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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 눈길 머무는 곳마다 시위대

광화문~청와대는 시위로 몸살 중

발길 닿는 곳, 눈길 머무는 곳마다 시위대

발길 닿는 곳, 눈길 머무는 곳마다 시위대

[지호영 기자]

특정 인물이나 사물, 장소 등을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입력했을 때 그와 관련돼 나열되는 키워드를 ‘연관검색어’라 한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광화문광장’을 입력하면 어떤 연관검색어가 뜰까. 7월 6일 오전 11시 한국 대표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창에 ‘광화문광장’을 입력했더니, ‘광화문 통제’가 연관검색어 맨 앞에 자리했고 ‘광화문 파업’ ‘민주노총 집회’ ‘광화문 행진’ ‘광화문’ ‘비정규직 시위’ ‘서울 시위’ ‘서울광장’ ‘오늘 광화문 집회’ 순으로 등장했다. 6월 3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총파업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에 고스란히 그 기억과 잔상이 남아 있었다.

발길 닿는 곳, 눈길 머무는 곳마다 시위대

[지호영 기자]


촛불이 만든 대통령

지난해 가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촛불이 광화문광장으로 모여들었다. 그 후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 집회 장소의 대명사가 됐다. 촛불이 만들어낸 대통령으로 일컬어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광화문광장 주변에는 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각계각층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누가 무엇을 요구할까. 7월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광화문광장에서 도로 건너편에 자리한 동화면세점 앞에는 ‘구국◯◯◯◯◯◯’이란 시민단체 소속 회원 30여 명이 간이천막을 설치한 채 집회를 하고 있었다.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눈에 잘 띄도록 집회 장소를 차도 쪽으로 잡은 탓에 정작 이곳을 지나 광화문 네거리로 향하려는 시민은 잠시 도로로 내려서거나 천막을 돌아가야 했다.

횡단보도를 지나 광화문광장에 들어서면 세월호 유가족이 설치해놓은 ‘진실마중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광장 양옆으로 줄지어 서 있는 흰 천막은 워낙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 이제 광화문광장의 한 부분처럼 여겨질 정도다. 그 뒤로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 있고, 그 왼쪽으로 대형 촛불 형상의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촛불집회 때 등장한 이 조형물은 마치 광화문광장이 ‘촛불혁명’의 발상지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 같았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주권자인 국민의 힘으로 권력을 교체했다는 점에서 ‘촛불혁명’을 ‘한국판 명예혁명’이라고 치켜세우는 이가 많다. 그러나 이 대형 촛불 조형물은 ‘촛불혁명’ 완성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웅변하는 듯했다. 하단에 온갖 바라는 사항을 담은 메모가 빼곡히 나붙은 모습이 더욱 그랬다.

광화문광장 초입에서는 세월호 희생자 가운데 아직 돌아오지 않은 미수습자 9명의 사진이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세월호 인양 뒤 내부 수색을 통해 발견한 4명의 사진에는 노란 리본이 달렸다. 그러나 아직 다섯 사람의 사진은 노란 리본을 달 날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구속된 3월 31일, 남대서양에서는 우리나라 선사 폴라리스쉬핑의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했다.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됐고 나머지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인 14명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상자기사 참조).

미국대사관 앞 사드 찬반 1인 시위

발길 닿는 곳, 눈길 머무는 곳마다 시위대

[지호영 기자]

주한 미국대사관 앞 광화문광장에는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1인 시위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한 사람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찬성’, 다른 한 사람은 ‘반대’를 주장하고 있었다. 사드 배치 반대 피켓을 든 여성 시위자에게 말을 걸었다.

왜 이런 시위를 하고 있나요.
“사드 관련 책을 두 권이나 읽었어요. 결론은 사드는 우리나라를 지켜주는 무기가 아니라는 거예요. 그런 무기를 우리나라에 들여온 미국에게 항의 표시 차원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어요.”

여성 시위자가 사드 배치에 따른 엑스밴드 레이더 등의 폐해를 설명하자, 조금 떨어져서 ‘사드 배치 찬성’ 시위를 하던 남성이 큰 목소리가 반박하고 나섰다.

“뭘 좀 알고 얘기하세요. 사드 배치는 우리나라에 꼭 필요합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설전을 벌였다. 한 치의 양보 없이 주장을 펼치던 두 사람의 언쟁은 점점 감정싸움으로 번져갔다.

사드를 한국에 들여온 이유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때문이고, 취재 전날인 7월 4일에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을 선언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는데도 여전히 사드 배치 찬반을 둘러싸고 언쟁하는 모습이 대한민국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두 사람을 싸움 붙인 것 같아 멀뚱하게 서 있던 기자가 슬쩍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지만 이들은 한동안 언쟁을 멈추지 않았다.

