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7

2013.03.04

청와대 인사 꼼꼼히 들여다보니…

정무는 親朴 직계, 민정은 TK, 경제는 옛 경제기획원…비서진 인선 늦어지면서 다양한 해석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3-03-04 14: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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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인사 꼼꼼히 들여다보니…

    박근혜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2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져 공식 임명장을 받지 못한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내정자 자리(박 대통령 오른쪽)가 비어 있다.



    2월 28일 현재까지 대통령비서실 핵심 관계자들의 전언과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 비서진 인선을 분석해보면, 박근혜 정부 1기 청와대 인사는 ‘정무는 측근, 민정은 대구·경북(TK), 경제는 옛 경제기획원(EPB)’으로 요약된다.

    박근혜 대통령비서실은 당초 ‘2실장 9수석 34비서관 체제’를 예고했지만 ‘3실장 9수석 41비서관 체제’로 확대 개편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발표 때와 달리 비서관이 추가된 곳은 비서실장이 겸직하는 인사위원회 산하 비서관과 비서실장 직속 제1·2부속 비서관, 국가안보실 산하 국제협력·위기관리·정보융합 비서관 등이다. 여기에 ‘복수 대변인제’ 도입으로 1명이 추가됐다.

    하지만 2월 28일 현재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비서관 인선도 늦어지면서 ‘1분 1초도 멈출 수 없는’ 권력 심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친박 직계가 외부와 소통



    당정과 교감하고 조율하는 대통령비서실 정무라인의 정점은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이다. 친박(친박근혜) 측근인 데다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들도 눈치를 봐야 하는 인사위원장까지 겸직해 ‘실세’로 통한다. 관료 출신(행시 8회) 국회의원(16, 17, 18대 부산 북·강서을)으로, 지난해 4·11총선에서 중진 물갈이론이 나오자 불출마를 선언한 ‘원조 친박’ ‘본박’(本朴·본래부터 친박근혜)이다. 정치권과 행정을 두루 잘 아는 ‘정무형’인 만큼 행정과 대통령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허 비서실장 측근 A씨의 말이다.

    “4·11총선 당시 부산·경남 지역에서 친이(친이명박)계 중진 물갈이론이 제기되자 친박계도 누군가는 희생해야 했다. 허 비서실장은 당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용단을 내렸다. 박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던 거다. 이후 대통령선거(대선)에서 재외국민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직능총괄본부 고문단장을 맡아 조용히 선거를 도왔다. 비서실장 구실도 조용히 보좌하는, 입은 있어도 말은 없는 비서실장을 지향한다.”

    허 비서실장은 1974년부터 85년까지 11년 동안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해 당시 퍼스트레이디 구실을 한 박 대통령과 상당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시는 사무관 시절이어서 직접적 교류는 없었다고 한다. 2006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당대표 시절 사무총장으로 발탁돼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췄다. “보통 3선이 맡는 사무총장을 당시 재선인 허 의원에게 맡겨 본인도 의아해했다”는 전언이다.

    허 실장이 자기 구실에 충실할 경우, 시선은 이정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쏠린다. 이 수석은 ‘박대통령 입’이자 ‘복심’으로, 그의 말은 박 대통령 의중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무비서관에 내정된 김선동 전 의원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 부실장을 맡은 친박 핵심. 대선에서 직능본부와 종교특별본부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정무라인 핵심을 모두 ‘친박 직계’가 맡으면서 ‘외부와의 소통과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대통령비서실 고위 관계자는 “정무라인은 대통령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릴 만한 인물이 포진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폐해도 크다. 대통령 반대파의 고언도 제대로 전달해야 하는데, 핵심 3인방이 모두 ‘직계’여서 그런 작동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박근혜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은 대통령 인사를 총괄적으로 돕는 인사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겸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역대 비서실장보다 구실과 권한이 커졌다. 실무를 맡을 인사팀장에 ‘공직 인사 베테랑’으로 평가받는 김동극 행정안전부 인사정책관(경북 영주 출신)이 내정됐지만, 허태열 비서실장(경남 고성)과 장관 임명제청권을 갖는 정홍원 국무총리(경남 하동)가 같은 영남 출신이어서 지역 편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 대통령을 15년 넘게 보좌한 ‘보좌진 3인방’도 정무 분야에 둥지를 틀었다. 이재만(총무), 정호성(1부속), 안봉근(2부속) 비서관은 15년 동안 박 대통령을 보좌해온 최측근. 이 전 보좌관은 청와대 살림을, 정·안 전 보좌관은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게 됐지만 ‘대통령 특별 미션’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 비경북고 출신 선호?

