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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툭툭 끊어지는 면발 위의 손맛

방방곡곡 있지만 같은 맛은 없는 막국수

툭툭 끊어지는 면발 위의 손맛

비빔국수에 육수 대신 부드러운 면수를 곁들이는 ‘송월메밀국수’(왼쪽). 막국수는 메밀국수를 바로 뽑아 만들어야 향긋하다.

비빔국수에 육수 대신 부드러운 면수를 곁들이는 ‘송월메밀국수’(왼쪽). 막국수는 메밀국수를 바로 뽑아 만들어야 향긋하다.

경기도 동쪽에서부터 강원도 해안가까지 곳곳을 여행하다 보면 막국수는 매 끼니 먹어도 될 만큼 흔하다. 맛집으로 유명한 곳도 많지만 동네 분식집처럼 허름한 막국수 식당도 꽤 있다. 메밀은 척박한 땅과 추운 기후에서도 잘 자라고, 파종 후 100일 이내에 수확이 가능하기에 추운 지방의 먹을거리로 적당한 곡물이었다. 게다가 쌀은 국수로 만들어 먹기엔 너무 귀한 곡식이었고 밀은 농사를 많이 지을 수 없었으니 메밀이 국수 반죽의 주인공 가운데 하나로 승격했던 것이다. 

메밀은 도정을 많이 할수록 가루가 희다. 도정을 덜 하면 거무튀튀하지만 풍미는 진하다. 메밀가루는 보관만 잘하면 4~6개월 동안 풍미가 고스란히 유지된다.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날씨에 따라 메밀국수 반죽에 섞는 밀가루의 비율을 달리해야 한다. 삶은 메밀국수는 차가운 물에 비벼가며 헹구는데, 이때 전분을 잘 빼야 텁텁함이 가시고 구수한 맛이 살아난다. 

막국수 맛은 주재료인 메밀국수 가락의 굵기와 끈기, 풍미, 식감은 물론이고 육수, 고명, 양념에 따라 셀 수 없이 다채로워진다. 시원하고 찡한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으면 구수한 면발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김, 참깨, 참기름을 곁들이면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 소나 돼지 뼈를 10시간 이상 푹 고아 기름을 여러 번 걷어낸 맑은 육수를 부은 뒤 백김치를 곁들여주는 집도 있다. 꿩으로 국물을 만들고 살코기를 잘게 찢어 양념 위에 올려 먹는 꿩막국수를 수십 년째 해오는 집도 있다. 과일과 약재를 달여 달착지근하게 국물을 만든 뒤 육수와 섞기도 한다. 규모가 작은 동네 식당 중에서는 육수 대신 면수를 주는 곳이 많다.


꿩 육수에 굵은 시골 고춧가루를 불려 양념을 만드는 ‘풍천꿩막국수’.

꿩 육수에 굵은 시골 고춧가루를 불려 양념을 만드는 ‘풍천꿩막국수’.

막국수는 주로 비빔국수와 국물국수를 반반 섞은 형태로 먹는다. 집집마다 다른 재료와 조리법, 숙성을 거쳐 만든 양념장에 채소, 고기 고명을 얹고 육수나 면수를 자작하게 부어 먹는다. 올이 굵은 국수에 물기가 더해져 양념과 훌훌 잘 섞이니 뻑뻑한 비빔국수보다 훨씬 먹기 좋고 시원하다. 막국수는 온면으로 먹기도 한다. 따뜻한 육수를 붓고 달걀지단이나 김, 깨처럼 담백한 재료를 올려 휘휘 저어 먹는다. 쫑쫑 썬 김치와 참기름을 넣으면 당연히 잘 어울린다. 

막국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쟁반국수다. 비빔국수에 부재료를 훨씬 풍성하게 넣고 널찍한 쟁반에 2~3인분을 올려 내놓는다. 양배추, 당근, 깻잎, 쑥갓, 절인 무, 오이, 대추, 밤, 잣, 통깨를 비롯해 육수를 내고 남은 고기 등을 곁들여 비벼 먹는다. 

막국수는 껍질이 제대로 벗겨지지 않은 것만 가루로 빻아 만든 국수라 해서 붙은 이름, 바로 뽑아 먹는다 해서 붙은 이름, 정해진 요리법 없이 제 손맛을 살려 만든다는 데서 붙은 이름 등 여러 설이 있다.




주간동아 2018.01.31 1124호 (p77~77)

  •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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