정부서울청사를 마주 보고 왼편에는 대형 천막과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정치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농성 현장이었고, ‘차별 없는 남북경협 보상’을 요구하는 천막도 보였다. 그 위로 ‘1000억 원의 재산을 강탈하고 자식을 죽게 만든 책임자를 구속 수사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권리를 찾고자 농성하는 이들과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이들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누구의 얘기부터 들어줄까. 중국인 관광객들은 집회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서울청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시내 한복판에서 집회를 하는 모습이 오히려 신기한 듯했다. 

발길을 정부서울청사 반대편으로 돌렸다. 정부서울청사 앞길만큼이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옆 도로에도 한 무리의 천막농성장이 진을 치고 있었다. 민주노총의 집단농성장이었다. 갑을오토텍, 콜트콜텍 등 분쟁이 장기화한 사업장 노동자들, ‘최저임금 1만원 쟁취와 간접고용, 특수고용 철폐’를 주장하는 민주노총, 그리고 법외노조를 합법화하라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천막 등이 줄 지어 서 있었다.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과  경복궁을 왼쪽으로 끼고 청와대로 향하는 길에도 시위대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청와대 직원들의 퇴근 차량이 지나는 길목 한쪽에는 전국우정노동조합과 전국별정우체국직원협의회가 ‘별정우체국직원을 경력직공무원으로 전환해달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 중이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세 사람이 ‘국민 모두의 대통령! 공무원노조와의 약속 이행에서부터’라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었다.

‘대통령님! 소주 한잔합시다’

발길 닿는 곳, 눈길 머무는 곳마다 시위대

[지호영 기자]

창성동 별관 부근에서는 삼성에서 부당 해고됐다고 주장하는 인사가 17일째 단식 농성 중이라는 표시를 볼 수 있었다.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억울하게 해고되고 탄압받았다는 노동자들의 농성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에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등 10여 개 회사의 노조원들이 모여 있었다. 비좁은 인도를 점거한 이들은 ‘시민 여러분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며 양해를 구하는 피켓을 설치해놓기도 했다.

청와대 영빈관 앞 분수대 주변에도 1인 시위대 몇 명이 눈에 띄었다. 전국우정노동조합, 금속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부, 그리고 불교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참여승가연대에서 나온 시위대였다.

영빈관 앞 분수대와 연무관을 지나자 한 무리의 시위대가 눈에 띄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소속원들이 집회 중이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소주 한잔합시다’고 요구했다.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청와대 100m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퇴근길에 만나자는 제안이었다. 청와대 경내 관저로 퇴근하는 문 대통령이 이들을 만나 ‘소주 한잔’ 기울일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허재용 씨의 아버지 허춘구 씨
발길 닿는 곳, 눈길 머무는 곳마다 시위대

[지호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접수한 민원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의 구조 요청이었다. 실종 선원 가족들은 서울 광화문광장 초입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7월 5일 시위에 나선 이는 실종된 한국인 2등 항해사 허재용 씨의 아버지 허춘구 씨였다. 올해 69세인 허씨는 아들 재용 씨의 생환을 위해 피켓을 들고 광화문광장에 섰다고 했다. 대통령이 접수한 1호 민원을 제기한 이들이 다시 광화문광장에 서 있는 이유는 뭘까.

대통령이 1호 민원으로 접수하지 않았나요.
“대통령이 민원을 가장 먼저 접수하기는 했는데, 정부에서 수색하겠다며 고작 배 한 척 띄웠어요. 가는 데 일주일, 오는 데 일주일 빼면 정작 수색하는 기간은 보름 정도예요. 그래 가지고 망망대해에서 실종된 사람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1인 시위를 하는 이유가….
“한국에서 구조대가 오기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아들을 위해 나왔어요. 세월호 사고처럼 희생된 인원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정부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려고 나왔어요.”

실종된 지 이제 곧 100일이 됩니다.
“구명정 2개와 구명벌 1개는 찾았는데, 아직 구명벌 하나를 찾지 못했어요. 거기에 식량과 낚시도구가 있답니다. 훈련받은 선원들이 구명벌에 타고 있다면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초계기나 헬기를 띄워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선박도 최소 5척은 보내야 촘촘히 수색해볼 수 있을 텐데….”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나요.
“대선후보 시절 네 번 만났어요. 당선 이후에는 아직 못 만났고요. 그 대신 하승창 대통령비서실 사회혁신수석을 면담했고, 며칠 전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을 만났어요. 김 장관이 애는 쓰는데, ‘예산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정부는 6월 17일부터 7월 11일까지 사고 해역으로 선박을 보내 수색하고 있다. 또한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도 6월 15일부터 선박을 투입해 수색 중이다. 당초 선사가 투입한 선박은 7월 5일까지만 수색할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보낸 선박의 수색 종료 예정일인 11일까지 연장 수색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종 선원 가족들은 정부가 ‘반드시 찾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보다 ‘찾을 만큼 찾아봤다’는 면피용 수색을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허씨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다들 잊히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해양수산부도, 외교부도, 해경도…. 외국 어딘가에서는 4백 며칠 만에 실종 선원을 찾기도 했다는데….”

입력 2017-07-10 10:57:30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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