    청와대 인사 꼼꼼히 들여다보니…
    정무라인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비서실 인선 핵심은 민정라인이다. 친인척 비리 감시와 공직사회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민정라인에는 TK 인사가 포진했다. 곽상도 민정수석비서관과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 변환철 법무비서관 내정자는 모두 대구 출신. 곽 수석과 조 비서관 내정자는 검찰 선후배 사이, 곽 수석 내정자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허 비서실장과 성균관대 동문이다. 이에 대해 검찰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대구 대륜고 출신인) 곽 수석이 검찰 재직 시절 경북고 출신 검찰 선배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 경북고 출신들이 총장, (법무부) 장관을 할 때 홀대받아 옷을 벗었다는 얘기도 돌았다. 따라서 곽 수석은 경북고 출신을 ‘성골’로 치는 분위기에 반발해 동향이라 해도 비경북고 출신 검사를 많이 챙긴 것으로 안다.”

    실제 조응천, 변환철 내정자 역시 대구 성광고, 대륜고 출신이다.

    민정라인 가운데 민정비서관은 검찰 업무와 사정, 민심 동향 파악, 주요 국정 조정 업무 관련 정보를 한 손에 쥐는 자리여서 그 인선에 관심이 컸다. 이명박 정부의 민정1, 민정2비서관실을 합친 조직으로 박 대통령 공약인 특별감찰관 제도 시행과도 연관돼 있다. 곽 수석이 한때 이 자리에 강릉고-고려대 출신인 이중희 인천지검 부장검사를 밀었지만, 2월 26일 갑자기 내정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검사는 곽 수석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부장 시절 함께 일한 경력이 있다.

    ‘내정 철회’는 박 대통령 공약인 ‘검사의 청와대 등 외부기관 파견 금지’와 맞지 않는다는 게 표면적 이유였지만, 이 대목에서 새누리당 실세 의원과 모 수석 간 ‘권력 암투설’도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간동아’에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민정비서관 자리는 친인척 비리와 사정 기능 등 그 권한이 막강해 인선이 늦어지는 것으로 안다. 박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위해 현직 검사의 외부 기간 파견을 제한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민정비서관은 검사가 맡아야 할 필요성도 있다.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검찰과) 의견 교환을 할 때도 있는데, 만일 변호사 출신 비서관이 가면 검사가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보안 누수도 우려한다. 대통령으로선 친인척 관련 정보를 다루는 자리인 만큼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래서 현직 검사를 천거한 것 같은데, 검사의 파견 금지 원론에 부닥쳐 무산된 걸로 안다. 공약인 특별감찰관 제도 시행과도 연관된 자리여서 더욱 신중하게 인선하는 걸로 봐달라.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회의하면서 자체 검증 및 의견 교환을 하기 때문에 특정 인물이 좌지우지할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인사를 추천하면 검증해야 할 민정라인마저 특정 인맥 중심으로 채울 경우 견제와 균형 원칙에 위배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퀸메이커’와 ‘예스맨’의 인의장막에 둘러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경제기획원 출신이 경제라인 포진

    경제라인은 EPB 출신이 두각을 보인다. 앞서 지명된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에 이어, EPB 출신인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경제금융비서관에, 홍남기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이 기획비서관에 각각 내정됐기 때문. 이들은 모두 EPB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조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 등 거시정제 정책을 총괄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무총리실에 근무하면서 국정운영 전반을 경험한 바 있다. 특히 20년 가까이 재정 문제를 다룬 재정전문가로,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 마련에 큰 구실을 할 것이라 보고 있다. 조 수석은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과 세원 발굴을 위해 적극적으로 예산 마련에 나설 공산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비서관으로 내정된 문재도 지식경제부 산업자원협력실장은 통상과 자원 영역에서, 국토교통해양비서관에 내정된 김경식 국토해양부 건설수자원정책실장은 국토, 도시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한편 청와대 비서진 인선이 늦어지면서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김용준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후 인사 검증에 부담을 느껴 ‘관보 인사’를 한다거나, TK 인사와 EPB 인사 같은 비판이 제기되는 점도 부담이라는 설명도 있다. 실제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에 K 치안감을 내정했지만 출신 지역(TK)과 학교(성균관대) 등을 고려해 취임 100일을 갓 넘긴 강신명 경북경찰청장으로 급히 교체했다. K 치안감은 내정 통보를 받고 청와대를 찾아 직원들과 인사까지 했다는 전언이다. 모 의원이 박 대통령 보좌진을 매개로 신박(신박근혜)계 인사들과 대립 구도를 형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인사 꼼꼼히 들여다보니…

    2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서 대통령비서실수석비서관 내정자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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