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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는 황인범으로 무슨 그림 그리나

20대 초반 신인에게 한국 축구의 허리를 맡긴 이유

  • 홍의택 축구 칼럼니스트 releasehong@naver.com

    입력2018-12-03 1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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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국가대표팀 미드필더에 선발된 황인범(대전시티즌). [사진 제공 · 대한축구협회]

    축구 국가대표팀 미드필더에 선발된 황인범(대전시티즌). [사진 제공 · 대한축구협회]

    2018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이렇게 요동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스웨덴, 멕시코에게 무너진 대표팀은 마지막 독일전 승리를 기점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아경기 금메달과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으로 흐름을 살렸다. 그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이 있었다. 1996년생 중앙 미드필더 황인범. 

    이 선수가 처음 눈에 들어온 건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에서였다. 당시 최문식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우승권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그 대신 짜임새 있는 패스 플레이 등으로 지켜보는 이들을 매료시켰다. 황인범은 이 팀에서 공을 배급하는 임무를 맡았다.

    황인범이 도대체 누군데?

    대전시티즌 U-18팀(충남기계공고)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중원을 지휘하던 황인범은 대학 대신 프로 직행을 택했다. 대전으로부터 우선지명을 받아 자연스레 입단했다. 선수 개인의 충성심도 충만했다. 황인범은 “태어나 한 번도 대전을 떠나지 않았다. 진짜 대전의 아들”이라고 애틋한 감정을 드러내곤 했다. 

    프로는 절대 만만찮다. 날고 기던 청소년 유망주들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곳이다. 황인범의 미래를 염려하는 이들이 없지 않았다. ‘재능은 최고지만 깡마른 몸으로 프로의 피지컬을 견뎌낼 수 있을까’라는 시선이었다. 대학에서 성인 무대를 맛보고, 한두 해 정도 지나 프로에 도전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황인범은 모두를 비웃듯 순조롭게 나아갔다. 물론 적응하는 데 남모를 고통도 따랐다. 프로선수가 되고 반년이 흘렀을 때 통화하면서 “프로 형들이랑 처음 동계훈련을 하는데 공이 오는 게 두렵기까지 하더라고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럴수록 영리하게 대처했다. 



    먼저 보고, 먼저 판단해, 먼저 움직이니 몸을 부대낄 상황이 많이 줄었다. 공간과 동료를 미리 확인하고, 진행 속도를 살려 공을 전달했다. 수비에도 헌신적이었다. 축구계에는 ‘수비가 안 되는 선수는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격언이 있다. 황인범처럼 공을 예쁘게 차는 선수의 치명적 약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몸이 약해 보이긴 해도 근성은 남달랐다. 다부지게 들이받으며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황인범에게는 하기 싫지만 선수로서 꼭 필요한 것을 기꺼이 감내하려는 정성이 있었다. 

    그렇게 3년을 보냈다. 더 큰 구단에서 이 선수를 노린다는 이적설이 계속 나돌았다. 하지만 실제 성사된 거래는 없었다. 그즈음이었다. 그간 꾸준하던 성장세가 조금은 정체된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문가 사이에서 “황인범 정도면 2부 리그로 강등된 대전보다 1부 리그의 좋은 팀에서 뛰어야 한다. 아니면 재능이 다 죽을 것”이란 진단이 나온 것도 이때였다. 선수 스스로 동기를 잃은 듯 보였고, 이미 익숙해져 편히 뛰는 곳에서는 큰 발전을 논할 수 없었다. 특히 20대 초반으로 본인의 수준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시기라 아쉬움이 더욱 컸다. 

    그랬던 황인범이 택한 건 돌연 입대. 선수들은 보통 20대 후반에 병역을 해결하지만 황인범은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 소속으로 하루빨리 군복무를 마치고자 했다. 아산 무궁화에 국가 대표급 선수가 즐비한 것도 성장에 보탬이 됐을 터다. 여기에 아시아경기 금메달로 조기 전역하고, 대표팀에도 뽑혔으니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당장 ‘한국 축구를 맡길 적임자’라고 칭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자잘한 실수 등을 줄여야 더 높게 비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만한 20대 초반 선수가 등장한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어쩌면 황인범의 존재가 기성용이 마음 편히 은퇴할 이유가 될 수도 있다.

    황인범에게 포스트 기성용을 기대한다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이 11월 17일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 평가전에서 코치진과 나란히 서 있다. [사진 제공 · 대한축구협회]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이 11월 17일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 평가전에서 코치진과 나란히 서 있다. [사진 제공 · 대한축구협회]

    벤투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지배하는 축구”를 수차례 주장했다. 공 점유율을 기반으로 상대를 쥐락펴락하는 능동적인 축구. 어쩌면 모든 감독이 꿈꾸는 로망을 한국 축구에 접목하려 했다. 멤버가 바뀌어도 개의치 않았다. 11월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는 기존과 달리 선수 소집에 제한이 있었다. 손흥민, 기성용 등을 뺀 채 새로운 이들로 채워 넣었다. 무패 행진을 잇기 위해 스타일을 조금 바꿔갈 수도 있었으나, “우리 축구 그대로 간다”며 호주전과 우즈베키스탄전을 치렀다. 

    이에 의구심이 없지 않았다. ‘새로 온 감독을 믿고 기다려야 할 때’라는 여론에 반하는 건 아니다. 우루과이, 칠레 등 만만찮은 팀을 상대로도 결과를 냈으니 꼬투리 잡을 대목도 딱히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한국 축구는 이중성을 띠어야 한다고 여겼다. 아시아에서 내야 할 색채와 세계에서 내야 할 색채가 살짝 다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AFC 아시안컵에서 하는 축구와 FIFA 월드컵에서 하는 축구를 동일하게 가져갈 수 있느냐에 회의가 있었다. 

    벤투 감독은 ‘그럼에도 한번 해보겠다’는 기조다. 지금부터 부단히 만들겠노라 선언했다. 후방에서 위기를 모면하려고 멀리 뻥 차는 대신, 꾸준히 빌드업을 시도했다. 칠레전 등에서 봤듯, 공을 빼앗겨 역공을 맞는 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상대의 전방 압박에 당황하던 골키퍼와 수비수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당장 결과를 내기보다 줄기차게 시도했다. 모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우악스럽게 나아갔다. 

    이런 그림이라면 발밑이 좋은 선수가 필수다. 골키퍼와 수비수부터 공을 굉장히 잘 다뤄야 한다. 연결고리도 몹시 중요하다. 아군으로부터 공을 받아 적군의 골문 바로 앞으로 운반할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가 필수다. 은퇴까지 언급한 기성용 대신 2022 카타르월드컵으로 갈 수 있는 자원이 절실했다. 벤투 감독은 아시아경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황인범을 시험했고, 그 결과는 모두가 확인한 대로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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