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어떻게 아픔을 기억하는가
김명식 지음/ 뜨인돌/ 264쪽/ 1만5000원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 5층에는 다른 층에 비해 훨씬 좁은 19개의 창문이 있다. 팔 하나를 겨우 내밀 정도인 이 창문들은 ‘고문실’이라는 용도를 은폐하고 투신자살을 방지하는 동시에 건물 입면 비례의 미적 측면까지 고려한 설계의 결과물이다.”
도시와 건축, 그리고 공간에 주목하는 저자는 역사의 아픔이 서린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평화의 소녀상, 세월호 추모공간 등을 답사하며 ‘건축은 인간에게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지’ 그 의미를 찾아 나선다.
남영동 대공분실 고문실 출입문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엇갈리게 배치돼 어쩌다 문이 열려도 반대쪽 방을 들여다볼 수 없다. 이곳으로 끌려온 ‘피의자’는 눈이 가려진 채 자기가 가는 곳이 몇 층인지 알 수 없는 나선형 계단을 통해 고문실로 들어간다. 현대 건축물 가운데 가장 악의적인 공간을 품고 있는 이곳을 이토록 용의주도하게 설계한 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고(故) 김수근이다.
지금은 인권보호센터로 바뀐 이곳을 둘러본 뒤 곧바로 김수근이 설계한 성스러운 공간, 손가락 스무 개가 모여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경동교회로 발길을 옮긴다. 건축가의 용의주도한 손길은 이곳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예배당뿐 아니라 교회 뒤쪽 갤러리까지 경동교회의 공간은 방문자의 사색을 이끌어내며 제구실을 다하고 있다. 저자는 선악의 양면성을 비교하며 건축가 윤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평화의 소녀상은 타자의 비극이 기록이 되고 역사가 되어 만들어진 가장 명료하고 시각적인 조형물입니다. 그것이 자아내는 촉각적이고 심리적인 공감은 역사에 편입된 고통의 기억이 조형력으로 작용하여 만들어낸 ‘건축적인 공간’입니다.”
2011년 주한 일본대사관 맞은편 인도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높이는 130cm가량이다. 단발머리를 하고 치마저고리를 입은 열셋에서 열여섯 살쯤 돼 보이는 앳된 모습이다. 이 소녀는 제국주의 일본군의 성노예 피해자를 기리고 일본의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며 주한 일본대사관을 향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에 위치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감옥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을 가뒀고, 광복 후에는 간첩이나 사상범, 운동권 학생과 재야인사 등이 수감돼 옥고를 치렀다. 서대문형무소는 중앙에 원형의 감시탑이 위치하고 감시탑 밖의 원 둘레를 따라 죄수들 방이 배치돼 있다. 근대적 일망감시 체계인 패놉티콘(원형감옥)은 이곳을 거쳐 갔던 사람들의 한(恨)과 눈물을 말없이 증언한다.
고통의 기억은 건물과 함께 남는다. 당사자들이 떠나거나 소멸한 뒤에도 주변을 떠도는 공기나 복도에 스며 있다. 그것은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쓰라린 역사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누군가는 아픔이 깃든 공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무치는 공감의 장소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호황 VS 불황
군터 뒤크 지음/ 안성철 옮김/ 원더박스/
392쪽/ 1만7000원
“가장 합리적인 제품은 불황 초기에 나온다.” 기업은 불황 초기가 되면 상품이 안 팔려 가격 대비 최고 성능을 지닌 제품 개발에 나선다. 하지만 시장이 더 얼어붙으면 품질조차 포기하고 싸구려에 매달리는 불량 경쟁시장이 된다. 저자는 호황기와 불황기가 개인 및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일상의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해냄/ 347쪽/ 1만4000원
저마다 사연을 품고 지리산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이야기. 1년에 50만 원이면 충분한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이들은 부지런하면서 느긋하고, 소망을 바꾸지 않으며, 매순간 최선을 다해 ‘행복’을 일군다. 또한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다독이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한다. 그들을 통해 아등바등하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초년의 맛
앵무 지음/ 창비/ 428쪽/ 1만8000원
사회초년생의 ‘먹방’ 청춘만화. 매일 먹는 ‘식사’는 그저 끼니 때우기가 십상이지만, 어떤 음식은 영원히 기억에 남는다. 사회에 진입하고자 애쓰는 청년들이 먹는 음식의 맛은 때로는 달고, 때로는 쓰다. 이혼한 엄마가 타준 매실청, 힘겨운 취업준비 중 배달된 고향의 곶감, 서울 노량진 거리에서 혼자 먹는 컵밥은 ‘솔푸드’ 구실을 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
윌리엄 데이비스 킹 지음/ 김갑연 옮김/ 책세상/
364쪽/ 1만6000원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수십 년간 아무 가치 없는 물건을 모으고 보관해왔다. 중년에 이르러 가정과 일에서 혼란을 겪던 중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수집에 강박적으로 몰두하게 됐는지 답을 찾으려 애쓴다. 한 인간의 사소한 습관과 주변 사물에 애정 어린 시선을 던지는 동시에, 잡동사니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하는 책.
문학의 위로
임재청 지음/ 책읽는수요일/ 278쪽/ 1만3800원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날, 우연히 펼친 세계문학 작품 속 인물이 우울한 마음을 위로해줄 때가 있다. 저자는 ‘폭풍의 언덕’에서 사랑과 관계의 여러 빛깔을 관찰하고, ‘데미안’에서 인간의 성장과 방황을 배운다. 살아갈수록 더 아프고 외롭지만, 그런 인생을 아름답게 견디는 방법을 문학을 읽으면서 찾는다.
크리에이터의 질문법
윤미현 지음/ 라온북/ 360쪽/ 1만6000원
5월이면 담담한 ‘휴먼다큐 사랑’이 찾아온다. 이 프로그램은 특별한 웃음도 없고,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극적인 전개도 없지만 매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한다. 저자는 “기존의 것을 다르게 바라보는 ‘질문’에서 프로그램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사람의 마음을 여는 질문과 공감을 일으키는 창조적인 기획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하이콘텍스트 시대의 책과 인간
한기호 지음/ 북바이북/ 244쪽/ 1만4000원
우리는 지금 모두가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깊이 연결된 초연결 사회를 살고 있다.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독자의 관심을 이끌어낼 하이콘텍스트(고맥락)가 필요하다. 저자는 “소비자의 요구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책은 그 변화에 맞춰 텍스트가 달라져야 한다”며 “새 장르를 만들 줄 알아야 독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지음/ 마음산책/ 248쪽/ 1만2500원
가족을 소재로 한 성장소설. 강아지처럼 온 집 안을 뛰어다니기 바쁜 두 아들이 있는 집. 아빠는 갈팡질팡하고 엄마는 현명하지만 터프하다. 첫째는 초교 입학을 앞두고 있지만 사랑에 빠져 있는 ‘문맹’이고, 둘째는 엄마의 배꼽을 사랑하며 그림 그리기에 밤낮없이 몰입한다. 그러던 이 가정에 어느 날 여자아이가 태어난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