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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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구조조정 성공법

이자도 감당 못 하는 부실기업 3295개 자발적 사업 재편으로 성공 사례 만들어야

  •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 jinskim@woorifg.com

    입력2015-11-09 11: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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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구조조정 성공법
    최근 기업 구조조정 필요성을 역설하는 정책당국 수장들의 발언이 잇따르면서 관련 부처와 금융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국내 경제 회복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내년부터는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조선, 건설, 운송 등 산업 특성상 부채의존도가 높은 업종에서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지는데, 그만큼 잠재적인 부실 규모도 클 수밖에 없다(그래프1 참조). 이는 단순히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을 정리하는 작업뿐 아니라, 업황이 부진하고 경쟁력이 약화된 산업군에 대한 구조조정도 동시에 진행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정부가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려는 이유는 무엇보다 내년에도 국내외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부실기업이 더욱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한 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인 한계기업이 조사 대상 기업 전체의 15.2%인 3295개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보다 600개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올해 들어서는 그 수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상반기 국내 상장기업의 실적을 보면 매출 부진에도 전체적으로는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소폭 개선됐으나, 저금리 상황에서도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 못 미치는 기업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더 늘어났다(그래프2 참조).

    두 번째 이유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사전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해 경제 내 부채총량과 건전성 관리가 요구되는 데다, 저금리로 금융권 수익성이 크게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기업 부문 부실이 금융 부문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경제를 막론하고 저성장을 거듭함에 따라 우량기업과 열등기업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계기업을 포함한 열등기업군의 경우 수익성과 성장성은 악화되고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더욱 높아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계속기업으로서 가치가 높은 기업과 유망한 신생 및 창업기업을 지원하고 신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도 이른바 ‘좀비기업’을 정리해 한정된 경제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되는 포인트다.

    아직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구조조정 성공법
    그러나 부실 징후 기업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은 현실적으로 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먼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은 각종 규제 완화와 개방화 영향으로 강제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채권 금융기관 중심의 구조조정 역시 기업들의 자금 조달 형태가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으로 옮아가면서 과거에 비해 채권 금융기관의 지위가 약화된 만큼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또한 부실기업 지정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 금융기관의 충당금 부담이 증가할 개연성이 있는 데다 의사결정의 책임 문제도 따른다.

    이로 인해 최근 정부 정책의 방향은 사모펀드를 통한 투자·매각, 인수합병 등 시장 주도의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협소한 시장 규모, 가격 형성의 적정성 등 한계를 안고 있긴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처럼 주요 기간산업과 대기업군에서 한계기업이 속속 등장하거나, 한계기업이 아니라 해도 주요 대기업군에서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시점에는 상황이 더욱 녹록지 않다. 구조조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될 경우 협소한 국내 자본시장에서 소화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과 산업 부문에 대한 신속하고 성과 있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이미 충분한 공감을 얻고 있다. 합리적인 구조조정의 방향과 범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민간과 시장의 자율보다 정부가 더 많은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시점임은 분명하다. 나아가 최종적으로 상시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 체계가 정착되고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법안의 정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운용의 묘를 살려 정부와 금융기관, 시장이 책임과 구실을 나눠 공조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이 중요한 이유다.

    결국 앞으로 전개될 산업구조 조정이나 한계기업 정리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들을 다음 몇 가지 원칙으로 정리할 수 있다. 맨 먼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구조조정의 목적과 기준이 무엇보다 경쟁력과 회생가능성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산업 가운데 일부는 세계적인 공급과잉 등 구조적 요인 탓에 중기적으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중후장대한 장치산업의 특성, 고용과 생산에서의 비중 등을 감안하면 대폭적인 구조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산업 내 구조조정이 형식적인 선에 그치거나, 구조조정의 용이성만을 기준으로 삼아 이른바 ‘대마불사’ 같은 역선택이 벌어지지 않도록 경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대마불사’ 피하려면

    다음으로는 주요 산업 내 부실기업 정리나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통합 등이 주요 플레이어를 축소하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섬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구조조정이 산업 내 경쟁을 약화하거나 비효율적인 대형화를 낳는 역효과를 가져오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 특히 노동개혁 추진 등으로 노사정 관계가 민감한 상황에서는 노사갈등이 첨예화해 전체 구조조정 일정을 크게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 산업 및 기업 구조조정의 영향이 고용 부문에 집중되지 않도록 대안적인 투자와 고용 확대 방안을 동시에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책임 문제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선정 기준, 오너나 경영진의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과 이해당사자 간 손실분담 등을 엄격하고 명확하게 적용해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지 않게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해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신속하고도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방법은, 기업의 자발적인 사업포트폴리오 조정을 독려해 구조조정 유형별로 성공적인 모범 사례를 빠른 시일 내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성공 케이스’는 이후 비슷한 형태의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거나 적정한 시장가격을 형성하는 기준이 돼 시장 주도의 상시적이며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민간 중심의 자율적 조정’의 출발점은 바로 이 지점이어야 옳지 않을까.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구조조정 성공법

    육상에서 건조한 일반 화물선을 바다에 진수하는 모습. 그간 한국 경제의 효자 산업 가운데 하나였던 조선업은 최근 대표적인 구조조정 분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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