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
애덤 윌킨스 지음/ 김수민 옮김/ 을유문화사/ 672쪽/ 2만5000원
이른바 얼굴을 가진 동물은 얼마나 될까. 절지동물(곤충 · 갑각류)과 척추동물만이 뚜렷하게 식별되는 얼굴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 인간의 얼굴은 동물 전체로 보면 매우 특이한 형태를 지닌다. 주둥이와 털이 없는 납작한 얼굴, 툭 튀어나온 이마, 가까이 붙은 눈, 촉촉하지 않은 코 등은 지구상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 인간처럼 다양한 표정을 지어 의사 표시를 하거나 생김새가 각기 다른 동물도 없다. 이런 얼굴은 인간 진화의 결정판이다. 사실 책 제목을 취지에 맞게 지으려면 ‘인간이 어떻게 진화를 통해 현재의 얼굴을 갖게 됐는가’라고 해야 한다.
책은 5억 년 전 척추동물이 처음 생긴 이후 영장류 직전까지 얼굴 변화를 다룬 뒤 5500만 년 전부터 원숭이, 영장류, 인간의 얼굴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살핀다.
영장류에서 벗어난 인류는 200만 년 전쯤 현재의 얼굴 골격을 갖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후와 식생 등 외적 조건의 변화가 크게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두뇌의 진화가 상호작용을 하며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이 진화의 원인이자 결과는 타인의 얼굴과 표정을 인식하고, 얼굴 표정을 만드는 것이었다. 사회적 관계가 중요한 인간에겐 필요한 부분이었다. 그 결과 털과 주둥이는 더욱 줄고, 송곳니가 작아졌으며, 이마와 머리는 더 둥글게 변했다.
얼굴의 진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7만 년 전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세계로 뻗어가면서 흔히 말하는 인종에 따른 얼굴 차이가 나타난다. 그렇다면 얼굴의 진화는 끝난 것일까. 저자의 답은 이렇다. “아니다. 얼굴은 끊임없이 변한다.”
팩트로 읽는 미중의 한반도 전략
주재우 지음/ 종이와나무/ 352쪽/ 1만8000원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통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현실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과 핵무장을 시도하는 북한의 눈치를 끊임없이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는 한쪽과 가까워지면 다른 한쪽이 반발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경희대 교수인 저자는 미·중의 진짜 목표를 파악해 잘 활용하는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로 변화시키려 하고, 중국은 아시아에서 절대패권을 되찾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중 모두 한반도에서 군사 충돌은 제3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라는 점을 잘 아는 만큼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이런 기준을 세워놓으면 한국 외교가 지금처럼 쫓기고 허둥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먼저 친미, 친중이라는 이분법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에서 말한 기본 구도에서 우리의 국익이 무엇인지 분명히 하고 친미, 친중, 친일 등의 딱지를 붙여 서로 공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주변 강대국의 취약점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일본에 약하고, 일본은 미국에 약하며, 미국은 중국에 약한 먹이사슬 같은 구조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정상외교에만 목매지 말고 다양한 대화 통로를 만들어 평소 닦아놓아야 외통수에 걸리지 않는다고도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