외됐다. 결국 대구·경북만 권역별 지역인재채용 대상이 됐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역할당제 30% 의무화 규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아야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의 지역인재채용은 지역 균형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각 기관의 역량을 넘는 채용 정원을 정해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했다.

이 교수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지역민의 것이기 이전에 국민의 것이다. 정부 계획처럼 모든 공공기관이 신규 채용의 30% 이상을 지역에서 채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각 기관이 처한 상황과 맡은 업무가 다른 만큼 일률적 적용은 어려울 수 있다. 기관의 합리적 운영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지역인재채용 할당 비율을 일부 조정하는 등 합리적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입력 2017-07-10 13:39:21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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