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령 괌은 서태평양 마리아나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이다. 길이 48km, 폭 6~14km, 면적 549㎢인 이 섬에는 미군 6000명을 포함해 16만여 명이 살고 있다. 이 섬에는 앤더슨 공군기지와 아프라 해군기지가 있다. 앤더슨 공군기지에는 B-1B 랜서, B-2 스피릿, B-52 스트라토포트리스 등 미국의 ‘전략폭격기 삼총사’가 실전 배치돼 있다. 미국이 전략폭격기들을 괌에 배치한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대만 해협과 동남아까지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이기 때문이다. 원주민 차모로족이 4000년 전부터 살기 시작한 괌은 1521년 포르투갈 탐험가 페르디난드 마젤란을 통해 유럽에 알려졌고, 1565년 스페인 식민지가 됐다.
이후 괌은 스페인이 미국과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1898년 미국 영토가 됐다. 1941년 태평양전쟁 때는 일본군이 31개월간 점령했다. 미국은 44년 괌을 탈환하고 일본 본토를 공격하고자 B-29 폭격기를 배치했다. 앤더슨 공군기지는 6 · 25전쟁 때 B-29, 베트남전쟁 때는 B-52 폭격기의 발진기지가 됐다. 이후 괌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가장 중요한 전략요충지가 됐다. 북한이 괌을 화성-12형 미사일로 포위 타격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늘의 저승사자’ B-2의 위력
괌에 배치된 전략폭격기 가운데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시나리오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기종은 ‘죽음의 백조’라는 별명을 가진 B-1B다. 최고 속도가 마하 1.2(시속 약1468km)인 B-1B는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평양 상공까지 2시간 만에 도달할 수 있다. MK-84, MK-82, JDAM(합동직격탄), LJDAM(레이저합동직격탄), AGM-158 JASSM(합동공대지장거리미사일) 등 최대 56t의 재래식 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 미국 NBC 방송은 미국이 선제타격을 택할 경우 B-1B가 작전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태평양사령부는 괌에 배치된 B-1B가 명령이 떨어질 경우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 임무를 수행하고자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파이트 투나잇은 태평양사령부의 슬로건으로, 오늘 밤 당장 전투가 벌어져도 승리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뜻한다. B-1B는 5월 말부터 최근까지 모두 11차례 한반도에 출동,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가정한 전술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런데 B-1B는 핵폭탄을 장착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핵무기 감축을 위해 2010년 러시아와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따라 B-1B의 핵무장 능력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반면 B-52와 B-2는 핵무기를 장착하고 있다. ‘하늘의 요새’로 불리는 B-52는 길이 48m, 너비 56.4m, 무게 221.35t에 최대 항속거리가 1만6000km에 달한다. 최대 상승고도가 16.8km인 B-52는 고고도 침투가 가능하며 폭탄 최대 탑재량이 31t에 달해 ‘융단폭격’을 할 수 있다. 특히 사거리 2500km인 AGM-86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과 사거리 3000km인 AGM-129 ALCM은 가공할 위력을 자랑한다. 목표물 타격 정확도가 100m 이내다. 이들 미사일의 폭발력은 200kt(1kt은 다이너마이트 1000t)에 달한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15~22㏏)보다 훨씬 파괴력이 크다. 게다가 지하벙커를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GBU-57MOP)를 탑재하고 있다. GBU-57은 61m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 벽을 뚫을 수 있다. 단점은 속도(시속 957km)가 느리다는 것. 레이더에 포착되면 적 지휘부가 피신할 수 있다.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략폭격기는 ‘하늘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B-2다. 길이 20m, 폭 52m, 무게 71t으로 전투기보다 훨씬 크지만 스텔스 성능으로 레이더에 거의 포착되지 않는다. 속도는 마하 0.9(시속 약 1100km)이며, 최대 비행고도는 1만5000m로 고고도 침투가 가능하다. 최대 항속거리는 1만1100km로 중간 급유 없이 임무를 수행하고 복귀할 수 있다. ‘W’자 모양의 외관 때문에 ‘검은 가오리’라고도 부르는 B-2는 대당 가격이 20억 달러(약 2조2800억 원)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이 때문에 20대만 운용되고 있다. AGM-86, AGM-129 ALCM 등 핵무기와 GBU-57 등 폭탄 23t을 적재 가능하다. 특히 B-2는 B61-11 핵폭탄 16발을 장착하고 있다. B61-11은 지하관통형으로 북한의 지하시설을 무력화하기에 적합하다. B61-11의 최대 폭발력은 340kt으로 지하 100m에 있는 벙커를 파괴할 수 있다. B-2는 2020년부터 차세대 디지털 핵폭탄인 B61-12를 탑재할 계획이다.
B61-12는 스마트 전술 소형 핵폭탄으로 산악지대나 지하 60m에 은신한 적 지휘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다. 게다가 4개 수준(0.3kt, 1.5kt, 10kt, 50kt)으로 폭발력 조절이 가능해 불필요한 살상도 막을 수 있다. 원형 공산 오차(CEP)는 기존 핵폭탄의 20% 수준인 30m에 불과하다.
미니트맨-III 타격 오차 200m에 불과
B-2는 2013년 3월 독수리연습의 일환으로 미국 미주리 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한반도까지 날아와 훈련용 폭탄을 서해상 적도 사격장에 투하하고 돌아간 적이 있다. 당시 김정은은 B-2 출격 소식에 놀라 한밤중에 최고사령부 작전 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미사일 부대들에 사격 대기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B-2는 북한이 강력한 항공 방어망을 갖춘 핵시설이나 미사일기지, 평양 주석궁 등을 타격 목표로 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수 있다고 한 경고는 바로 B-2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B-2는 유령처럼 북한 상공에 나타날 수 있다.
김정은이 두려워할 또 다른 전략무기는 LGM-30G 미니트맨-III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무게 35t, 최고 속도 마하 23(시속 2만8152km), 3단 고체연료 추진형의 다탄두 미사일로 최대 사거리는 1만3000km이다. 미니트맨-III 431기는 캘리포니아 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와 노스다코타 주 미노프 공군기지 등의 지하격납고에 분산 배치됐다. 발사에는 5분이 걸리고 30분이면 평양을 타격할 수 있다. 핵탄두 3개를 탑재해 3개 도시를 완전 파괴할 수 있다. 폭발력은 475kt으로 히로시마 원폭의 22배나 된다.
오차는 200m에 불과할 만큼 정밀도를 자랑한다.
미 공군은 8월 2일 미니트맨-III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당시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미니트맨-III는 6759km를 날아가 태평양 동부 마셜군도의 콰절린 환초를 명중시켰다. 미니트맨-III는 말 그대로 진정한 ‘게임 체인저’다. 미 공군은 올해 들어 4차례나 미니트맨-III의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괌에 미사일을 발사하면 요격하겠다”면서 “만약 북한이 미국을 공격한다면 그것은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ICBM을 실제로 발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런 압도적인 핵전력을 볼 때 미국과 치킨게임을 하려는 김정은의 도발은 무모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