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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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지방분권 신호탄 100만 특례시

“행정·재정의 동맥경화 심각, 임기 내 특례시 반드시 이루겠다”

인터뷰 | ‘지방분권 전도사’ 염태영 수원시장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7-07-10 10: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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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 1년 동안 수원 시정을 한 단계 넘어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의 특례시 법제화가 조기 실현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지방자치 강화와 지방분권 개헌 실현을 위해 중앙과 지방의 가교 역할을 하겠습니다.”

    7월 3일 민선 6기 취임 3주년을 맞은 염태영(57·사진) 수원시장은 수원시청에서 열린 ‘7월의 만남(월례 조회)’에서 이같이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와 연계된 수원시 정책과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2014년 재임에 성공해 올해로 8년째 수원시를 이끌고 있는 염 시장은 평소 ‘지방분권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수원시 자립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경기도 100만 대도시들의 ‘특례시’ 지정 여부가 염 시장 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염 시장은 특례시 지정을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여기며 중앙정부를 상대로 고독한 싸움을 이어왔다.

    7월 4일 수원시청에서 만난 염 시장은 서글서글한 인상과 달리 단호하고 명료한 어투로 지방분권 의지를 피력했다. 그의 말에서 100만 인구의 수장으로서 그동안 겪었던 비애와 울분이 십분 느껴졌다.

    “현재 수원시는 숨도 쉬기 힘든 꽉 낀 옷을 입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피가 제대로 돌지 못하는 거죠. 결국 그 손해는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민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면 특례시 지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염 시장은 특례시 지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행정자치부(행자부)의 ‘의지박약’을 비판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지방분권에 대한 기조가 180도 바뀌긴 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행자부는 지방자치의 일선 부처임에도 지방정부를 도와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염 시장은 “특례시 지정은 행자부의 결심에 따라 내일 당장이라도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행자부는 지금까지 자신들이 나눠주는 보통교부세 30조 원을 빌미로 지방자치단체(지자체)를 관리하려 했다”고 꼬집었다.



    “더는 도(道)에 기댈 필요 없다”

    또한 염 시장은 “시(市)에 실업축구단이 2개나 있고, 대학도 10개가 넘게 있는 상황에서 도(道)의 규제는 더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도의 선심성 사업 제안이 시정을 흐트러뜨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염 시장은 “지난해 수원형 어린이집 13곳을 추가 지정해 시에서 400만 원씩 지원해주기로 했는데, 갑자기 도에서 어린이집 복지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나서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도에서 30%를 지원하면 나머지 70%는 시에서 부담해야 한다. 이미 돈 쓸 곳이 정해진 상황에서 추가로 재원을 마련해야 하니 시 처지에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푸념했다.

    최근 염 시장은 활동 반경을 당과 정부로 넓히고 있다. 6월 21일 지자체장으로서는 유일하게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된 데 이어, 7월 2일 더불어민주당 기초단체장협의회 4기 회장으로 선출된 것. 이날 그는 “새 정부의 예산을 결정하는 당정협의체에 지방정부 대표들이 국정의 한 주체로 참여해 분권국가를 지향하는 정부와 국회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염 시장은 시정 돌보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프라이부르크 시가 2년마다 개최하는 ‘국제자매도시 마켓’에 다녀왔다. 프라이부르크는 중소 도시지만 세계적인 녹색도시로 손꼽힌다. 수원시는 2015년 국제자매결연을 맺고 친환경 교통,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환경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 농화학과 출신인 염 시장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환경개발센터 연구위원을 비롯해 수원환경운동센터 공동대표, 녹색연합 조직위원장, 환경정의시민연대 부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수도권 도시재생 사업 첫 모범 사례로 ‘생태교통수원 2013’을 치른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을 선정했다.



    행궁동, 정부 도시재생 사업 모범 사례로 선정  

    수원시는 낙후되고 침체한 원도심 재정비 차원에서 2013년 9월 행궁동 일대를 한 달 동안 ‘자동차 없는 마을’로 지정, 운영했다.사업비 155억 원을 들여 생태 특화 거리와 옛길, 쌈지 마당을 조성하고 경관시설과 주거 환경시설을 개선했다. 주차 대책을 세우고 이동수단도 지원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화성(華城) 등 역사문화와 지역 자산을 연계한 ‘주민 참여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최대 목표예요. 행궁동 경험을 되살려 화성 안 마을 전체를 차 없는 마을로 만들고자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지정하고 트램을 설치하는 등 후속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역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화서문과 남수동 인근을 각각 한옥마을과 한옥게스트하우스로 조성하는 방안도 마련 중입니다.”

    또한 염 시장은 수원역 주변 성매매 집결지 2만1500㎡를 정비해 공연, 전시, 체험 등 문화 중심 공간으로 만들고, 경기도청 이전 지역 주변 40만㎡에도 창업지원·문화 시설을 조성하면서 주거환경도 정비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는 “이 세 가지 모두가 현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 공모에 채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염 시장은 그동안 도시계획시민기획단 수립, 수원고등법원 유치, 수원컨벤션센터 기공 같은 성과를 이뤘고 수원역환승센터, 레인시티 사업, 지속가능도시재단, 인문학평생학습도시, 생태교통 페스티벌 등을 통해 지자체와 세계 각국으로부터 정책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그는 가장 시급한 국가적 현안이라 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현재 수원시는 일자리와 복지를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고용복지+센터’를 비롯해, 창업부터 기업 성장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맞춤형 수원형 창업성공지원 시스템’, 청년 실업난 해소를 위한 ‘K-MOVE 스쿨 해외취업지원사업’, 지자체 중 유일하게 관내 2개소가 있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중·장년층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지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저성장 고용 위기를 극복하고자 ‘일자리 어젠다8’을 선정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집무실에도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해 제가 직접 꼼꼼하게 챙길 계획이에요.”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염 시장의 ‘경기도지사 출마설’이 피어오르고 있지만 정작 그는 “섣불리 얘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수원시장 3선 도전에 대해서는 “수원 시민의 평가가 나쁘지 않고 운명적으로 또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애써 거부하진 않겠지만, 이 역시 그때 가봐야 알 일”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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